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동생이 시골할머니집에 내려가면
삼촌이나 할머니의 노동력착취(ㅋ)가 없는 한,
어지간하면 테레비나 멀뚱멀뚱 보고 있다.
걸그룹이니 드라마니 이런 쪽에는 취미가 없어서
대개 스포츠나 다큐멘터리. 이런거나 틀어놓고 있다.
그러고 있자면 나와 24살, 28살차이나는 사촌동생들이
"오빠아아아아아아아~놀아줘어어어어어어어~"하고 달려들기 마련이다.
일찍 결혼했음 이만한 딸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인지라 놀아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어제도 밤샘근무, 내려온다고 장시간운전.으로 퍼져버린 30대 몸뚱아리로 아직 한자리 나이대인 이 아이들이 점점 벅차온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집에서 찾거나 애가 지치고 질려서 울때까지 놀아줬는데,
이제는 번쩍 들면 온 몸의 관절부위가 삐그덕거린다.
얼른 폰을 꺼내 유튜브로 뽀로로나 타요같은거 찾아 틀어주고, 이 비루한 30대들은 다시 테레비로 눈을 돌린다.
배경화면의 위젯이며 아이콘들이 생기고 사라지고, 거래처담당자가 아까 왜 전화했었어???라고 연락이 올지언정
눈물을 머금고 내 핸드폰을 내주면 최대 30분은 조용해진다.
응원하는 팀이 져버리자 에잉~하고 채널을 돌리다보니
교육방송이 나온다.
"얔ㅋㅋㅋㅋㅋㅋ 너는 이거봐야지. 직업이 선생아니냐."
"쉬는날에는 좀 직업관련해서 건드리지맙시다 거."
동생은 학교선생님이다.
선생이 되겠다 결심하게 된게 놀랍게도 "반항하지마"의 "오니즈카"를 보고 나도 이런 그레이트티쳐가 되겠어!!!라며...
진짜 선생님이 된 놈이다.
(이상은 "오니즈카"인데, 현실은 "우치다야마"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잠시 옥신각신하다가 채널을 돌리려는데,
등 뒤에서 "돌리지맛!!!!"하는 급하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과목은 지구과학인가였고, 마침 화산이 쾅쾅터지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그걸 두 꼬마소녀들이 우와와와와아아아아앙~하고 보고 있었다.
예전에 회사후배한테 배운 동전숨기는 마술 보여줬을때 그 눈빛이었다.
"저것도 마술이야???"
"ㄴㄴ. 화산이라는 자연현상이야."
"화산? 보러가고싶어~."
"외국나가야 있어. 넌 여권없어서 안돼."
"여권은 또 뭔데???"
이렇게 그 테레비의 화산폭발장면은 동생들의 호기심포텐을 터트려버렸다.
꼴에 선생이고 당시에는 애아빠(진)이라고 애들한테 좀 딱딱하게 구는(츤데레)동생과 달리,
정신연령이 엇비슷한 내가 타켓이 되어 질문공세에 시달려야했다.
그러나 눈치없는 설명충인 나는,
지각과 멘틀, 환태평양조산대, 활화산과 휴화산등등
출신은 비록 문과지만 과학탐구는 1등급이었다구!!!라며 있는지식 없는지식을 뽐내었고,
아까까지만 해도 초롱초롱하던 동생들의 눈빛은,
강의 일찍 끝내줄께 연강합시다.라는 교수님의 말만 믿다가
시계를 보니 강의시간은 다 끝나가는데 끝낼 생각이 없으신 교수님을 보는
학부시절의 내 눈빛. 그것으로 바뀌어갔다.
"그러니까 마그마가..."
"몰라몰라. 큰오빠 어려워~"
내 말을 어려워하던 막내는 데굴데굴 굴러서, 되찾은 핸드폰에서 동생들이 마구 건드려버린 걸 원상복구 중이던 동생놈에게 간다.
"짝은오빠. 아까 그거 뭐야? 꽝하고 터지던거."
야야. 저거 사회선생이야 사회선생. 부전공도 윤리여. 천상 문과라 과학은 하나도 몰라요ㅋㅋㅋ라는 나를 무시하고,
"지구의 여드름. 여드름은 알지?"
라고 단 한마디로 설명해버렸다. 어?
하지만 나이가 깡패인지라 탱글탱글한 아기피부를 소유중인 이 두 꼬마들은 여드름을 얼른 이해못했다.
화산은 설명이 된것 같은데 여드름이 설명이 안되자, 입으로 먹고사는 동생은 잠시 망설였다.
훌륭한 교보재가 될 중학생 고등학생 동생놈들이 (공부도 안함씨롱) 마침 시험기간이라고 안왔다.
"아."
이 놈은 갑자기 내게로 오더니,
엎드려.라며, 나를 자반뒤집듯 뒤집더니 갑자기 내 웃옷을 벗겨버렸다 (네 이놈, 등짝을 보자. Ang???????)
"어휴....ㅆ...드러버라...씻고 다니냐???...자. 잘봐. 이게 여드름."
이 놈은 주저없이 내 등드름을 짜버리고는,
지구 안에서 뭉쳐있던게 이렇게 압력을 받아서 밖으로 터져나오는게 화산이라고 설명해주었다.
역시 선생님. 설명하는거 쩔더라.
엎드려있던 나조차도 유레카!!!!하며 고개를 끄덕였으니까.
두 꼬마소녀들은 그렇게 큰 깨달음을 얻었고,
30대넘어서 남의 손에 강제상의탈의당한 나는 수치심과 (등어리에 아픔)을 못이기고 방문을 뛰쳐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