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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6일이 임시공휴일이 됬네요. 하지만 저는 어린이날처럼 사람이 많이 나오는 날엔 집에있는것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그건 제 생각일 뿐이죠...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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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기로 약속 잡은 날은 그 다음 주 일요일이었는데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늦는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아서 좀 일찍 출발했는데 너무 서둘렀는지 약속시간보다 20분은 먼저 도착했다.
그런데 미영이는 좀 늦는다고 연락이 와서 한 40분쯤 초조하게 역안에서 오거니 가거니 했었다. 화장실도 들락날락 하면서 거울도 보고 ㅋㅋㅋ
그러다가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내가 잠깐 화장실간 사이에 미영이가 도착해서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서둘러 나가보니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고 있더라. ㅋㅋㅋㅋ
그렇게 만나서 같이 근처 마리오 아울렛을 돌아다니는데 뻥안치고 존나 행복하더라. 사실 여자사람이랑 둘이서만 그렇게 많이 대화하고 돌아다닌 건 처음이었다.
1년 전만했어도 좀 어버버거렸을텐데 그해 반년동안 교육원 다니면서 누나들 아줌마들이랑 친해지고 이야기 많이 한 게 도움이 됐다. 여자랑 같이 이야기하는 것에 두려움을 좀 극복했다고나 할까.
미영이가 워낙에 발랄하고 붙임성이 좋은 아이라 가벼운 이야기에도 빵빵 웃어줘서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렇게 옷 고르고(옷 사는데 20만 원 이상 써본것도 이날이 처음이었음....) 미영이가 밥은 집에 가기편하게 수원가서 먹자고 해서 수원역으로 지하철을 타고 갔다.
처음에 타니까 자리가 따로 있었는데 빈자리에 미영이 앉게 하고 앞에 서서 계속 이야기 하고 싶었는데 엉거주춤 반대쪽 자리에 가서 앉게 됐다. 그냥 반대쪽에 앉아버린 나는 소심한 남자 ㅜㅜ
미영이가 꾸벅꾸벅 조는 사이에 옆자리가 비어서 재빨리 옆으로 갔는데 미영이가 깨더니 깜짝 놀랐다. 언제 왔냐면서.
그렇게 이야기 하다가 창밖으로 교회가 많이 보이기에 교회 참 많다는 생각을 하면서 보고 있는데 미영이가 내 시선을 보더니 ‘오빠 뭘그리 봐요?’ 하면서 창밖을 봤다. 그런데 그때 창밖으로 모텔이 휙휙 지나가더라.
미영이는 막 웃으면서 ‘오빠 지금 무슨생각 하는거에요? ㅋㅋㅋㅋㅋ’ 하고 막 놀리는데 나는 그저 얼굴 빨개져서 아무 말도 못하고 웃기만 했다.(25살 넘어서 동정 유지하면 마법사가된다고 누가 뻥친거임? 마법사된지 4년지나도 그런거 없었음 ㅜㅜ)
수원역 앞에 도착하긴 했는데 사실 가산역 근처 음식점 한번 검색해보고 간 거라 딱히 갈 곳이 없었다. 그런데 미영이는 쿨하게도 ‘가다가 땡기는데 들어가요 오빠’라고 말하더라. 그래서 걷다가 성대앞에서 한번 먹어봤던 콩불에 들어갔다.
들어가서 오늘 옷 골라줘서 고맙다고 밥 사주겠다고 하고 주문하려는데 알바가 하는 말이 오늘 재료가 다떨어져서 1인분뿐이 안 남았다고 그냥 고기먼저 먹지 말고 처음부터 밥이랑 볶아먹는것이 어떻냐고 물어보더라 ㅋㅋㅋㅋ
좀 당황하다가 밖에 춥다고 그냥 먹자고 해서 1인분에 밥두개 볶아먹는데 미영이는 그래도 웃으면서 맛있게 먹어줘서 참 고마웠다. 그때가 그렇게 늦은 시간도 아니었는데 재료를 조금 준비한건지 우리 뒤에 오는 손님들도 다 돌려보내고 우리가 맨 마지막까지 먹다가 나왔다.
밥 먹고 미영이가 집에 들어간다고 오빠도 서울 올라가라고 했는데 그날 처음으로 용기를 내서 집에 바래다주겠다고 했다. 원래 우리 소모임 친구들끼리 모일때마다 항상 바래다주고 싶었는데 그 말을 못해서 다른 녀석들이 바래다주는걸 보기만 했는데 이날은 둘만 있어서 그랬는지 어떻게 말을 꺼내긴 했다.(여자사람 집에다 바래다 준것도 이날이 처음 ㅋㅋㅋ)
그렇게 시내버스 타러 가는데 미영이가 얼마 전에 자기 첫사랑한테 전화 왔었는데 기분이 묘했다는 말을 하는데 얘가 나를 진짜 편한 오빠로만 보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서 가슴이 아팠다.
집에가는 버스를 타는데 바로가는 버스랑 돌아가는 버스가 있다고 돌아가는 길은 수원화성을 끼고 가는거라 경치가 좋다면서 오늘 기분도 좋으니까 화성구경도 하면서 가자고 했다. 그렇게 버스를 탔는데 미영이가 창가에 앉고 나는 그 옆에 앉았다.
화성야경 보면서 MP3로 같이 음악을 듣는데 마음이 아주 싱숭생숭했다. 피곤한지 미영이는 꾸벅꾸벅 조는데 나는 그 모습을 대놓고 보지도 못하고 흘낏 보면서 미영이가 머리를 내 어깨에 기대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했다.
중간에 미영이가 깨서 ‘오빠는 졸리지 않아요?’하고 묻는데 너라면 좋아하는 사람이 옆에 있는데 잠이 오겠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냥 피곤하지 않다고 둘러대기만 했다.
그렇게 버스정류장에서 내려서 미영이네 집 쪽으로 걸어가는데 길가에 놓인 쓰레기를 보면서 하는 말이 사람들이 너무 개념이 없다고 얼마 전에 꼬마애가 쓰레기를 함부로 버려서 주의를 줬더니 부모가 더 성을 내더라는 말을 했다.
그래서 그런 부모 밑에서 그게 옳은 건지 알고 크니 꼬마애가 더 불쌍하다는 말을 했더니 오빠는 자기랑 생각이 비슷하다고 좋아해서 너무 행복했다.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다가 아파트 입구에서 미영이가 여기선 자기가 알아서 가겠다고 해서 거기서 헤어지게 되었다. 그렇게 헤어지고 돌아오면서 내가 진짜로 푹 빠져 버렸다는 걸 알았고 이번에야말로 용기를 내보겠다고 다짐했다. 이때가 10월 말일이었으니.. 서른살을 딱 두달남긴 시점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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