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나한테 정글챔프를 하나만 그려줘."
"뭐라고?"
"정글챔프 하나만 그려줘."
나는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벌떡 일어났다. 나는 눈을 비비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랬더니 창을 든 아이가 나를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말문을 열고 그에게 물었다.
"그런데 넌 여기서 대체 뭘 하고 있니?"
그러자 그는 아주 중요한 일인것 처럼 같은 말을 되풀이 했다.
"미안하지만 나에게 정글챔프 하나만 그려줘..."
나는 스카너를 그렸다. 그는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더니 말했다.
"아니야! 이 챔프는 이미 고인이야. 다른 챔프로 그려줘."
나는 다시 그렸다.
내 친구는 너그러운 태도로 부드럽게 웃었다.
"봐, 이것은 정글이 아니라 원딜이야. 총을 들고 있는 걸."
나는 다시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그 아이는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이 챔프는 육식인걸. 나는 초식챔프를 갖고싶어."
조급해진 나는 단숨에 그려서 그 아이에게 던져주며 말했다.
"이것은 클템이야. 네가 원하는 정글챔프는 이 안에 들어있어."
그런데 놀랍게도 이 어린 심판관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바로 이게 내가 원하던거야! 젠부샤쓰!"
이렇게 해서 나는 어린 자르반 왕자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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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에는 그라가스가 살고 있었다. 미드에는 아주 잠깐만 머물렀는데 자르반 왕자를 아주 우울하게 만들었다.
"거기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요?"
그라가스를 보고 자르반 왕자가 말했다. 그 주정뱅이는 빈 술통과 새 술통을 한 무더기씩 앞에 쌓아 놓고 말없이 앉아있었다.
"술을 마시고 있지."
그라가스가 침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왜 술을 마셔요?"
자르반 왕자가 물었다.
"잊기 위해서야."
그라가스가 말했다.
"무엇을 잊어요?"
자르반 왕자는 측은한 생각이 들어서 물었다.
"부끄러움을 잊기 위해서야."
그라가스가 고개를 떨구며 고백했다.
"무엇이 부끄러운데요?"
그를 도와주고 싶어서 자르반 왕자가 물었다.
"롤챔 결승을 안봤구나!"
말을 마친 그라가스는 입을 꼭 다물어 버렸다. 자르반 왕자는 당황해서 미드를 떠났다.
'어른들은 정말 이상해' 여행을 하면서 자르반 왕자는 이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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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가 나타난 건 바로 그때였다.
"안녕"
아리가 인사를 했다.
"안녕. 너는 누구니? 정말 예쁘구나."
"난 아리야."
아리가 말했다.
"나랑 같이 놀자. 나는 너무 슬퍼..."
자르반 왕자가 아리에게 말했다.
"나는 너하고 놀수가 없어. 나는 길들여지지 않았거든."
아리가 말했다.
"그렇구나! 미안해."
자르반 왕자가 말했다. 그러나 자르반 왕자는 곰곰이 생각한 끝에 다시 물었다.
"'길들인다' 는게 무슨 뜻이니?"
자르반 왕자가 물었다.
"그것은 너무나 많이 잊혀져 있는 것인데, 그것은 '블루를 준다'는 뜻이야."
아리가 말했다.
"블루를 준다고?"
"그래. 너는 내게 수많은 다른 정글러와 다를 바 없는 한 정글러에 지나지 않아. 나는 네가 필요하지 않아. 너역시 내가 필요하지 않아.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될거야. 너는 나에게 세상 유일한 존재가 될거야. 나는 너에게 또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거고.."
아리가 말했다.
"매일 같은시간에 오는게 더 좋을거야. 가령 네가 첫블루 타임에 온다면 나는 1분부터 벌써 행복해지기 시작할거야. 그리고 1분30초가
다가오면 나는 점점 더 행복해 질거야. 그러다 블루가 나오면 나는 안절부절 못하면서 뛰어다닐 거야. 그때 내가 얼마나 미쳐 날뛰는
지를 너에게 보여줄 수 있을거야."
아리가 말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지금 첫 블루를 쳐먹겠다고?"
자르반 왕자가 말했다.
"그럴 수 있지. 심해에서는 온갖 일들이 일어나니까...."
아리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