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style="text-align:left;"><br></div> <p><br></p> <p>괴생물체의 침공에 전세계 대도시는 순식간에 궤멸했다.<br>서울도 예외는 아니었다. 더 이상 도시의 기능, 아니 인간 영역의 기능을<br>할 수 없는 서울에서 사람들은 빠르게 피난했다.<br>그리고 괴생물체는 사람을 빠르게 뒤쫓았다.</p> <p>우리는, 지금 이곳 성남 판교에서 괴생물체를 막으라고 명령 받았다.<br>급조한 진지의 왼쪽에는 넥슨 빌딩, 오른쪽에는 NHN빌딩이 보인다. 정면의<br>금토천 너머 거리는 6개의 촉수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괴생물체가 뒤덮고<br>있다.<br>놈들이 육교를 넘어오는 순간, 우리의 싸움은 시작된다.</p> <p>"니미, 넘어오려면 빨리 오던가."</p> <p>옆에서 황상병이 말했다. 그의 얼굴은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다.<br>초조하다. 하지만 놈들은 꾸물거리고 있었다.<br>탄약도 장비도 부족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한시간이나 버티면 다행일 것<br>이다. 이 진지에서 내 인생이 끝날 것인가 보다. 예전에 캐쉬 문의하려<br>왔던 건물 앞이 내 무덤이라니.. 무의식 중에 한숨이 나왔다.</p> <p>우리의 마음을 모르는지, 해는 빠르게 저물었다. 등 뒤에서 작렬하며<br>드리운 황혼은 곧 옅은 푸른 빛에 지워졌다. 그리고 푸른 빛은 점점 짙어<br>진다.</p> <p>어둠 속에서 놈들을 상대해야 한다니, 기가 차서 오히려 긴장감이 풀렸다.<br>그리고 그때 놈들은 육교를 넘어오기 시작했다. 몸을 둥글게 말아서 육교<br>를 넘어오는 괴생물체를 보며 나는 생각했다. 속옷 갈아입고 싶다고.</p> <p>포격의 굉음이 두어번 울리더니 육교는 파괴되었지만 놈들은 금토천을<br>바로 건너 넘어왔다. 포격 때문에 제대로 된 소리가 들리지 않아 옆을<br>돌아보니 황상병의 겁에 질린 표정이 보였다. 황상병은 벌떡 일어나 소리<br>지르며 방아쇠를 당겼다. 다시 앞을 보니 괴생물체 하나가 우리의 코 앞<br>에 와 있었다. 괴생물체가 둥글게 말았던 몸을 펼치며 3m에 이르는 긴 촉수를<br>위로 들었다가 채찍처럼 우리를 향해 내리쳤다.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p> <p>이렇게 끝.. 인 줄 알았다..</p> <p>눈을 다시 떴을 때, 그 긴 촉수를 한 손으로 잡고 선 사람의 뒤태가 보였다.</p> <p>흰 상의에 남색 치마를 입은 여인이었다.</p> <p>"..배출시간은 일몰시간 이후부터 21시 까지입니다.."</p> <p>중얼거린 그녀는, 촉수를 맨손으로 잡아 뜯었다.. 갑자기 촉수를 뜯긴<br>괴생물체는 남은 5개의 촉수를 모두 펼쳤다. 그녀는 긴 집게를 꺼내어<br>촉수를 하나씩 잡으며 굉장히 성실한 자세로 차근차근 잡아 뜯었다.<br>그리고 마지막으로 괴생물체를 해.체.했다.</p> <p>"재활용이 안되는 불연성 쓰레기는 종량제 규격봉투를 사용해주세요.."</p> <p>말을 하며 이상한 봉지를 꺼내어 던진 그녀는 옆으로 돌았다.<br>어둠 속에서도, 그녀의 명찰에 적힌 성지영이라는 이름이 희미하게 보였다.<br>그리고 그녀의 눈빛..지금도 잊을 수 없는 그 눈빛..<br>그녀는 공중을 크게 뛰어오르더니 괴생물체들 사이를 빠르게 이동했다.<br>집게 하나만 들고 빠르게 움직이는 그녀의 앞에서 괴생물체들은 순식간에<br>해체되었다.</p> <p>한 시간쯤 지났을 때 어안이 벙벙한 채 서 있는 우리의 앞에는 수천 마리에<br>달하는 괴생물체의 해체된 잔해와, 종량제 봉투, 그물망이 놓여 있었다.</p> <p>그 중심에 서 있는 그녀는<br>그 눈으로 우리를 둘러보며 한 마디만 남기고 어디론가 사라졌다.<br>"잊지마세요. 토요일은 수거하는 날이 아니에요."</p> <p><br></p> <p>2026년 2월 6일, 금요일이었다.</p> <p><br></p> <p>성남에서 기회를 얻은 국군은 UN과 협력하여 반격을 시작했고<br>괴생물체의 침공을 물리칠 수 있었다.</p> <p><br>성남 곳곳에서 목격된 그녀의 정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2016년<br>당시 성남시장이 실험용으로 만든 비밀병기였다는 설도 있지만 알 수 없다.</p> <p><br>다만 아직도, 그녀의 눈빛을 잊을 수 없다..</p> <p><br></p> <p><img width="622" height="360" alt="jpeg.jp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602/1454814705CqRln8u9lbDtOuRYu.jpg"><br><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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