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녀석 여권 발급으로 성북 구청에 가야 할 일이 있어 아들내미와 함께 오늘 오후에 택시를 탔습니다.
주행을 시작하자마자 바로 기사님이 600원 인상된 부분을 아냐고 물으시길래
뉴스를 접해 아는 부분이고 계산하실 때, 미터 요금에 600원 합산해서 받으시라고 말씀드렸죠.
그랬더니 바로 잘못된 인상이고, 인상하면서 오히려 기사들은 마이너스라고 하시더군요.
택시 회사만 배불려주는 정책으로 탁상 정책이라고 말씀하시길래
제가, 지방 택시 요금은 모두 올랐지만 서울만 오르지 않은 것이라... 특히, 심야 버스 운행으로 택시 기사님들에게 타격이 있을까봐
시행한 거 아니냐고... (솔직히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서 결론만 알지 과정은 뉴스로 접하지 못해 아는 바가 극히 적어서 무어라 답할 말이 없더군요)
드문 드문 아는대로 말씀드렸죠.
그런데 기사님이 자꾸 탁상 정책이고, 박원순 시장이 제대로 현장을 시찰하지 않고 벌인 일이라고 비판을 넘어선 비난을 하기 시작하더라고요.
더러 택시 기사님들 중에 새누리당 당원 같은 행동을 보이는 기사들도 있다는 말을 종종 들었던 터라
말을 섞는 것도 꺼려져 제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더니 참 나... 박원순 시장님을 공산당이라고 하더라고요.
(이 순간, 잔잔하던 감정에 작은 파문이 일어나며 저도 모르게 속사포 랩이 마구잡이로 튀어나왔답니다 ㅜㅜ )
저 -- 공산당이라뇨? 기사님 공산당 눈앞에서 본 적 있으세요? 공산당이 일개 택시 기사들 처우 개선 되라고
서민들 설득해서 기본 요금 올려준답니까? 택시 회사에만 이득이고 오히려 기사에겐 마이너스라면
박원순 시장을 비난할 게 아니라 600원 인상분이 택시 기사들에게 올 수 있도록 피력하고 타협하시면 되잖아요!!
라고, 저도 모르게 마구 이야기를 했습니다.
(솔직히 여기까지는 정말 순수하게 요금 인상에만 불만이 있는 양반인 줄 알았더니 점 점 점입가경의 말들을 하더군요)
택시 기사 -- 그래야죠... 아주머니 말씀이 맞네요... 그런데 혹시 그거 아세요? 박원순 아들이 롯데호텔에서 결혼했다네요.
결혼식에도 그렇게 말들이 많았대요... 비싼 호텔 결혼이라고... (룸미러로 제 눈치를 보네요 ㅜㅜ)
저 -- 롯데 호텔이 뭐가 비싸요? 기사님, 호텔 예식 등급을 잘 모르시나본데 ** 호텔이 우리나라에서 최고이고요,
그 다음엔 @@ 호텔이고... 롯데 호텔 정도면 5위도 못 되는 데에요.
제 주위에서도 비수기 때 롯데 호텔에서 결혼하는 사람들 많아요. 그리고 막말로 명색이 서울 시장인데 롯데 호텔 정도이면
딱 적당하죠. 돈 있으면 그 정도는 해줘야죠. 돈 있는데 왜 쓰지 말라고 합니까?
그거야말로 공산당이죠!!
택시 기사 -- 아... 롯데 호텔이 아주 비싼 데는 아닌가 보네요... 근데 그 아들이 백수라고 말이 많던대??
저 -- 백수래요? 박원순 시장님 정말 멋진 분이네요!!
청년들 요즘 실업률이 높던데... 본인이 한자리 한다고 권력으로 아들내미 취업시키지 않아서 더 맘에 드네요.
새누리당에 발이라도 하나씩 걸친 사람들 보세요. 지들 자리 이용해서 능력도 실력도 모자라는 애들,
검증도 안 된 지들 자식들을 행정관이니 비서관이니... 없는 자리도 만들어서 밀어넣는 몰염치한 인간들보다
훨씬 더 멋진대요?
백수 자식이 있는 게 흠이 아니라... 부족한 자식에게 맞지도 않는 감투를 집어 씌우는 인간들이 더 부끄러워 해야 할 일이죠.
기사님이랑 저랑 생각이 너무 많이 달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요... 박원순 아들도 알아서 본인 길 잘 찾아가겠죠.
할 걱정이 얼마나 없으면 시장 아들 취업난을 걱정하고들 계신지 ㅉㅉ
택시 기사 -- ... ...
저 -- 기사님이 박원순 시장 얘기를 꺼내서 하는 말인데요... 저 솔직히 눈감고 1번 찍어주는 노인분들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런데도 이번에 서울시에서 노인들만 사는 쪽방촌을 싹 다 리모델링 한다네요.
창문이 없어서 빛도 보지 못하고, 화장실도 없어서 아직도 요강을 쓰는 그런 동네를 깨끗하게 바꿔준대요.
창문도 내주고... 화장실도 만들어 주고...얼마나 멋집니까?
막말로 새누리당은 자기네 표밭인, 완전히 뭐 줍듯이 줏어대는 표밭인데도 그 노인네들에게 해준 게 뭐 있어요?
다음 선거에도 눈감고 1번 찍을 노인네들에게 그래도 남은 시간은 좋은 시절로 보내라고 박원순 시장이 앞장서는 거 아니에요.
그게 바로 멋진 거에요. 노인네들을 순 걸어다니는 표로 보는 새누리당이라면 해주겠어요?
지난 세월 대한민국 잘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예우를 해드리는 거 잖아요.
(열내며 말하다 보니 구청앞에 도착했어요 ㅜㅜ)
저 -- (내리면서) 기사님, 고생하셨고요... 말이 나온김에 ... 이명박, 오세훈 전임 시장님들이 진 빚을 박원순 시장이 많이 갚았다던데
함 찾아보세요, 아셨죠?
여튼 짧은 시간 동안 기사님이랑 박원순 시장님에 대해 짤막한 이야기를 나눴답니다.
정치 얘기 남들 앞에서 하는 거 별로 취미이지 않지만
오늘은 특별히 기사님의 지나친 적극성으로 저도 모르게 열을 좀 올렸던 것 같아요.
물론... 갈수록 제가 더 적극적이긴 했지만요 ㅎㅎ
제 성격과는 반대인 행동들을 서슴없이 보여줄 수 있었던 건,
박원순이라는 사람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함 때문이지 않을까...생각하게 되네요.
지난 가을쯤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SBS 궁금한 이야기 WHY라는 프로를 보던 중에 어느 노숙자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 노숙자의 마지막 순간에 비장감마저 느끼게 되었습니다.
가난한 손밖에 가진 것이 없던 그도 그의 가족도 서로에게 손을 내밀 수 조차 없는 상황에서 맞이한 쓸쓸한 죽음.
어느 지하철 역 화장실 바닥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그는 무연고 처리되어 여러 주인없는 시신들과 함께 합동 화장 절차만을 남겨놓았답니다.
그런데 그 안타까운 주검을 찾아간 유일한 사람이 바로 박원순 시장이었습니다.
퇴근길에 소주 한병과 국화 한송이를 사서 들고와서는 냉동고 앞에 서서 그에게 소주를 올려주고 국화 한송이를 앞에 놓아주고선
한참을 그 앞에 서서 발길을 돌리지도 못하다가 결국엔 조용히 속울음을 울던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박원순 시장에게 동화되었답니다.
쓸쓸한 죽음 앞에서 시장이 떠올린 생각과 다짐은 제가 미처 알 수는 없겠지만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사람에게 유일한 위로가 되어준 그런 사람이라면... 믿음을 실어주고 같은 편이 되어드려도 아깝지 않을 것 같아
오늘 함 제대로 오지랖 좀 떨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