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 방화추정 화재… 지붕 일부 붕괴 시작
조선일보|기사입력 2008-02-11 00:53 |최종수정2008-02-11 01:07
10일 오후 8시48분쯤 국보 1호인 서울 중구 남대문(숭례문)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4시간 넘게 타다 11일 오전 0시40분쯤 2층 누각 일부가 붕괴되기 시작했다. 11일 오전 1시 현재 2층 누각은 전소된 상태며, 불길이 1층까지 번져 남대문 전체가 전소될 위기에 처했다.
최초 불길은 외부로 치솟지 않았고, 짙은 연기만 나왔으나 화재 발생 2시간쯤부터 육안으로도 지붕 위에서 붉은 불길을 확인할 정도로 화재가 심각해졌다. 화재 발생 4시간이 지난 11일 오전 0시30분에는 불이 2층 누각 전체로 번졌고, 오전 0시40분쯤 누각 일부 기왓장이 무너지기 시작해 이후 연속적으로 누각 지붕이 무더기로 떨어졌다.
화재 당시 남대문 내부에는 화재를 대비한 스프링클러가 없었으며, 소화기도 8대도 1, 2층에 나누어 비치되는 등 소방시설이 미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감지기 등 화재 경보설비는 없는 상태로 확인됐다. 또 홍예문이 개방되는 오전 10시에서 오후 8시 사이에 평일 3명, 휴일 1명의 직원이 상주하며 관리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무인경비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다. 이번과 같이 홍예문 폐쇄 시간에 발생한 화재 상황에는 신속한 대처가 어려운 상황이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불은 남대문 누각의 두 지붕 중 위쪽에 있는 지붕 쪽에서 처음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소방당국은 오후 9시55분에 화재 비상 2호, 10시32분에 한단계 낮은 비상 3호를 발령했으며, 현재 펌프차와 고가 사다리차 등 소방차 50여대와 소방관 130여명이 현장에 출동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소방 당국은 오후 10시30분쯤 화재가 진압된 것으로 판단하고, 잔불 진화작업에 나섰다. 현장 소방관들은 취재 기자들에게 "대충 불길을 다 잡고 잔불처리 작업만 남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방 당국 판단과 달리 오후 10시40분쯤 숭례문 2층 현판 부군에서 직경 6m가량 불길이 다시 치솟기 시작했다.
소방 당국이 이 불길을 잡지 못하고 있는 사이 불길은 오후 11시쯤 2층 지붕 전체로 번졌으며, 11시50분쯤 지붕 위로 옮겨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발화지점과 원인을 밝혀내고 추가 화재를 막기 위해 문화재청으로부터 문화재 해체 승인을 얻은 뒤 불씨 제거를 위해 남대문 현판 일부를 잘라내기도 했지만 이미 불씨를 잡기에 때는 늦은 상황이었다.
소방당국은 화재 초기 남대문 누각은 일반인 접근이 금지돼 있어 방화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보고, 야간 조명을 위해 설치한 전기 시설에서 누전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했다.
그러나, 소방관이 실제 2층 누각에 올라보니 전기시설이 없었던 것을 확인됐고, 방화 가능성을 제기하는 제보도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택시기사 이모(44)씨는 "근처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데 50대 정도로 보이는 어떤 남성이 쇼핑백을 들고 남대문 옆 계단으로 올라갔다"며 "잠시 후 남대문에서 불꽃놀이를 하듯 빨간 불빛이 퍼져 나왔고, 신고를 하고 보니 그 남자가 내려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경찰이 그 남자를 쫓아가지 않아 직접 차를 몰고 쫓았는데 찾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소방관과 함께 경찰 40여명도 화재 현장에 출동해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오후 10시쯤 서울역 부근에서 방화 용의자로 보이는 이모(53)씨를 붙잡아 현재 조사를 벌이고 있으나, 이씨가 만취한 상태여서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대문(숭례문)은 서울에 남아 있는 목조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1395년(태조 4년)에 짓기 시작해 1398년(태조 7년)에 완성된 누각형 2층 건물이다. 현재 남아 있는 건물은 세종 29년(1447)에 고쳐 지은 것으로 1961~1963년 해체·수리 작업이 이뤄졌다.
10일 오후 8시 50분쯤 서울 중구 숭례문에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부 VJ 유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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