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그동안 내게 구애의 눈길을 보냈던 남성들이 한둘이 아니다.</div> <div>그중 몇명은 지나친 관심과 구애로 나를 힘들게 했었다.</div> <div> </div> <div> </div> <div>20대 중반</div> <div>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을 지내던 나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문자가 날아든 적이 있었다.</div> <div> </div> <div>"뭐해?"</div> <div> </div> <div>저장된 번호도 아니었고, 낯익은 번호도 아니었으며</div> <div>누군지 밝히지도 않은 채 '뭐해' 단 두글자만 덩그러니 도착했다.</div> <div> </div> <div>평소 모르는 번호는 전화도 받지 않고, 답문도 하지 않았기에</div> <div>잘못 보낸 문자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div> <div> </div> <div>하지만 잠시 후, 문자 폭탄이 날아왔다.</div> <div> </div> <div>"뭐하냐니까?"</div> <div>"씹냐."</div> <div>"뭐하세요? 어디?"</div> <div>"왜 대답안해?"</div> <div> </div> <div>조금 무서웠다. 하지만 혹시나 번호를 바꾼 친구이거나, 내가 미처 저장해두지 못한 번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답문을 보냈다.</div> <div> </div> <div>"누구세요?"</div> <div> </div> <div>전송버튼을 누른지 10초도 되지 않아 다시 메세지가 왔다.</div> <div> </div> <div>"내가 누군지 알건없고. 뭐하니?"</div> <div> </div> <div>누군지 알거없는데 너는 내가 뭐하는지 알아서 뭐하게.</div> <div>라고 보내고 싶었으나, 순간 느낌이 이상해서 답문은 접어두고 그 이후 메세지를 읽지 않았다.</div> <div> </div> <div>반나절이 지나고 문자함을 여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div> <div> </div> <div>"너 진짜 싸가지 없다. 왜 답을 안하냐?"</div> <div>"아, 미안해. 방금 실수였어. 나는 그냥 니가 보고싶어서 그런건데."</div> <div>"너 진짜 답안할꺼야? 뭐하는데~~?"</div> <div>"뭐해?"</div> <div> </div> <div>누군지 모르지만 장난이라면 너무 지나쳤고, 장난이 아니라면 제대로 미친놈이 분명했다.</div> <div>그냥 지나쳤어야하는데, 당시만해도 그냥 잘못보낸거라 답을 해주는게 나을것같다는 판단에 정중하게 문자를 보냈다.</div> <div> </div> <div>"죄송한데, 잘못보내신거 같아요. 다시 확인해보세요."</div> <div> </div> <div>문자를 보내자마자 전화벨이 울렸다.</div> <div>그 번호였다.</div> <div>받을까말까 고민하다 조심스레 전화를 받았다.</div> <div> </div> <div>"여보세.."</div> <div>"야 싸가지 없는 년아. 너 한송이 아니야? 어디서 모른척이야."</div> <div> </div> <div>내 이름을 알고있었다.</div> <div>하지만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div> <div>내 나이또래보다 조금 많아보였고, 걸걸했으며 경박스러운 말투였다.</div> <div> </div> <div>"누구신데 그러시죠?"</div> <div>"아..내가 누군지는 알거없고. 뭐해?"</div> <div> </div> <div>내가 뭐하는지 뭐가 이리도 궁금한걸까.</div> <div>무서워진 나는 한마디 말만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div> <div> </div> <div>"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한번만 더 이런 연락하시면 신고할거에요."</div> <div> </div> <div>그후로 미친듯이 전화벨이 울렸지만 절대 받지 않았다.</div> <div>전화기는 이내 잠잠해졌고, 다시 문자가 쏟아졌다.</div> <div> </div> <div>"이년 이거 또라이네? 전화를 그냥 끊어?"</div> <div>"미안해. 내가 갑자기 열받아서. 너는 나를 모를거야. 그냥 연락해봤어. 니가 웃는 모습이 마음에 들어서. 사랑해"</div> <div>"미친년아. 문자씹냐? 뭐 신고? 신고해봐. 이게 진짜 죽을라고."</div> <div>"휴.. 미안. 내가 잘못했어. 나랑 만날래? 나 진짜 잘할자신 있는데."</div> <div> </div> <div>또라이라니....</div> <div>나를 확실히 아는 사람임이 분명했다.</div> <div>하지만 미친년은 아니었기에 답하지 않았다.</div> <div>누군지도 모르는채 바로 인터넷으로 번호를 변경했다.</div> <div>너무 무섭기도 했고, 피곤하게 엮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div> <div> </div> <div>번호를 바꿈과 동시에 스팸차단과 수신거부를 했다.</div> <div>아직까지도 그 사람이 누구인지 내게 왜그랬는지는 알지 못한다.</div> <div> </div> <div>충격과 공포의 도가니속에 며칠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안정을 찾을 수 있었고 그렇게 그 일이 잊혀갔다.</div> <div> </div> <div>그리고 몇년 후...</div> <div>어느날부터 모르는 사람에게 다시 문자가 오기 시작했다.</div> <div>"안녕하세요. 송이씨 번호 맞죠?"</div> <div> </div> <div>모르는 번호였지만 정중한 물음에 친절히 답했다.</div> <div>"네 맞는데요. 번호가 저장되어 있지 않아서 그런데 누구신지 여쭤봐도 될까요?"</div> <div> </div> <div>답장이 오지 않았다.</div> <div>그리고 다시 다음날</div> <div>"저 지금 홍대에요. 나오실래요? 바에서 한잔하고 있는데 송이씨 생각이 나네요."</div> <div> </div> <div>갑자기 몇년전 기억이 떠올랐다. 느낌에 같은 사람 같지는 않았지만 엮이면 좋을 것이 없는 건 분명했다.</div> <div>그 이후 매일 저녁 8시면 문자가 왔다.</div> <div> </div> <div>"안녕하세요. 지금 뭐하시나요? 저는 송이씨 생각중입니다. 어디세요?"</div> <div>"저녁 드셨어요? 저는 퇴근했어요. 어디 계신지 알면 제가 그리로 갈텐데..."</div> <div>"오늘은 날씨가 좋네요. 저녁 드셨어요? 저 지금 홍대에요. 나오실래요?"</div> <div> </div> <div>참다참다 문자를 보냈다.</div> <div>"누구신지 모르겠는데 이렇게 연락하시는거 조금 불편하고 불쾌합니다. 연락하지 말아주세요."</div> <div> </div> <div>하지만 그 말이 먹힐리 없었다.</div> <div>사진 한장이 도착했다.</div> <div> </div> <div>의료기구가 있었고, 병원 진료실같아보였다. 그리고 어떤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div> <div>"제 사진이에요. 저는 의사구요. 키는 180. 차는 렉서스 타고다녀요. 서울대 나왔어요. 이정도면 괜찮지 않나요? 만나실래요? 송이씨 얼굴보고 첫눈에 반했습니다.."</div> <div> </div> <div>치료를 받아야할 사람이 의사라니. 거짓말이든 사실이든 무서웠다.</div> <div>렉서스 타고다니면 어쩌라는건지. 보험료 내달라는건가.</div> <div>나도 서울대 가본적있거든. 거기 엄청 크더만?</div> <div>키가 180이라니. 나는 반올림하면 2미터야. </div> <div>내 얼굴에 반해서 연락하다간 큰코가 다칠것이야.</div> <div> </div> <div>혼자 중얼거리다 소름이 돋아 휴대폰을 꺼버렸다.</div> <div>그리고 다음날 당시 사귀던 남자친구에게 이러저러한 문자가 온다고 말을 꺼냈다.</div> <div>당시 남자친구는 피식 웃더니 전화번호를 달라고 했다.</div> <div> </div> <div>"알려주면 어쩌게? 안돼. 괜히 일커지면 어떡해."</div> <div>"일이 왜커져. 그냥 알고 있으려고. 번호 알려주고 앞으로 오는 문자 나한테 그대로 전송해줘. 너는 절대 답하지말고."</div> <div> </div> <div>남자친구의 말에 번호를 알려줬고 그후에도 그 남자의 문자는 계속 됐다.</div> <div> </div> <div>"저 퇴근했어요. 뭐하세요? 여기 홍대 바에요. 나오실래요?"</div> <div>"저 괜찮은 사람인데. 한번 만나보실래요?"</div> <div>"오늘은 와인을 마시고 있네요. 진한 와인향을 맡으니 보고싶네요. 같이 마시면 좋을텐데."</div> <div> </div> <div>그러기를 며칠. 어느날부터인가 더이상 메세지가 오지 않았다.</div> <div>지쳐서 포기했나 생각할때쯤 남자친구가 물었다.</div> <div> </div> <div>"요즘 연락안오지?"</div> <div>"응. 어떻게 알았어? 니가 뭐라고 했어?"</div> <div>"뭐라고 한건 아니고 그냥 매일 8시에 문자했지."</div> <div>"뭐라고?"</div> <div> </div> <div>남자친구가 그동안 그 이상한 남자에게 보낸 문자들을 보여줬다.</div> <div>"저는 지금 퇴근했어요. 저 송이 남자친구에요. 뭐하세요? 홍대 바에 있는데 한번 만나보실래요?"</div> <div>"저는 오늘 비지찌개 먹고 있네요. 콩이 아주 잘 갈린 것이. 같이 갈아버리면..아, 아니. 같이 먹으면 좋을텐데."</div> <div> </div> <div>남자친구는 사진도 한장 보냈었다.</div> <div>일하는 곳에서 찍은 자신의 뒷모습 사진이었다.</div> <div>"제 사진이에요. 저는 환자구요. 몸무게는 180. 렉서스는 비싼차 . 서울대는 10수정도하면 들어갈 수 있어요. 이정도면 괜찮지 않나요? 송이씨 얼굴에 첫눈에 반했다는게 말이야 방구야."</div> <div> </div> <div>사람은 끼리끼리 논다더니.</div> <div>남자친구가 또라이일줄은.</div> <div>어쨌든 당시 남자친구의 이상한 구애에 그 남자에게서 더이상 연락오는 일은 없었다.</div> <div> </div> <div>아직까지도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지못한다.</div> <div>내 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나를 정말 알기는 하는지 조차 알 수 없다.</div> <div>그냥 미친놈이라는거 밖에는.</div> <div><br></div> <div>내 얼굴에 반하다니. 미친놈이 분명하다.</div> <div class="autosourcing-stub-extra"> </div> <div class="autosourcing-stub-extra">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