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문자보낼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자주 가는 카페에서 그녀는 카페모카나 카라멜 마끼아또 같은걸 시키고는,
입에 거품이 묻은 걸 보고 시크릿 가든이 문득 생각나 내가 피식 웃었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난 현빈이 아니고, 그녀도 하지원이 아니니까. 난 그냥 냅킨이나 손수건만 건네고
입을 닦는 사랑스러운 그녀 모습을 웃으면서 바라보고 싶다.
그러다 눈이 마주쳐 문득 어색해지면, 여기서 보드게임 빌려준다고 황급히 나와서는
달아오른 뺨을 조금 식힌 후에, 같이 젠가를하고 싶다.
진 사람이 이긴 사람 소원 들어주기 내기를 하고,
내가 이긴다면 함께 한복을 입고 고궁을 걷자고, 그런 이야기를 하고싶다.
내가 진다면, 그녀에게 뭐라도 하나 해 줄 수 있는걸테니 더 좋겠다.
(순간, '그러면 연락 그만하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 게 떠올랐다. 아프다.)
그렇게 한참을 떠들다가, 누군지 알 수 없는 꼬르륵 소리가 나서 둘 다 풋 하고 웃었으면 좋겠다.
저녁은 치킨이 좋겠다. 술은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까 콜라라도 좋겠다.
한 마리 반이나 두 마리쯤 시켜도 괜찮겠다.
닭이 나오자마자 다리를 잡고는 아차하고 당황하지 않은 척
그녀 앞접시에 닭다리를 놓으면서 '다리 좋아하세요?'라고 묻고싶다.
다리를 좋아해도 좋고, 다리를 좋아하지 않아도 좋다.
혹시 내게 되묻거든 '다리 말고 당신을 좋아합니다'라고 말할 준비를 해놨는데
대화가 '네 좋아해요'나 '전 가슴살이 더 좋아요' 같은 걸로 끝나버려서 뻘쭘해지면 좋겠다.
식탁 위에 뼈가 차곡차곡 쌓이고, 일찌감치 사라진 콜라와 뼈만 남은 닭을 보면서
우리 참 잘 먹는다-고 뿌듯해했으면 좋겠다.
밥 다 먹고 나선 거리는 여전히 춥고,
오들오들 떠는 그녀를 보며 내 외투를 벗어 씌우고싶다.
버스탈 때까지만이라도 입고 있으라고,
그녀가 나도 춥지 않냐고 거절하면
손만 잡아주면 될 것 같다고
그래서 그녀가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
두 손이 맞닿으려고 할 때쯤
그녀가 타고가야 할 버스가 왔으면 좋겠다.
오늘같이 추운 날은 그냥, 그랬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