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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실은 사육장 나눔을 위장한 넋두리 글입니다.
그리 좋은 사육장은 아니랍니다, 오래 기를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죠.
저는 산에 등산을 갔다가 아기 다람쥐 한마리를 도로변에서 주웠습니다.
철쭉가지에 매달려서는 움직이지도 못하고 몸이 뻗뻗하게 굳어 숨쉬기도 벅찬 상태였죠.
그길로 산을 급히 내려와 인근 동물병원을 도는데, 전부 거절받았습니다.
동물병원은 고양이나 강아지만 치료가 가능하다더군요.
마지막으로 한군데를 더 갔는데, 다행히 전문분야는 아니지만 받아주셨습니다.
영양제를 맞고, 분유를 먹고 사료를 먹고.
아기다람쥐는 굶어서 죽어가던 것이었는지 하루만에 눈에띄게 좋아졌습니다.
다람쥐를 받아주실때, '이대로 놓아주면 굶어죽는다. 기를생각 있으시냐?' 물어보셔서 우선 살려야 하니까 알겠다고 하고.
다음날 사육장을 충무로와 동묘역을 돌아서 사왔답니다.
그리고, 몇가지 충고를 들은 뒤 집에 데려왔습니다.
사육장이 그렇게 썩 비싼건 아닙니다. 2만원 주고 산건데, 3개월정도 지나면 사냥도 가능해질만큼 자란다니까 거기까지만 기르고 놓아줄 작정이었기
때문이죠.
그렇게 저는 다람쥐를 기르게 되었습니다.
얼핏 야생 다람쥐를 기르는건 불법이다 아니다를 논하던 것이 생각났지만, 그냥 놓아주면 죽는다는데 어찌하겠나 싶어서 그냥 기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첫날부터였습니다.
이녀석이 제 손, 제 품, 제 어깨, 제 옷 속이 아니면 안절부절 못하고 잠도 못자는겁니다.
사육장 안에 넣어두면 철창을 붙잡고 늘어지면서 저한테 오려고 그 고사리같은 손으로 펄쩍펄쩍 뛰고, 그래서 꺼내주면 다시 소매 속이나 무릎위에 올라오고.
잘때도 뒤척이다가 눌러죽일까봐 겁나서 사육장에 넣거나 멀리 떨어뜨려 놓으면 어떻게든 다시 제 배 위나 뺨으로 다가와 기대어 자곤 했습니다.
거의 화장실가거나 식사때 이외에는 제가 품어 길렀습니다 ㅡㅡ;;
다람쥐는 대게 사람한테서 도망가는게 특성 아닌가? 왜 날 이렇게 좋아해서 안달이지? 싶었습니다.
먹이도 제가 먹여줘야만 먹었습니다.
그냥 먹이통만 놓아줘서는 입도 대질 않아서, 항상 잣이나 딸기 배추 그리고 사료를 손가락으로 먹여주었고, 너무나 작은 이 다람쥐는 그 작은 잣 한알을 삼켜도 양 볼이 부풀어오르는 것이 참 귀여웠습니다.
물도 제가 먹여주지 않으면 먹질 않아서, 케이스에 붙어있던 물통을 뽑아서 직접 먹여주곤 했습니다.
그런 주제에 굶어죽다가 살아나서 그런지 식탐은 오지게 많아서, 시간이 될때마다 먹여주면 금새 집어삼키고.
잣 한알을 볼 안에서 넣었다 뺏다 하면서 종일 갉아먹었습니다.
그럴때마다 너무 귀여워서 하던 일도 멈추고 보게 되었습니다.
녀석은 대게의 시간을 제 무릎위에서 자면서 보냈고, 저도 일단은 자택근무자라 밖에 나갈일이 별로 없어서 24시간 거의 계속 품에 넣고 키웠습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화들짝 놀랬다가, 제 품에 더 파고들고 고개를 묻고.
그리고 또 잡니다.
그렇게 얼마간 계속 키웠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과로로 인해 너무 피곤했습니다.
제가 뒤척거리다 정말 눌러 죽일거 같았습니다.
그래서 사육장에 넣었습니다.
저한테 오고싶어서 철창을 붙잡고 매달려 계속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저는 누운지 5분이 채 안되어 잠들었습니다.
다음날 새벽 6시에 깨었습니다.
녀석은 사육장에서 저와 가장 가까운 끄트머리에 몸을 웅크리고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아침부터 너무 충격이 컸습니다.
뭘 어떻게 할지도 몰랐고 가슴이 너무 아파왔습니다.
신경질환이 있던 저는 우선 신경정신과에서 타온 약을 삼켰습니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어지럽고 멍해졌습니다.
그러다 '묻어줘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 사육장을 열고 녀석을 꺼내어 들었습니다.
그때 그 익숙한 털의 감촉이 느껴졌습니다.
멍 해져 있던 제가 그 순간에 눈물이 마구 흐르고 감정이 북받혀 올랐습니다.
어제 사육장에 넣어 기르지 말껄.
피곤하더라도 어떻게든 옆에 두고 돌봐줬어야 했는데.
내가 사육장에 넣어놓고 그냥 잔게 스트레스였구나.
사육장이 침대 옆에 있다고 안심한게 실수였다.
아직 새낀데.
가족들 앞에서는 내색 안했는데, 정원에 땅을 파고.
녀석이 좋아하던 것들, 녀석이 맛있게 먹던것들.
다 함께 나름 관이라고 만든것에 넣어서 묻어주었습니다.
약간 유치하게 보일수도 있고, 다큰놈이 그런일에 연연하냐고 할 수도 있는데, 묻어주는 내내 그놈의 눈물이 그치질 않았습니다.
8년을 기르던 개를 떠나보낼때도 이렇게 슬프진 않았습니다.
그 느낌을 형용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왔는데, 여기저기 그놈 냄새 뿐입니다.
항균 스프레이를 집어들면서 또 울고, 뿌리면서도 울고.
근데 무덤을 파느라 내내 흙을 만져서 흙냄새가 날까봐 씻고 또 씻었는데.
흙냄새는 안나도 그놈 냄새가 손에서도 납니다.
방안 곳곳에서도 역시 그렇구요.
그렇게 종일 울었습니다.
의사선생님께서 시간이 약이래요.
빨리 잊혀졌으면 좋겠습니다.
모르겠어요, 제가 너무 감성적인건지 유치한건지.
근데 너무 슬프고 먹먹해서 생각하기도 싫고 괴롭고.
너무나 무거운 죄책감에 상실감.
그래서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으니까.
소중한 반려동물 기르시는데 어떤 동물이 먼저 쓰다가 죽은 사육장, 쓰기 싫으시겠지만.
만약 서울사시는 분 중에 필요하신 분 있으시면, 제가 가져다 드릴게요.
연락없으시면 그냥 내다 버릴겁니다.
스압에 두서없는 내용, 읽어주신분들 정말 감사하구요..
그냥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어서 오유에 와서 끄적였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반려동물 기르고 계시다면 소중히 해주세요.
떠나고 나서하는 후회는 소용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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