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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story_443305
    작성자 : 리리로로
    추천 : 23
    조회수 : 2252
    IP : 123.111.***.24
    댓글 : 31개
    등록시간 : 2016/01/08 18:51:44
    http://todayhumor.com/?humorstory_443305 모바일
    오빠와의 싸움
    옵션
    • 창작글
    우리 오빠는 엠팍말고는 다른 사이트는 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동안 내가 인터넷에 오빠에 대한 글을 올리는 것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비밀도 영원한 동지도 없었다.
    오빠가 얼마 지나지 않아 내 글의 존재를 알게 됐다.
    그 후로 압박이 시작됐다.
    "한번만 더 내 얘기 올리면 니 앞니로 콘샐러드 해먹는다."
     
    무서웠지만 멈출 수 없었다.
     
    그 후로도 나는 꾸준히 오빠에 대한 이야기를 인터넷에 올렸다.
     
    그리도 또 걸렸다.
    "내 얘기 올리지 말랬지? 마요네즈 유통기한이 지나서 무사한 줄 알아라. 한번만 더 올리면 그땐 니 두 눈두덩이에 영원한 보랏빛 아이섀도우를 선물해주지."
     
    이 말을 남긴 채 유유히 친구를 만나러 나가는 뒷모습은 병신같지만 무서웠다.
     
    그래서 한동안 오빠 얘기를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또 올릴거다.
    이젠 오빠와 내가 조금 멀리사는 덕에 충분히 도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빠자식아 이 글도 보게된다면 명심해.
    내 앞니가 없어져도, 내 두 눈두덩이가 퍼렇게 멍들어도 내 손꾸락이 두개이상 붙어있는 한
    난 끝까지 네 얘기를 쓸 것이야.
    자, 이제부터 게임을 시작하지.
     
     
     
    우리 오빠는 무심한 성격이지만
    그나마 나에게만큼은 조금 다정하게 굴줄 아는 새끼다.
    어린 시절
    내가 귀찮다고 하면서도 발가락으로 빗을 잡고 종종 내 머리를 빗겨주기도 했으며
    생일이면 비흡연자인 나에게 담배 한개피를 선물해주기도 했고
    내가 감기에 걸렸을 때면 물을 많이 마셔야 낫는다며 혹시나 감기가 옮을까 내 방문은 열지도 않은 채 문 앞에 시린 얼음물을 한가득 떠놓고 외출하기도 했다.
    참으로 다정한 오빠새끼였다
     
    하지만 싸울때면 우리 사이는 돈떼먹고 도망간 계주와 계원사이보다도 험악해지곤 했다.
    와사바리를 거는 오빠가 무서워 집에있는 야구방망이를 풀스윙으로 휘두르며 못오게 막은적도 있다.
    오빠는 그때마다 옆에 있던 야구공으로 변화구를 던졌고 결국 모든 싸움의 패자는 나였다.
     
    한번도 오빠와의 싸움에서 이겨본적이 없었다.
    억울했다.
    매일 부들부들 손을 떨며 언젠가 네 녀석을 처단할 것이라는 목표로 지금까지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날 복수할 기회가 생겼다.
    오빠의 여자친구가 집에 놀러온다는 것이다.
    나는 마음이 분주해졌다.
     
    어떻게 하면 킹오브킹 비기스트 엿을 날릴 수 있을까.
    오랜 고민끝에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오빠 여자친구가 오는 날.
    집을 깨끗이 치웠다.
    마치 집안은 가구하나 없는 것처럼 보일정도로 깨끗했다.
    오빠 방에는 패브리즈도 뿌렸다.
    금방이라도 벌과 나비들이 날아올 것만같은 향기였다.
     
    이쯤이면 됐다.
     
    마지막으로 집안을 둘러본 후 오빠와 오빠 여자친구가 도착하기전 나는 집을 나섰다.

     

    밖에서 더러덜덜 떨며 밖을 배회하기를 2시간쯤 지났을까.
     
    이제 시작이다.
     
    미친듯이 달렸다.
    100m 25초의 내 발빠른 다리도, 내 심장도 모두 미친듯이 뛰고 있었다.
     
    마침내 도착한 집앞.
    숨을 몰아쉴 시간도 없이 나는 손에 꼭 쥐고있던 열쇠로 문을 열어제꼈다.
    신발을 휘날리며 벗어던지고 들어가자 마침내 오랜 시간 계획했던 복수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우당타아타아당탕타아탕
    긴박한 소리가 들려왔고 문틈이 조금 벌어져 있던 오빠 방문은 꽝 소리를 내며 굳게 닫혔다.
     
    그리고 나는 오빠가 나올때까지 한발짝도 떼지않고 거실에 앉아 티비를 시청하며 깔깔깔 웃어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빠는 흠흠거리며 쭈뼛쭈뼛 방을 나와 내게 넌지시 말을 걸었다.
    "언제왔어. 우리동생? 약속없어?"
     
    "응 없어. 평생. 영원히."
     
    내 말끝에 오빠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다시 방으로 들어갔고
    잠시 후 온 얼굴에 볼터치를 한듯 빨개진 얼굴로 나온 오빠 여자친구는
    내게 짧은 인사만을 남긴채 집을 나섰다.
     
    오빠가 뒤를 이어 나갈 채비를 했다.
     
    "왜? 어디가? 벌써나가? 왜? 집에서 놀아. 왜? 나가게? 어디? 나도 같이 갈까? 나랑도 놀자. 응? 어어어?"
     
    주섬주섬 신발을 신는 오빠의 뒷통수에 대고 나는 끊임없이 깐족거렸다.
     
    순간 오빠의 주먹에 시퍼렇게 힘줄이 돋았지만
    이내 모든것을 체념한듯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며 현관밖으로 사라졌다.

    완벽한 나의 승리였다.


     
    이렇게 나의 승리로 끝날 줄 알았던 신경전은 얼마 후 다시는 이기지못할 싸움으로 끝났다.
    오빠 여자친구가 피자를 시켜주면서부터 였다.
    그후로 오빠 여자친구가 놀러올 때마다 나는 피자나 치킨, 탕수육을 얻어먹고 조용히 꺼지곤 했다.
    실로 달콤한 패배였다.

     

    하지만 소심한 복수로 짜장면만 시켜주는 날은 조금 늦게 나갔지롱.
     
    출처 오빠에 대한 복수를 꿈꾸며 바삐 돌아가는 나의 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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