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도경 국군사이버사령관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국군사이버사령부 국정감사에서 사이버사령부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양지웅 기자
국가정보원 심리전단에 이어 대선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군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이 현재까지 알려진 트위터와 블로그 활동 외에도 ‘오늘의 유머’와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활동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그동안 선거개입 수사선상에 올랐던 국정원 요원들의 활동과 비슷한 양상이다.
이같은 사실은 22일 국방부의 합동조사 중간발표와 배치돼, 국방부 조사의 신뢰성에 의문을 품게 만든다. 국방부는 이날 발표에서 일주일간 관련자 소환조사뿐만 아니라 컴퓨터 및 핸드폰 포렌식까지 했다면서도 간단한 조사로 확인할 수 있는 이같은 추가 활동에 대해서 밝히지 못했다.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이 23일 입수한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이 사용한 아이피(IP) 주소를 바탕으로 이들의 트위터 아이디(ID)와 ‘오유’ 아이디(ID)를 비교해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오유’에서 사이버사령부 요원으로 추정되는 이용자가 남긴 정치성향의 글은 126건에 달했다. 이는 한정된 IP와 ID만으로 분석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게시글 숫자는 이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오유’ 게시 글은 총선과 대선을 앞둔 지난 해 2~11월에 집중되고 있다. 이들이 남긴 글의 내용은 대부분 야권이 반대하던 ‘제주해군기지 건설’ 등을 옹호하거나, 야권 세력을 ‘종북’으로 매도하는 것이었다. 특히 총선을 전후로 해서는 통합진보당이 이들의 집중 타깃이 됐다.
먼저 ‘제주해군기지 건설’과 관련,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은 “중·일 영토 분쟁에서 보았듯이 현재 정부가 추진 중에 있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시급히 서둘러야 할 중요한 국책사업”이라는 논리를 폈으며, 그 연장선상에서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이른바 ‘고대녀’를 집중 공격했다.
또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은 총선을 통해 원내에 다수 진출한 통합진보당에 대해 “지난 4.11 총선에서 막무가내 북한을 동조, 찬양해 온 종북파(통X당, 민X당) 의원들이 국회에 입성함으로써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9월 6일), “잠시 한눈판 사이에 지금 1베럭에서 종북좌파 만들고 뒤치기 준비중입니다. 선거전에 빨리 종북좌파 쓸러 갑시다”(9월 3일), “국회에 진출한 종북 세력은 앞으로 사사건건 북한의 편을 들며 우리 안보를 위협할 것입니다. 과거 6.25전쟁시 우리 호국영령들이 흘린 피를 헛되이 만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그들을 반드시 국회에서 퇴출시켜야 할 것입니다”(6월 27일), “북한의 하수인 꼬봉들이 국민의 대표가 된다는 것 자체가 불쾌하고 더럽다!!“(7월 4일) 등의 글을 게재했다.
선거를 앞두고 야권 후보나 공약에 대한 비방도 이어졌다. 대선 출마한 진보당 이정희 대표에 대해선 “분당의 책임을 신당권파라 불리는 친북잡골에게 돌리고 자신은 대선에 나가겠다는 이정희...철판의 대명사...이제와서 다른 사람들에게 책임을 돌리네요”(9월 12일), “김정일 같은 애들을 받들어 모시는 통합진보당 같은 애들은 안 뽑도록 합시다”(9월 11일)라고 분위기를 몰아갔다.
이들은 또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겨냥하듯 NLL 문제 언급하며 “(서해교전이) 우발적이라니 군필자 맞는지 의심스럽더라. 뭐 자기 병과 아니면 모를 수도 있다지만 대선후보로 나선 사람이 그러믄(그러면) 안 되지. (중략) 우리 영해를 내주자고? 우리 영해를 넓히지는 못할망정 내주자고. 대한민국 국민 아니지?”(10월 5일)라고 비난했다.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은 상황을 담아낸 그림도 많이 게재했는데, 이중 영화 ‘취화선’ 포스터를 패러디한 ‘취한놈’이란 제목의 그림에는 주인공으로 등장한 김대중 전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냈던 임동원 전 장관이 “북한군이 NLL 넘어와도 우리 군은 꼼짝 말고 갈 때까지 기다려야혀~”(6월 21일)라고 말하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총선 전에는 민주당(당시 민주통합당)의 ‘말 바꾸기’가 주되게 다뤄졌다. 제주기지해군기지 또는 한미FTA에 대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등의 입장이 과거와 다르다는 것이다.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은 “최근 민주통합당이 발효를 코앞에 두고 있는 한미FTA를 정권이 교체가 되면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인데, 이미 수십 차례 논의 과정을 거쳐 합의하고 서명한 한미FTA를 이제와서 전면 폐기하겠다는 그들의 주장은 참으로 무책임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2월 17일), “선거철이면 어김없이 나타나 우리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리게 만드는 무책임한 주장들! 하루 빨리 사라져야 할 것이다”(2월 15일) 등의 글과 그림을 계속해서 게시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22일 중간 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사이버사령부 요원 4명의 트위터 계정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것으로 별도의 상부지시는 받지 않았다는 진술을 받았다"면서 조직적 개입설은 부인했다. 하지만 트위터 뿐만 아니라 '오유' 등 인터넷 커뮤니티까지 이어지는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의 활동은 국정원 요원들과 매우 흡사해 '개인적 일탈행위'라고 보기는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