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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story_442608
    작성자 : 그냥모르는척
    추천 : 4
    조회수 : 790
    IP : 112.164.***.253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5/12/09 05:25:39
    http://todayhumor.com/?humorstory_442608 모바일
    교통사고 난 이야기 (상)
    벌써 몇 개월전 일이다.
     
    몇 개월이 지났고, 잊을 수없는 추억을 남겨준 하루였지만 이제서야 키보드를 잡는 이유는 간단하다.
     
    서류상으로 완전히 해결된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
     
     
    http://todayhumor.com/?humorbest_1101861 에서 연애에 삐걱이던 친구가 결국 헤어졌었다.(지금은 그 애인과 잘 만나고 있다.)
     
    친구는 생일이 다가오기 3일전에 헤어졌는데, 생일날 여자친구와 놀기 위해 계획을 짜뒀던 탓에 제법 발이 넓은 녀석이지만 생일날 혼자서 야동이나 볼 신세가 되었다.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편의상 친구를 내순이, 내 룸메를 돌쇠라 하겠다.
     
    "뭐하노"
     
    "왜 어색하게 사투리쓰냐?"
     
    "내는 기분이 가라앉으면 사투리쓴다. 후.."
     
    미친새끼..
     
    "모르는척아, 내 생일날 나랑 놀자."
     
    "그래. 우리 애인도 없는 내순이 내가 챙겨야지... 내순아 바다가자! 바다! 드라이브는 어떨까? 모든 바다를 돌면서 네가 헌팅을 하는거야. 난 옆에서 하스스톤하면서 응원할게."
     
    "바다 괜찮지 그럼 내가 렌트하께?"
     
    "ㅇㅋㅇㅋ 콜 내 룸메 불러도 될까?"
     
    "아 당연ㅋ 부르레이"
     
     
     
    그렇게 우리는 '내순아 헌팅하자!' 라는 테마를 가지고 드라이브를 가게 되었다. 여자에 대해 쑥맥인 친구였기 때문에 헌팅은 그냥 붙인 테마고, 사실은 바다구경을 가서 친구의 마음을 진정시키려 했다. 불쌍한 놈... 하지만 우리에겐 더 불쌍한 미래가 있다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그리고 이야기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적는 말인데, 나는 제주도에 산다. 우리는 탑동 바다에서 시작해서 삘이 꽂히는 대로 제주도의 모든 바다를 섭렵할 예정이었다.
     
    -
     
    나는 아직 21살이고, 친구가 운전하는 차를 탈 기회는 많이 없었다. 새벽 2시에 시작되어 아침 8시까지 행해지는 절친들과의 드라이브라니. 안 설렐수가 없었다. 볼륨을 크게 틀고 첫 도착지인 탑동으로 가는 동안 이미 우리의 기분은 최고치를 찍고 있었다.
     
    "오빠차! 빌렸다! 널! 데리러가!"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내며 우리는 탑동에 도착했다. 탑동바다는, 밤거리를 산책하는 사람도 있고 술먹는 사람도 있고 운동하는 사람도 있고.. 다양한 사람들이 몰려있는 바다다. 매력있는 바다가 아닐 수 없지만, 자주 오는 바다기때문에 도착해서 사진 한장만 찍고 다음 도착지를 정하기 시작했다.
     
    "우리 담엔 어느바다로 가노?"
    "니 기분 안좋아야 사투리 쓴다며?"
     
    "내는 기분이 업되도 쓴다아이가ㅋ"
     
    정신나간새끼.. 저 근본없는 사투리는 도대체 뭘까? 왕십리 출신 서울 토박이 내순이는 근본없는 사투리를 마구 내뱉었지만, 그래도 좋은 날이니 딴죽은 참았다. 생각보다 다음 도착지를 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서로 별 의미없는 제안을 주고받던 도중 돌쇠가 제안했다.
     
    "우리 네비에 아무 단어나 찍고 아무 숫자를 누른 다음에 그 지점과 가장 가까운 바다를 가는건 어때?"
     
    "오? 괜찮은데? 단어는 뭐로 할까?"
     
    "역시 오늘은 헌팅 아니냐?"
     
    네비에 정성스럽게 '헌팅'을 찍었다. 헌팅과는 별 연관이 없는 지명들이 나왔고, 내순이가 눈감고 선택한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바다는 모슬포였다. 우리는 모슬포로 출발했다.
     
    새벽 밤길 뻥 뚫린 도로를 주행하는 것은 정말 짜릿했다. 직선 도로를 따라 달리며 바람에 온 몸이 상쾌했고, 옆에는 못생긴 친구가 찢어지게 웃고 있었다. 너무 못생겼다. 얼굴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조금 달리다 보니 벌써 모슬포에 도착했다. 기왕 모슬포까지 왔는데 뭔가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 좋은날, 이 좋은 기분을 나중에도 기억하려면 역시 사진밖에 없었다. 내가 제안했다.
     
    "우리 가위바위보해서 진사람이 요염하고 섹시하게 웃통을 까려하는 사진을 찍어서 일주일동안 카톡 프로필사진으로 해놓기 어때?"
     
    "미친새끼네 이거완전"
     
    "근데 좀 끌리네?"

    "아 안걸리면 되는거 아이가?"
     
    안걸리면 되는게 아니었던지.. 거짓말처럼 내순이는 터질듯한 옆구리 살을 자랑하며 사진을 찍었다. 바로 프로필을 바꾸라며 우리는 아우성을 쳤지만 다음 바다에서도 내기를 해야하고, 종합적으로 모든 내기가 끝났을 때 그때 동시에 하자며 내순이는 간신히 빌었다. 그래, 그정도는 이해해 줄 수있지.. 다음 도착지는 우리가 서귀포에 있는 '월'드컵 경기장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월'정리로 결정되었다.
     
    월정리는 타 지역 사람들도 많이 알고 있는 유명한 관광지였지만, 새벽 다섯시가 다되가는 이때엔 아무도 없었다. 헌팅을 하긴 개뿔 암컷 돌게조차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에 헌팅은 물건너갔지만 이미 그건 어찌 됐던 상관 없었다. 역시나 우리는 내기를 했고, 내기의 내용은 내순이가 정했다.
     
    "월정리하면 벤치아이가."
     
    "벤치에서 사진 겁나게 찍어대긴 하지."
     
    "벤치와 사랑을 나누는 사진 어때?"
     
    "벤치를 보고 겁이 나게 하지 말아줄래?"
     
    "포인트는 입을 벌려야 해. 입을 벌리고 절정에 치다를 듯한 그런 표정으로.."
     
    "그걸 일주일동안 프로필 사진으로 하자고?"
     
    "어."
     
    "괜찮네."
     
    "나만 아니면 되니까.. 이거 내순이가 걸리면 사진 반으로 쪼개서 둘다 일주일 걸어놔야 되는 부분아니냐?"
     
    "확률적으로 그럴 수가 없다ㅋ 니넨 확률도 모르나? 1/9다 1/9 멍청한 놈들아ㅋㅋㅋㅋ"
     
    3분후 내순이는 입을 벌리고 벤치와 함께 천국으로 질주를 시작했다. 포토 타임이 끝나고 운전대를 잡은 내순이의 표정은 허탈해보였다.
     
     
     
    다음 도착지는 탑동 바다에 가기전 맥도날드에 들려서 먹은 음식이 햄버거였기 때문에 함덕해수욕장으로 결정되었다.
     
     
    -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담배타임을 가졌다. 돌쇠가 화장실이 급하다며 어디론가 뛰어갔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내순이와 나는 서로를 쳐다봤다.
     
    "모르는 척아."
     
    "각인데?"
     
    우리는 계획을 세웠다. 가위바위보를 하기전 미리 뭘 낼지를 맞추고, 돌쇠가 진다면 사진을 찍는 척 구석으로 유도한 후 자동차를 타고 도망가고
    돌쇠가 이긴다면 둘다 벌칙을 받는 쪽으로 얘기를 꺼내서 거리를 둔 후 차를 타고 도망가자고.
     
    계획은 완벽했다.
     
    번거로운 과정을 거칠 필요없이 돌쇠가 가위바위보에서 졌다. 탐스러운 엉덩이를 자랑하는 포즈를 취하라고 시킨 후 우리는 어둡기 때문에 자동차 라이틀을 켜겠다는 말을 하곤, 자동차를 타고 도망쳤다.
     
    "돌쇠한테 뭘 협박하지?"
     
    "팬티를 머리에 쓰고 셀카찍어서 보내라고 하면 어떨까?"
     
    "크... 이런 행복한 상상이란.."
     
    돌쇠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수석 뒷자리에서 아이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쇠의 핸드폰과 지갑 모두 자동차에 있었다. 차마 버리고 갈 상황이 아니었다. 차를 돌려서 돌쇠를 다시 태웠다. 시간이 5분쯤 지났던것 같다. 돌쇠의 눈에 눈물이 살짝 고여있는 것 같았지만 우리는 그냥 모르는척 하기로 했다.
     
    그 후 이호 해변도 가고, 성산일출봉도 가고.. 즐겁게 놀고 우리는 돌아갈 채비를 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낮은 속도로 주행중이었는데, 갑자기 우측에서 자동차가 나타났다.
     
    둘다 라이트를 켠 채로 주행중이었지만..  하필 주차되어 있었던 차가 가려서 서로를 감지 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모두가 사색이 된 채 차에서 내렸다. 다행히 내순이의 신들린 반응속도로 좌측으로 황급히 핸들을 돌려 사고를 최소화시켰다.
     
    문제가 있었다면 내가 조수석에 앉아있었고 조수석을 박았다는 거정도..
     
    그래도 다행히 다치진 않았다.
     
    내순이가 가장 먼저 상대 차의 상태를 확인했고, 표정이 두 번 굳었다.
     
    첫번째는 그 차가 미니쿠페임을 확인했을 때 였다.
     
    두번째는, 앞 범퍼가 떨어져나가 워셔액이 뿌우-하는 미니쿠페를 봤을 때였다.
     
     
     
     
     
     
    출처 http://todayhumor.com/?humorbest_1101861 에서 같이 놀던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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