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썰 하나를 너무 재밌게 읽고 새삼 나도 10년 전 초딩때 유학을 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div>그래봤자 한달...이지만, 어쨌든 한달동안 호주에 유학 갔다왔고 그 짧은 시간에도 꽤 다양한 일이 있었다.</div> <div>호주 내에서도 한국인이 비교적 많이 안 사는 브리즈번이었다.</div> <div>당연히 한국에 대해 잘 몰랐고 걔네가 아는 동양인이라고는 일본 밖에 없어 보였다.</div> <div>그리고 일본을 엄청 좋아했다.</div> <div>자꾸 나를 보고 "곤니치와~곤니치와" 이래서 "노! 아임 낫 재패니즈 코리안!"을 외치고 다녔다.</div> <div>평소에 있지도 않은 애국심이 불타올랐고 한국인의 위대함을 보여주고자 했는데 한국 먹칠하고 왔다. 미안하다.</div> <div><br></div> <div>1. 홈스테이 하는 집이 2층집이었다.</div> <div>집은 마당에 수영장도 딸린 좋은 집이었다.</div> <div>1층에는 거실, 안방, DVD룸, 부엌이 있었고, 2층에는 홈스테이 주인집 애들방하고 나와 같이 홈스테이 하는 한국인 친구가 쓰는 방이 있었다.</div> <div>낮에는 학교에 가거나 주인집 애들하고 놀고, 밤이면 주로 DVD룸에서 모던패밀리 비스무레한 드라마를 봤다.</div> <div>어느 날 밤 DVD를 보는데 화장실 갔던 주인집 애가 헐레벌떡 뛰어왔다.</div> <div>화장실에 뭔가 있다는 것이었다.</div> <div>가족들 다 놀라서 다같이 2층 화장실로 올라갔고, 변기에는 미처 내려가지 못한 큰거가 있었다.</div> <div>누구냐고 서로서로 눈치를 주기 시작했고, 범인은 나였다.</div> <div>하...난 내려간줄 알았는데 수압이 약했던 것이었다.</div> <div>나인거 같은데 난 수압이 이렇게 약한줄 몰랐다....를 짧은 영어로 설명하니까 안 받아들여졌다.</div> <div>결국 나는 물도 안내리고 DVD룸가서 드라마나 보는 미개한 동양인으로 낙인찍혔고 애들이 다시는 나랑 안놀아줬다.</div> <div>미안하다. 슬픈 노잼이다.</div> <div><br></div> <div>2. 한번은 홈스테이 가족이랑 놀러갔다.</div> <div>그러다 애들만 놔두고 주인 아줌마가 먹을 걸 사가지고 온다고 갔는데 시간이 지나도 안오는 것이었다.</div> <div>우리는 아줌마를 애타게 부르며 찾기 시작했다.</div> <div>아줌마 이름이 게이(Gay, 진짜다)였는데, 처음에는 주인집 딸래미가 "마미! 마미 웨얼얼유?" 이러다가 나중에는 화가 났는지 "게이!!!!!! 게이!!!!!!" </div> <div>호모나 게이뭐야. 한국룸메랑 나랑 멘붕에 빠졌다.</div> <div><br></div> <div>3. 그래도 한국인의 위대함을 증명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학교 수학시간이 이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익히 알려져 있는 것처럼 외국 애들 수학 진짜 못한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때가 4학년 클래스였는데 걔네는 이제 막 구구단을 처음 배우고 있었다.</span></div> <div>나랑 룸메랑 코웃음을 치며 주어진 문제를 다 푸니까 담임샘이 천의 자리 x 천의 자리 곱셈 문제를 가져다 주었다.</div> <div>뭐....다를 게 있겠는가?</div> <div>다 풀었다.</div> <div>애들이 우리를 수학의 신으로 추앙했다. 훗.</div> <div>그리고 우리 반에는 차분한 금발에 파란 눈이고 눈마주칠때마다 눈웃음을 쳐주는 훈남이 있었다.</div> <div>룸메랑 나는 걔랑 '이쁜이' 라고 불렀다.</div> <div>우리 이쁜이는 공부도 잘했다.</div> <div>구구단 빨리풀기 시험이 있었는데 나를 제치고 1등을 했다. 크.</div> <div>이쁜이를 보면서 "역시 우리 이쁜이는 공부도 잘한다"고 룸메랑 대화하고 있는데</div> <div>어떤애가 이쁜이가 뭐냐고 물었다.</div> <div>당황한 우리는 '굿'이라는 뜻이라고 했더니</div> <div>'바보' '거지'도 '굿'이라는 뜻 아니었냐면서 한국에는 좋은 뜻이 참 많다고 했다.</div> <div>음....미안하다. 어짜피 걔는 한국에 안오겠지?</div> <div>결론 이쁜이 보고싶다. 잘 컸겠지?</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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