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하염없이 불꺼진 계단에 앉아있는다.</div> <div>이미 약속 된 시간은 지났지만 일어날순없다.</div> <div>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엉덩이의 감각이 사라져간다.</div> <div>얼마나 지났을까, 뒤에서 밝은 빛이 흘러나온다. </div> <div>동시에 풍기는 군내의 원인은 초조함을 감출 수 없었던 그의 한숨이리라</div> <div>"형님, 30분째인데 전화 한 번 해야하는거 아닐까요?"</div> <div>"..."</div> <div>차가워진 엉덩이 두짝을 살며시 들어올리고 그 밑에 손을 깔고 다시 앉는다</div> <div>"5분 10분도 아니고 30분이라니, 너무하네 진짜!"</div> <div>"..."</div> <div>역시 동정은.. 급하다. 대꾸하지않고 계단 난간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는다</div> <div>"..."</div> <div>"..."</div> <div>침묵속에 몇 초, 몇 분이 지났을까 밑에 깔아둔 손을 빼내는 순간 다시 밝은 빛이 떠오른다</div> <div>"가자"</div> <div>"..역시 형님, 따르겠습니다"</div> <div>"...더 존경해도 괜찮아"</div> <div>한 손엔 비품캐리어 한 손엔 사람 하나는 들어갈만한 파란 통</div> <div>목적지는 607호, 자연스레 마스터키로 문을 따고 들어간다</div> <div>문을 열자 풍겨오는 퀘퀘하면서도 생리적인 불쾌감을 일으키는 향취, 그러나 익숙하다</div> <div>곧장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하면서 방전체의 불을 킨다</div> <div>한 눈에 들어오는 사랑의 흔적들</div> <div> </div> <div>그렇다. 이 곳은 신촌에 위치한 XX모텔</div> <div> </div> <div>바닥에 널부러져있는 휴지, 가운, 그 외 등등 비품들, 편의점 음식들</div> <div>묵묵히 작은 쓰레기 먼저 장갑을 낀 체 하나 하나 주워서 통에 던져넣는다</div> <div>문득, 정체모를 위화감에 방 전체를 둘러보지만 찾을 수 없다</div> <div>..아니다 분명 무언가 잘못되었다.</div> <div>평정심을 되찾기 위해 침대에 걸터앉으니 푹신한 침대의 감촉이 전해져온다</div> <div>아까보다 몇 배는 강해져오는 위화감에 뒤를 돌아 빠르게 침대를 확인한다</div> <div>..찾았다</div> <div>..아닐꺼야</div> <div>..믿고싶지않아</div> <div>..난 그들을 믿어</div> <div>밀려드는 절망감에 두 손으로 얼굴 전체를 감싸고 말한다</div> <div>"..어이, 신참 ...욕조다"</div> <div>"...대체 무엇을 깨달으신겁니까"</div> <div>도저히 눈을 마주볼 용기가 없어 그의 시선을 피한다</div> <div>나의 태도에 느끼는게 있는것인가, 그도 말없이 자세를 바로잡고는 심장 부근을 두 번 두드리고 화장실로 향한다</div> <div>하지만 나는 알고있다</div> <div>그가 마주하게 될 시련을.. 동정인 그가 그 시련앞에 무릎꿇을수밖에 없다는 것을..</div> <div>또 한 영혼이 절망에 빠지는 것을 막지못했다는 죄악감에, 무거워진 발걸음으로 화장실로 향한다</div> <div>신참은 반쯤 실성한체 부들거리는 손으로 어디엔가 전화를 걸고 있었다</div> <div>"겨...경찰...ㅂ..불러야..살인...."</div> <div>신참의 손에서 재빨리 폰을 빼앗고 멱살을 움켜잡으며 일갈한다</div> <div>"멍청한 녀석, 똑똑히 봐라! 살인? 아니.. 오히려 그 반대다"</div> <div>새하얀 도화지에 화홍붓으로 새빨간 묵을 흩뿌린듯한.. 그것은 위대한 대자연의 흔적</div> <div>내가 느꼇던 위화감의 정체는 새하얀 도화지 즉, 침대를 감싸고 있어야 할 시트지의 부재</div> <div>멱살을 움켜 쥔 나의 손이 떨려오는 것은, 그것을 알면서도 신참을 보내야만 했던 나의 무력함</div> <div>신참의 반응은 실로 격했다</div> <div>"아니야..이건...이건....그냥...어디 베이거나....그쵸??</div> <div>".."</div> <div>"거짓말이야! 난 안속아!! 탐욕스러운 돼지야!!"</div> <div>".."</div> <div>"그래.. 지금 제가 동정이라고 그러시는거죠? 알겠어요 속아줄게요"</div> <div>".."</div> <div>"나만 몰랐던거야? ..나만 모쏠이었어"</div> <div>".."</div> <div>"..받아들이겠습니다"</div> <div>"..그래..힘들겠지만.. 받아들여야해"</div> <div>나는 욕조에서 시트를 걷어 화장실을 나가려다 신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div> <div>녀석의 멍한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고 나는 화장실에서 나오며 조용히 말한다</div> <div>"화장실이 더럽다.. 5분 정도 여유있으니까 빨리 청소하고 나와라"</div> <div>문을 닫으며 들려오는 오열 소리를 모른체하고 일부로 청소기를 크게 틀고 청소를 해간다</div> <div>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침대 새 시트를 까는게 여의치 않다</div> <div>한 쪽을 당기면 한 쪽이 빠져나오다보니 여간 까다롭지않다</div> <div>인내심을 갖고 다시 한 쪽을 당기는데 어느샌가 신참이 반대쪽에서 잡고있다</div> <div>녀석은 붉어진 눈길로 나를 똑바로 바라본다</div> <div>서로 말은 하지않는다 그저 서로 마주보고 서서 이불을 팽팽히 당기고 침대 위에 얹는다</div> <div>이제는 인정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말로 꺼내지는 않는다</div> <div>"이봐, 신참! 할 수 있겠나?"</div> <div>"네! 끝까지 따르겠습니다! 많은 가르침 부탁드립니다!"</div> <div>방에 있는 모든 불이 꺼진다 덜그럭덜그럭 소리를 내며 문이 닫힌다</div> <div>방안엔 정적만이 감돌다가 바깥이 소란스러워지면서 문이 열린다</div> <div>"오빠..나 오늘 그날인데?"</div> <div> </div>
그리고 나는 알바 3일째, 모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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