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를 상당히 밋밋하게 달았는데요 ㅠㅠ
갠적으론 근래에 본 로맨스 영화중 손가락 안에 꼽힐만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영화는 시사회는 아니고, 서촌의 작은 공간에서 빔프로젝터 틀어놓고 봤습니다.
영화감독님과의 한시간 넘은 대화도 하고요.
갠적으론 영화 자체도 상당히 좋았지만 감독님의 입담도 굉장히 재밌었습니다! (정식gv에선 못하실 말씀도 하시곸ㅋㅋㅋㅋㅋㅋㅋ)
영화는 1부와 2부로 나뉘어져있습니다
1부는 반 다큐멘터리입니다.
영화상에서 영화감독과 통역하는 인물들이 고조에서 영화촬영을 위해 여러 장소를 다니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내용을 담습니다.
실제로 영화감독님께서 고조시? 군?쪽에 영화촬영을 위해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는데, 그 과정에서 뵙게된 분들을 찍었다고 하시더군요
사실 로맨스를 기대하고 가신다면 1부에서 당황하실 수도 있지만,
몰락해가는 도시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정말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건 그 자체로도 재미있고,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갠적으론 꽤 만족하면서 봤습니다.
오래된 분들의 삶과, 공간에 서린 기억같은 내밀한 이야기를 의외로 잘 뽑아내셨더군요.
인터뷰는 사실 방어기제때문에 어렵다고 하시는데 ...
각본을 촘촘하게 하나하나 다 짜셨기에 그나마 이렇게 촬영할 수 있다고 하셨더라구요
아무튼 영화상 감독은 그들을 하나하나 만나며 공간과 사람들 사이에서 영감을 받습니다.
굉장히 이질적인 장면이 두 개 있는데 그 장면이 감독의 영감을 나타내지 않았나 싶네요.
하나 짚고가고싶은게 1부의 화면은 세라픽? 하여튼 단조로운 색감을 가졌습니다
그 이유가 도시를 미화하고 싶진 않고, 그저 담담하고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서라고 하셨는데
개인적으론 <지슬>생각나고 좋았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을 살짝 가리고, 2부의 젊고 풋풋한 내용과 확실히 반대되는 내용을 잘 드러냈습니다
특히나 1부의 많은 장면들이 2부에서 다시 쓰이는데 그 때 느낌은 1부에서 볼 때와 확연히 다르더군요.
2부는 그런 1부의 감독이 지어낸 이야기입니다.
한국에서 온 여자가 고조의 남자와 만나는 내용입니다.
낯선 여행지에서 낯선 상대를 만나 꽁깃한 내용을 다루는 것 어디서 많이 보지 않았나요?
네 맞습니다 "비포선라이즈"같은 내용이죠.
정말 영화에선 비포시리즈처럼 남녀가 대화를 주고받습니다.
그 가운데 먼저 호감을 갖는 남자가 보이는 귀여운 행동들, 그걸 주고받으며 교류를 하는 여자의 느낌이 잘 살아있습니다.
특히나 침묵의 순간에는 주변 소음으로 소리를 메우고, 둘 사이의 작은 제스쳐같은게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들게 하더군요.
너무 과하지도 않고, 자연스러운 감정의 흐름을 쫓아가다보면 영화상 하루가 지나가있습니다.
내일 저와 같이 소노하라?에 가실래요?
글쎄요, 라면서 거절을 하려 하지만
한국에서 온 한 통의 전화에 여자는 낯선 남자에게 한 번 더 기대게 됩니다.
오히려 너무 친한 사이면 못할 말도 생기고, 하고싶은 말도 참아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여행지에서 만난 낯선 상대면 오히려 그 부담감이 덜하죠.
물론 비포시리즈처럼 미주알고주알 다 떠들진 않지만, 딱 적정선을 지켜가며 영화는 줄다리기를 합니다.
크 ㅠㅠ 제 필력이 모잘라 얼마나 이들이 사랑스럽고 꽁깃한지 적을 수가 음네여 ㅠㅠㅠㅠㅠㅠ
암튼 근래 본 영화중에서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사랑스러운 두 캐릭터가 나오지 않나 싶습니다.
과장되지 않으면서 너와 내가 될 수 있는 그런 사랑이야기에 가깝고요
그렇기에 종반부의 키스신은 근래 본 영화가운데 가장 충격적이면서도(?) 아름다웠습니다.
아무튼 여러가지 설렘과 꽁깃함을 남긴 영화였습니다.
당연히 계속해서 적지만 이러한 바탕에는 영화적으로 비현실적으로 아름답고 잘생긴(물론 두 배우는 예쁘고 잘생겼습니다 ㄷㄷ)캐릭터들이 나와
비현실적 성격과 현실아래 펼치는 로맨스가 아닌
정말로 남자의 일상속에 젖어든 비일상적인 여자에게 보내는 구애,
어쩌면 우리 모두의 순수한 사랑이야기 일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감정선이 깊지 않나 싶습니다.
사실 여행지에서 낯선이와 빠지는 사랑은 흔한 판타지기도 하고요 ㅎㅎ (영화 역시 제목에 판타지아가 들어가죠)
무언가 열심히 잘 적고싶은데 생각만큼 잘 되진 않네여 끙
마지막으로 하나 덧붙일게
2부의 대본이 재밌는 점이 기본적 설정 "낯선 곳에 여행 온 여자/시골청년/여행을 떠난다/1박2일"같은 기본적 설정만 내버려두고
나머지는 거의 공백으로 채웠다고 합니다.
특히나 대사같은건 거의 배우들의 해석에 많이 따르셨다고 하시더군요.
감독님이 굉장히 자신을 낮추셨는데, 사실 감독님과-남녀 스태프-그리고 두 배우의 끊임없는 대화로
영화내의 여러가지 애드리브와, 주요 대사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장면까지 탄생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까지 자유롭게 영화를 만들 수도 있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우를 믿은 감독님이 대단...
물론 어쩌면 두 배우의 페르소나일지도 모르는 캐릭터들도 그 자체로도 굉장히 사랑스럽고요.
이따 밤에 샌안드레아스 보러갈건데 그걸로 감정을 덮어버리는게 아쉬울정도로 ㅠ
영화 좋았네요
이 영화에서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2부가 너무 어마무시해서
1부의 내용이 묻혀버린다는점. 질의응답때도 2부의 내용이 주를 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