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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가 태어난지 30일째네요. 밤낮으로 힘들어 죽을것 같습니다.. 고로 덧글을 못다는건 이해를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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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헤어진 이후로는 어떻게 또 만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문득 교육원에서 받은 과제가 생각났다. 독서지도교육이라는 과제로 대상자를 한명 정해서 같이 책을 읽으며 진행상황을 리포트로 내는 과제였다.
미영이도 책을 많이 읽는 편이고 같이 책에관한 이야기도 종종 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이거면 분명 한다고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미영이한테 연락을 해서 내가 이런 과제를 해야 하는데 서울에 아는 사람이 없어서 좀 도와달라고 말을 했다.
미영이가 흔쾌하게 허락해 주면서 어떤 방식으로 하는 거냐고 물어봤는데 일단 다음에 알려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마음속으로는 주제를 ‘독서를 통한 인간관계 개선’으로 잡고 있었다.
첫 번째 주제는 북촌으로 잡고 북촌을 한번 둘러본 뒤 관련 도서를 읽고 다음에 거기에 대해서 토의를 하기로 했다. 이래야 둘이서 어딘가를 갈 구실을 만들기 쉬웠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미영이랑 연락한지 3주째 일요일! 우리는 북촌한옥마을을 가게 되었다.
그 주 금요일 나는 교육원 사람들과 저녁겸 술을 한잔 하고 있었다. 그곳의 특정상 나이 많으신 분들이 많았는데(누님들이 참 많았음). 1학기 때는 여자 한번은 사귀어 보았다고 허세를 부렸었으나(허세도 딱 한번 사겨보았다고 했음......) 이번에 한 번도 사귀어 본적 없음을 고백하고 조언을 구걸했다. 누님들 뿐 아니라 연애좀 해본 동생들에게도 계속계속 물어봤다.
이러이러한 상황인데 얘는 나에게 어떤 맘이 있는걸까? 없는걸까? 하는 게 주된 질문이었다. 사실 내가 쓴 글만 보거나 말만 들으면 어떤 감정이 있는듯해 보이는데 실제로 둘이 있을 땐 미영이가 날 진짜 편하게 느끼는 오빠로 대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약속을 계속 잡으면서도 어떻게 해야 이 관계를 바꿀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동생들은 마음이 있는 거라는 말을 많이 하고 누님은 반반이라고 그냥 친오빠처럼 생각하는 말을 해줬다.
그런데 약속 이틀 전에 미영이가 전화를 해서 여동생이 지금 수원에 왔는데 집에 혼자 있게 할 수가 없어서(미영이는 수원에서 언니랑 둘이 자취중이었다) 같이 셋이서 만나면 안 되겠냐고 물어보는 게 아닌가.
일단 알았다고 하고 또 조언을 열심히 구하는데 이건 동생한테 너를 보여주고 판단하게 하려는 거라는 의견과 그냥 너한테 아무생각이 없는 거라는 의견으로 갈렸다. 그날도 침대에 누워서 수없이 고민하다가 밤늦게 잠이 들었다.
그리고 약속한날 전에 미영이가 골라준 옷으로 입고 나갔는데 또 약속시간 한참 전에 도착해서 한참을 서성였다. 미영이랑 미영이 동생을 만나서 안국역에서 출발해서 북촌을 한 바퀴 돈뒤 정독도서관, 감고당길을 거쳐 인사동을 구경하고 종각역 근처에서 저녁 먹고 청계천을 구경하는 게 머리를 굴려 만든 그날의 코스였다.
그렇게 북촌부터 구경을 시작하는데 전날 열심히 살펴본 덕으로 북촌의 유래서부터 이것저것 설명해 줄 수가 있었다. 이곳이 조선시대 양반들의 중심지라느니, 이곳이 북촌 8경이라고 사진찍기 좋은곳 이라느니, 윤보선 생가라던가 정독도서관의 역사 등등
그러면서 구경할 때 미영이가 동생사진을 엄청찍어주고 나보고 동생이랑좀 같이 찍어달라고도 하고 하는데 속으로 미영이랑 둘이서 같이 엄청 찍고 싶었는데 같이 찍자는 그 말 한마디를 꺼내는 게 너무나 어려웠다. 미영이는 ‘오빠 찍어 줄게요’하면서 포즈 잡으라는데 나는 미영이랑 같이 찍고 싶었을 뿐이고…….
결국 지금 와서 그때 찍은 사진 보면 나 혼자 찍은 사진만 몇 장 남았다. ㅋㅋㅋㅋ
인사동에서는 미영이가 자기 동생을 얼마나 챙기는지 동생 잡은 손을 놓으려고 하질 않았다.(동생이 이때 고2였음). 또 뒤에서 그걸보며 혼자 부러워하고 ㅜㅜ
쭉 걸어 내려와 셋이서 샤브샤브 먹고 마지막으로 청계천에 갔다. 이때 청계천에서는 등불축제가 한창이었다. 사실 이날 등불축제 간게 3일 연속으로 간거였는데(금, 토, 일 연속 아는형따라 한번 교육원 사람들이랑 한번 갔었음) 미영이랑 오고 싶었기 때문에 등불 축제 있다고 구경 가자고 말했다.
미영이는 등불 예쁘다고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사진 찍고 난리인데 나는 이미 본 것이기도 해서 뒤를 따라가면서 등불보다는 미영이만 쳐다봤다. 관심 못 받아도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해지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뿐이었다.
등불을 구경하고 근처 베스킨라빈스에 가서 아이스림을 먹는데 교육원 동생한테 전화가 왔다. 그걸 보더니 미영이가 ‘오빠 여자에요? 올~~ ㅋㅋㅋㅋ’ 하고 웃는데 진짜 질투라곤 눈 씻고 봐도 안보여서 속으로 엄청 좌절했다.
셋이 이야기 하다가 미영이가 갑자기 부모님이 두 분 이서 이 근처에서 데이트한다고 집에 태워달라고 하겠다는 게 아닌가(원래 집은 청주인데 두 분이서 자주 멀리 데이트 가시는 듯)
괜찮다는데도 태워주겠다고 해서 엉겁결에 미영이 부모님까지 만나게 되었다. 근데 그냥 편하게 생각하는 오빠니까 부모님 만나는 것에도 별 신경 안쓰는것같은 느낌이 들어서 또 혼자 우울해했다.
그렇게 만나서 미영이네 차를 얻어 타고 가는데 그렇게 분위기 밝고 웃음 많은 가족은 처음이었다. 아들만 셋인 우리집이랑 딸이 많은 집이랑은 분위기가 다르구나 하고 생각했다. 여하간 차를 얻어 타고 와서 내리는데 어머님이 오늘 수고했다고 자취하는데 먹으라고 조기 몇 마리랑 과일을 좀 주셔서 감사히 받았다.
차에서 내리기 전에 미영이가 ‘다음 주 금요일 무슨 날인줄 알죠? ㅋㅋㅋㅋ' 하고 막 강조하는데 그날이 미영이 생일인거 알고 있던 터라 생일 아니냐고 했더니 ’아시는구먼~‘ 하면서 웃었다.
곧 집에 도착해서 인사하고 내려서 집에 오는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만나면 만날수록 점점 더 좋아지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미영이는 나를 남자로 보고 있지는 않은 것 같은데 또 어떻게 해야 하나.
집에 들어와서 씻고 누웠는데도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어서 수없이 뒤척이다가 다시 일어나서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자주 접속하는 사이트의 질문게시판에 글을 썼다. ‘29살 모태솔로인 남자입니다.’ 의 제목을 가진 연애 상담글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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