난 나와 정말 질긴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친구가 한명 있다
이녀석을 처음 만난건 내가 6살때의 일이다
벌써 25년이나 나와 친구 사이인 이녀석의 이름은
"성실"이다
25년간 옆에서 지켜본 결과
아주 불량하지만 이름만은 성실이인
이 친구의 불량한 삶에 대해
오늘은 이곳에 기록해 볼까 한다
01
성실이의 별명은 아주 다양하다
초딩때 이녀석의 별명은 NBA였다
농구를 잘했냐고 ? 아니다
그냥 NBA에서 활약하시는 무수한 흑형같이
얼굴이 까맣기 때문에 NBA이다
어느정도로 얼굴이 까맣냐고 물어보시면
이 친구가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저는 흑인혼혈이 아닌 토종 한국인입니다 이다
나도 옛날옛적부터 이녀석 집에 자주 놀러갔었는데
성실이의 어머님 아버님은 전혀 까맣지 않으시다
그냥 보통 한국의 중년분위기를 풍기시는데
왜 유독 갑자기 저런분 사이에서 얘가 나왔는지
참으로다가 의문이 아닐수 없다
주어온 자식이 아닐까 고민도 해봤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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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녀석 여동생도 얼굴이 까만편이다
그냥 이런 집인것 같다
아무튼 참으로다가 까만 성실이는
나와 유치원동창이다
사실 나는 이녀석이 나와 유치원 동창이라는걸
믿지많았었다
이유는 기억력이 꽤 좋은 나는
유치원때 성실이에 대한 기억이 1도 없기 때문이다
4살때 살던집부터 쭈욱 유년시절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내가 어제같이 선명한 유치원때의 기억에는
저렇게 까만 성실이의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였다
게다가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와의 긴 친구경력에 상당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우리 성실이
나는 그냥 이놈이 나와의 친구 기간을 늘리기위해
뻥을 친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아니... 저런놈이랑 유치원때부터 만났다는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년 여름 한국에서 울 집 이사를 돕다가
발견한 유치원 졸업사진에 찍혀있는 까만 성실이의
얼굴을 확인하고 결국은 믿어버릴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물질적인 증거까지 눈에 보이는데
부정하고 싶은 이 기분...
이건 마치...
나같...
왜 청문회에서 명백한 증거가 나왔는데
재벌들이 왜 거짓말을 하는지
단박에 이해할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02
성실이 이야기를 시작하면 또 한명의 친구 이야기를
안할수가 없다
그 친구의 이름은 현준이
하지만 우리는 현준이를 현준이라 부르지 못하고
아버지를 아버지라.. 아 이게 아니지
우리는 현준이를 베드로라고 불렀다
우리 현준이는 독실한 기독교부부의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였다
아버님은 전도사셨고 어머님은 주부시지만
두분은 교회에서부터 사랑을 키워오셨다고 했다
아무튼 우리가 현준이를 베드로라고 불렀던 이유에대해
설명을 하자면
현준이는 항상 베드로라고 써 있는 티셔츠를 입고 다녔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나 aways
여름 성경학교를 대비해 교회에서 대량으로 생산해놓은
티셔츠 그게 현준이의 18번 옷이였다
베드로라고 글씨를 뚫어놓은 박스를
티셔츠에 대고 색색별 락스를 뿌려서 만든 베드로 티셔츠
한번 현준이네 집에 놀러간적이 있었는데
집에 색색별로 걸려 있는 베드로 티셔츠에
나까지 독실한 그리스도교인이 될뻔한적이 있다
못해도 30벌은 족히 넘어 보이는 베드로 티셔츠만
입고 등교를 한 우리 현준이
현준이라는 이름 보다는
베드로란 별명이 익숙한 이 친구는
선생님마저 베드로라고 불렀고
가끔 누가 현준아 ! 라고 부르면 자기 부르는줄도 모르던
그런 친구였다
우리 셋은 초등학교시절 정말 친한 동네 말썽쟁이들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