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 남자 둘이 장보러 왔다가
아무 뜬금없이 아버지의 연애에 대해서 궁금해졌어요
막 남자들끼리 모이면 연애담 무용담 같은거 말하잖아요?
근데, 부자지간에 이런류의 토크는 한번도 한적이 없어서 (어머니도 없겠다???) 물어봤어욬ㅋㅋㅋ
子 : 아버지, 결혼하시기 전에 연애 많이 하셨어요?
父 : ㅇㅇ 많이는 아니고 4~5번?
子 : 오~ ㅋㅋ
솔직히 아버지가 남방계 미남형에다가 태권도를 하셔서 몸도 좋아서, 젊은시절 아가씨들 꽤나 만나셨겠다라는 추측만 가득했는데,
그냥 던져 본 질문에 갑자기 흥미진진해졌어요, 고등학생때 신혼인 남자선생님의 그 날이 궁금한 거처럼 ㅎㅎㅎ
프라이버시를 위해 마지막 연애인 어머니와의 만남만 적어보자면
큰이모 학교 친구들이랑 아버지 학교 친구들랑 고딩때 단체로 소개팅을 한적이 있었는데,
물론, 두분이 커플은 아니셨어요 (안심)
이때 두분이서 친분을 좀 쌓으셨는데, 아버지가 후에 사우디에 일하러 갔다오시는 바람에 노총각으로 지내고 있을때 만날 기회가 있었답니다.
큰이모 : 친구야, 내 여동생 중에 결혼 안한 애가 있는데 만나볼래?
父 : ㅇㅇ 콜
당시 아버지는 결혼 적령기를 살짝 지나치셔서 할머니한테 압박 당하고 있다고 하셨어요 ㅋㅋㅋ
그래서 물불 가릴처지가 아니셨어요 ㅋㅋㅋ
그리고 큰이모 주선으로 어머니와 1:1 만남을 가진 뒤, 몇번의 만남 더 가지고 날짜를 잡으셨다고 했어요
저는 큰이모랑 아버지가 친구라는 것도 처음 알았고, 왜 결혼을 늦게 했는지도 알아서 연애담 끝인가 싶었는데
父 : 근데, 결혼 한달 전인가? 내 친구 민식이(가명) 있지?
子 : 예, 그 택시기사 하시던 아버지 친구요?
父 : ㅇㅇ 걔 여동생이 갑자기 전화해서 어디 방파제 쪽에서 만나자고 하더라
子 : 여동생이 왜요?
父 : 몰라. 암튼 가서 만났지.
근데, 만나자마자 갑자기 울고불고 지금 만나는 여자랑 결혼하지 말라고 ㅋㅋㅋㅋ
나랑 만나자고 ㅋㅋㅋ 안그러면 바다에 뛰어들거라곸ㅋㅋㅋㅋ
알고보니까 아버지 베프중에 여동생이 한분 계셨는데, 평소에 아버지를 마음에 품고 있었나봐요
근데, 사우디에서 돌아온 아버지가 노총각이라 혼사시기를 급하게 잡았다는 소식을 듣고....
(당시에는 폰이 없으니 유선전화로 밖에 소식을 알 수 없었음)
여동생 분이 멘붕이와서 급하게 아버지랑 만나자고 했는데,
아마도 아버지가 거절할 것 같으니까 방파제에서 막 바다로 뛰어들거라고 반강제 협박을 ㅋㅋㅋㅋㅋㅋ
그거 말린다고 1시간동안 실랑이 벌였다나봐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여곡절 끝에 친구 민식이 집에 연락해서 '여동생 잡으러 와라'고 하셨데욬ㅋㅋㅋㅋㅋㅋㅋㅋ
민식이 아저씨는 빛의 속도로 택시를 몰고 와서 여동생을 끌고 집으로 가셨다곸ㅋㅋㅋㅋㅋㅋㅋ
가끔씩 아버지가 고향에서 민식이 아저씨랑 술자리하면 고정적으로 나오는 스토리라고 합니다 ㅋㅋㅋㅋ
아무튼, 마트에서 부자지간에 수다 떨고 가려는데 문득 드는 생각이...
子 : 아버지, 그러면 만약에 그때 여동생이 붙잡았다면 제 어머니가 바뀌었을수도 있었겠네요? ㅋㅋㅋ
父 : ㄴㄴ 니가 안 태어나고 다른 OO이가 나랑 장보고 있었겠지? ㅋㅋ
子 : !!!!!!!!!!
父 : 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어머니한테 말하지 마라 ㅋㅋㅋㅋㅋㅋ
막 이때 영화 나비효과가 생각나더라고요 ㄷㄷ
농담으로 했던 말인데 집에가는 길에 소름이 ㄷㄷ
요약
1. 우연찮게 아버지 연애담 들음
2. 어머니가 바뀌었을수도.... 아니, 내가 태어나지 못했을수도 있었음 ㄷㄷ
3. 아버지 존잘러라는 자랑 (근데, 난 왜 얼굴이 친탁 못했는지 통탄스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