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가 되는것이,
녀석도 한국피가 흐르는 진돗개 혈통이잖아요.
당연히 L과 R 발음을 구별하는것이 쉽진 않았겠지요.

어쨌튼 저는 라이온이 좀 순해지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짝이 있으면 좀 나아질까 하고 멀리까지 가서 힘들게 진돗개 암컷 한 마리를 구해 왔습니다.
이름을 메리라고 불렀다는데 맘에는 안 들었지만 그대로 부르기로 했습니다.

메리가 다 클 때까지는 잘 지냈습니다.
나중에는 새끼도 5마리나 낳아서, 아는 사람들에게 분양도 하고 그랬지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라이온이 메리를 너무 잡는것 같더라고요.
처음에는 잘 몰랐었는데,
어느날 갈비를 구워먹고 남은 조각들을 그릇에 담아 주고서 멀리서 지켜 봤습니다.
부부금술이 어떤지 보려고 했지요.
그런데 제가 그릇을 갖다 놓고 오자,
메리는 냄새를 맡더니 한 쪽 구석으로 가서 쭈구리고 앉아서 그릇 가까이 가지도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라이온이 왔다갔다 하며 혼자서 여유있게 먹어 치우더라고요.

그 동안의 특식은 라이온이 독식을 해 왔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의리없는 라이온을 목 끈을 매서 묶어 놓고 메리를 라이온이 안 보이는 곳으로 데리고 가서 갈비조각을 주었더니, 메리는 꼬리를 내리고 겨우 먹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저는 라이온의 목 줄을 다시 풀어주고 집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밖에서 개 잡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메리의 비명소리였지요.
나가보니 메리가 절뚝거리며 구석으로 기어 가고 있더라고요.

짐승을 기르면 그 집 주인을 닮는다고요?
에이, 누가 그런 헛 소리를....

저는 라이언 녀석을 혼 내 주려다 부부 싸움에 관여하는것이 아닌가 해서 관뒀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남아서 얼려 놓았던 갈비 조각이 있어서 메리만 데리고 한쪽으로 가서 주었습니다.
그런데 메리가 냄새를 맡더니,
깽! 하고 비명을 지르고는 달아나더라고요.
와, 진짜... 고기냄새를 맡고 도망가다니...
메리녀석, 짝퉁진돗개 인것이 확실 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메리는 점점 기가 죽고 말라갔습니다. 그래서 보다 못해 우리는 메리를, 조그만 농장을 하며 여러마리의 개를 기르고 있는 렉스에게 보낼 수 밖에 없었지요.
그리고 몇 달후에 가 보니 제법 살도 붙고 그 집 개들과 잘 어울리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제이의 미들스쿨은 도시에서 보내기로 하고 이 시골에 들어 왔었습니다.
그래서 때가 되어 이사갈 준비를 하는데, 라이온이 문제였습니다.
도시로 나가면 집 구할때까지 당분간 아파트 같은 곳에서 살 수 밖에 없을텐데 라이온을 데려갈 형편이 도저히 안되더라고요.
나이도 든데다 워낙에 사나워서 데려 가겠다고 나서는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정부에서 운영하는 쉘터로 보낼 수도 없고...
쉘터로 가면 안락사 될 가능성이 백프로거든요.

그런데 메리를 데리고 있는 렉스가 소식을 듣고, 라이온을 자기가 데려가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우리는 한편 메리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라이온을 안락사 시킬수는 없어서 렉스에게 라이온을 맡기고 그곳을 떠나올 수 밖에 없었지요.

6개월 쯤이나 지났을까?
저는 혹시 라이온이 렉스네 개들을 다 물어 죽여서 쉘터로 끌려갔다는 얘기를 들을 것 같아서 망설였지만 궁금함을 참을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렉스에게 전화해서 소식을 물었습니다.

렉스의 얘기로는,
라이온이 렉스의 농장에 도착했고,
이미 그 곳을 평정하고 짱으로 군림하던 메리와 혈투를 벌였답니다.

예? 개싸움... 맞아요......

결과는, 라이온은 이미 이빨 다 빠지고 발톱까지 닳아버린 늙은사자 였답니다.
지금은 메리에게 잡혀서 꼼짝도 못하고 지낸다고...

짐승을 기르면 그 집 주인을 닮는다고요?
맞는것 같아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