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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story_445390
    작성자 : 성성2
    추천 : 20
    조회수 : 2283
    IP : 115.94.***.142
    댓글 : 19개
    등록시간 : 2016/05/09 11:23:03
    http://todayhumor.com/?humorstory_445390 모바일
    잠이 부족한 이야기
    옵션
    • 창작글
    내 인생에 부족한 것이 있다면 돈, 외모 그리고 잠이다.
    평소 잠을 조금 자는 것도 아닌데 (보통 10시에 잠들어서 6시 30분에 일어나니 남들 자는 만큼은 자는 것 같다.) 항상 졸린 눈으로 아침을 맞이하고
    남들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할 오후 1시가 되면 쏟아지는 잠을 이겨내지 못하고 워킹데드에 나오는 엑스트라 좀비가 돼서 서울 시내를 활보한다. 
    하지만 덤벼들거나 물지는 않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학창시절 나의 별명은 '또 자' 였다. "오늘은 절대 졸지 않고 학업에 전념하겠어!"라는 굳은 의지로 등교하지만 점심시간이 지나고 오후 수업이 
    시작되면 꾸벅꾸벅 졸고 깨워도 얼마 되지 않다 다시 졸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본 고1 때 담임선생님께서 나의 별명을 "또 자"라고 작명하셨다. 
    그리고 선생님은 항상 수업시간 문을 열고 들어오실 때 "야.. 성성이 깨워.." 라고 말씀하셨고, 내 짝이었던 민뽀라는 녀석은 나를 
    깨우고 본인은 잠들곤 했다. (민뽀의 별명은 민뽀 외에 "더자" 라는 별명이 하나 더 있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반에는 또 자, 더 자, 그냥 자 라는 
    잠의 3대장이 있었다. "또 자"인 나는 깨워도 계속 자고 있어서 "또 자" 였고, "더 자"인 민뽀는 깨워놓으면 마치 최면에 걸린 사람처럼 비틀거리는 
    모습에 그냥 너는 잠이나 더 자 라고 해서 "더 자"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그냥 자" 라는 녀석은 수업시간마다 취권을 했는데 잠을 이겨내기 
    위해 수업 도중 세수를 하러 밖으로 뛰쳐나가기도. 한밤중 외로움을 달래며 무릎을 바늘로 찌르던 청상과부처럼 자신의 무릎을 샤프로 콱콱 
    찌르는 등 잠을 깨기 위해 노력했지만 잠을 이겨내지 못하는 녀석의 안쓰러운 모습에 선생님은 너는 그냥 좀 자 라고 불렸다. 우리 셋의 공통점이 
    있다면 교과서가 무언가에 의해 항상 흥건히 젖어 있었다는 것이었다. 확실한 건 교과서를 적시는 그 액체의 정체가 눈물, 콧물은 아니었다. 

    지난 연휴 큰형 부부가 반나절 삼삼이를 봐준다고 해서 삼삼이가 태어나고 처음으로 와이프와 단 둘이 데이트라는 것을 했다. 연애할 때 기억을 
    떠올리며 청계천에서 중국인 관광객 취급을 받긴 했지만 거닐면서 행운의 동전도 던져보고, 미친 마늘에 가서 느끼한 고기에 더 느끼한 파스타도 
    먹었다. 와이프는 집에 삼삼이가 잘 있을까 하며 계속 걱정했지만, 우리 효자 아들은 조카 녀석과 스타워즈 놀이를 하며 잘 놀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와이프가 그렇게도 보고 싶어하던 "미국대장 내전 편"을 보러 갔다. 와이프는 미리 아이맥스 삼디를 미리 예매한 나의 준비성에 3년 
    하고도 2개월 만에 적절하게 감동했으며, 팝콘과 음료수는 자기가 사겠다고 흥분해서 총총 뛰어가는 모습은 연애할 때 모습 같았다.
    벌써 결혼한지 6년.. 나는 머리가 좀 더 벗겨지고, 와이프는 팔뚝이 약간 굵어 진 거 빼고는 변한 게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와이프는 개봉 전부터 잘생긴 연놈들이 현실에서 입으면 민망한 쫄쫄이를 입고 종합선물세트처럼 등장하는 미국대장 내전 편을 기다렸다.

    "오빠는 강철협객 편이야? 아니면 미국 대장 편이야?"

    "흑과부 소속이 어디지?"

    "아마 강철협객 쪽일걸.."

    "그럼 당연히 강철협객이지. 어떻게 여자 패는 놈 편을 들 수 있어?"

    "미국 대장편에도 여자인 적마녀가 있는데?"

    "걔는 아직 어려서 여자로 보기에는 좀.."

    영화 시작 전부터 헛소리한다고 맞았다. 

    그리고 영화가 시작됐다. 영화 초반 추격전과 액션 장면이 지나 강철협객과 미국 대장의 지루한 말싸움이 계속됐다. '사내자식들이 말이 뭐 저리도
    많아 그냥 둘이 치고받고 술 한잔 하면서 화해하면 되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와이프가 내 옆구리를 가격했다. 
    와이프 말로는 집중해서 영화를 보고 있는데 누군가의 코 고는 소리가 관람을 방해해 주위를 살펴봤는데 풀 뜯는 기린처럼 내 목이 반대쪽 사람으로 
    휘어져 있고 반대쪽 사람을 향해 경쾌한 굿거리장단으로 코를 골고 있었다고 한다. 와이프는 작은 소리로 내 귀에 속삭였다.

    "어떻게 이런 영화를 보고 잘 수 있어? 졸지 마 좀.."

    다시 영화에 집중했다. 하지만 강철협객과 미국대장은 여전히 말만 많았고 이번에 나는 모가지가 길어 슬픈 사슴이 되었고, 구슬픈 소리를 내던 
    그 가련한 사슴은 난폭한 폭군 사냥꾼에게 목이 잡혀 두들겨 맞았다.   
    출처 아 졸려 죽갔네.. 아침부터..
    출처
    보완
    2016-05-09 11:28:56
    14 |
    왕십리에서 같이 미국대장 내전편 감상하던 관객분들 특히 제 오른쪽 계신 사나이에게 죄송합니다.
    성성2의 꼬릿말입니다
    나는 지방을 갈 때 기차를 이용하지 않는 편이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의자에만 앉으면 즉시 렘수면에 빠지는 나는 목적지에서 제대로 일어나지
    못한 경우가 허다했다. 전주 가려고 기차를 탔다가 여수 밤바다를 강제로 구경한 적도 있었고, 대구를 가려다 부산까지 가서 돼지국밥을 먹고 
    온 적도 있었다. 얼마 전 대구 출장을 갔을 때 급한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KTX 타게 되었다. 도착시각보다 10분 정도 전으로 핸드폰 알람도 
    2개나 맞춰놨고, 와이프에게 전화해 도착 전에 전화를 꼭 좀 해달라 부탁했지만 불안함을 가시지 않았다. 

    '잠들면 절대 안 돼' 라는 마음으로 두 눈을 부릅뜨고 책을 읽고 있는데, 비어 있던 옆자리에 정장 양복을 입은 중년의 아저씨가 앉으셨다.
    정중하게 정장을 입은 댄디 중년 아저씨께 염치불구하고 부탁을 하기 위해 말을 걸었다.

    "아저씨 혹시 어디까지 가세요?"

    "동대구까지 가는데 왜요?"

    정말 잘 됐다. 

    "저 아저씨 정말 죄송한데 저도 동대구까지 가는데요. 혹시 제가 졸고 있으면 좀 깨워주시겠어요. 제가 기차만 타면 잠드는 체질이라.."

    "아.. 내가 깨워 줄테니 걱정하지 말고 자요.."

    나는 고마움에 미리 사놓은 17차 한 병을 아저씨에게 드리고 숙면에 들어갔다. 

    삼삼이가 내 아이스크림을 뺏어 먹는 악몽을 꿔서 벌떡 일어났다. 그 모습을 본 아저씨는 이제 김천 구미도 못 왔고 아직 동대구 도착
    하려면 시간이 있으니 편하게 더 자라고 하셨다. 총명한 눈빛과 중저음의 목소리는 너무 믿음직스러웠다. 
    그렇게 나는 또다시 깊은 수면에 빠졌다.

    그리고 얼마 후 아저씨가 나를 깨우셨다.

    "감사합니다. 곧 동대구인가 봐요?"

    아저씨는 잠시 말씀이 없으셨다. 

    "저기.. 미안한데.. 동대구는 지나쳤고, 울산이에요." 

    아저씨는 잠자는 KTX의 추남을 바라보다 같이 잠들었다고 한다. 울산역에서 아저씨는 내게 연신 미안하다고 하셔서 내가 더 부담스러웠다.

    "아저씨... 괜찮아요.. 그래도 아저씨 아니었으면 아마 부산까지 갔을걸요."

    "뭐.. 그렇게 생각해주면 다행이고...그래도 미안해요. 기차에서 이렇게 잠든 적이 없었는데..."

    "아닙니다. 저 때문에 아저씨도 못 내리셨는데요."

    아저씨께서 사주신 레쓰비 캔 커피를 마시며 "저 여기서 내려요~" 라고 했던 CF 속의 그 여자가 문득 생각났다.
    그 여자 무사히 내려서 시집은 갔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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