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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hil_4422
    작성자 : 95년생
    추천 : 0
    조회수 : 261
    IP : 203.223.***.186
    댓글 : 12개
    등록시간 : 2012/12/30 21:44:08
    http://todayhumor.com/?phil_4422 모바일
    지성인은 자신의 "밑도끝도 없는" 믿음을 인정해야 한다.

    참 안타깝다. 


    그래도 나름 독서하고 사색하길 좋아하며 자기 생각을 인정받고 싶고 표현하고 싶고 그렇게 존재가치를 찾느라 철게하지들 않나?


    그렇다면 남에게 생각을 막연히 '강요'하지 말고 '설득'할 생각을 해야지.라고 또 나름 생각하겠지?


    상대가 말이 안 통한다고? 왜 안 통하는 줄 아나?


    '강요'하니까 그렇지. 나도 그러하고. 그건 당연한 것이다.


    과격하게 말해서, 특히나 철학 논쟁은 '가치관 강요'로 변질되기 십상이다.


    말로는 다름을 인정하네 어쩌네 고상한 척하지만 성인군자가 아닌 한 절대 그럴 수 없다.


    나와 다른 가치관을 행하는 자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 가치관이 간접적으로 위협받기 때문이다.



    '왜 쟨 나처럼 사고하지 않지? 이상하네. 혹시 저게 '옳으면' 어쩌지? 절대 그럴 리가 없어 난 바보가 아냐! 여태 난 뭐가 되는 거야'



    나이살 더 먹을 수록 똥고집을 부릴 수밖에 없는 게 사람이다. 그리고 어차피 신이 나서서 정해주는 문제도 아니다.


    현실에선 인간 관계 때문이라도 대충 넘겨버린다. 그러나 인터넷에서는.. 말 안 해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새로운 학문적 패러다임만 해도 학계에서 얼마나 배척 받는가 생각해보자. 반평생을 바친 연구가 허무해진다? 돌아버리지.



    그보다 덜할지 더할지 알 바 아니지만 가치관의 충돌은 분명 괴롭다.


    타자가 멀리서 보면 정말 가치관의 차이로밖에 안 보이는데, 당사자끼리는 타협 불가능의 성전이 된다. 서로 악마 취급하는 것이지.


    무언가 연상 되지 않는가? 


    종교가, 정치 사상이, 근본주의 색체를 띄고 그것이 다수에게 전염되면 어찌 되는가?


    프랑스처럼 남의 나라까지 쳐들어가서 민간인 학살하던가 십자군 전쟁을 일으키던가.


    하다못해 백인우월 개신교우월 이런 선동에 미쳐 죄책감 없이 다른 집단을 해하게 된다. 


    낙태니 자살이니 하다못해 시시콜콜한 정치종교 얘기니 세상 만사 모든 분야에서 근본주의 본능이 발동하지. 


    우민이 선동되기 쉬운 까닭은 너무 순수할 정도로 사상과 지식이 단순해서 자신의 집단이 정의고 절대선으로 쉽게 착각하기 때문이다.


    애국심이라는 것도 자칫하면 이런 방향으로 흐르지. 다만 우리한테 좋다면 뭔 상관이겠는가. 그래서 오히려 권장되는 실정이고.



    절대부동의 옳은 지식이 없다는 건 소크라테스 이래로 알지 않는가? 몰론 그냥 말로만.


    그 대전제를 안다면 비겁하게 저 대전제로 상대를 공격하지 말자. 그게 자기 자신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임을 왜 모르나.


    니가 뭘 아냐. 잘난 척하지 마라. 현자 노릇하지 마라. 나대지 마라.


    만능무적의 말이지. 상대를 저리 깎아내리면 자기 또한 깎아내리는 것임을 왜 모를까.


    그리고 다수의 옹호를 바라며 비겁하게 선동하고 도망치는 것이 어설픈 인터넷 몽상가의 끝.. 아니 반복되는 양상이다. 



    적당히 타협해라. 어차피 서로 인지 감각 자체가 다르니 우린 막연하게 공감하면 좋고 아니면 마는 것이다.


    논리적 수세에 몰린다고 비겁하게 굴지 말라는 것이다. 악만 남은 인간은 추악하기 그지 없지. 자기에 취한 광신도라면 더욱.


    '난 이 의미로 말 한 건 아닌데 니가 잘못 이해한 건데' 같은 초딩스런 반복은 하지 말자.



    모래사장의 정의를 아는가? 모래 몇 알부터 몇 알 이하가 모래사장이지? 수륙 면적 비율 몇 퍼센트부터 모래사장이지?


    그딴 거 몰라도 우린 모래사장이 뭔지 공감한다.


    그걸 정확하게 맞출 필요는 없다. 그냥 적.당.히. 공감할 수준까지만, '필요한' 수준까지만 공유하면 되는 것이다. 


    나도 상대를 완벽히 설득-강요할 생각은 없다. 다만 취미고 이것 또한 우스운 자기 표현이겠지.


    우리는 그저 밑천의 크기와 깊이로 우열 비교를 벌일 수 있을 뿐이다. 이건 비교 대상간의, 철저히 상대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어차피 밑천이 딸리는 쪽이 인신공격/화제전환/논점회피 등으로 먼저 추잡한 꼴을 보이게 되어 있다.


    자신이 밑천이 딸리면 인정하면 되지만 막연한 그 믿음을, 자신도 잘 모르는 그 믿음을, 안다고 믿어서, 그래서 인간간의 문제가 발생한다.



    그건 그냥 믿음일 뿐이다.


    순수한 믿음에 논리와 근거는 필요 없다. 정확히는, 무의미하다.


    모든 건 끝까지 파고 들어가면 결국 근거 없는 믿음, 사상 만이 남는다. 그런데도 뭔가 대단한 논거가 있다고 착각하면 아니 된다.


    합리적이라는 것은 달리 말하면 그렇게 생각하는 게 가장 간단하고 쉽다는 뜻이다. 내키지 않을 지라도.


    우리는 딱 기저의 믿음 바로 위까지만 서로 언급해야 한다. 서로 합리성을 비교하고 누가 더 치밀한지만 보면 된다.


    그 이하의 믿음을 파고들어봐야 감정 싸움 뿐이지.


    물론 우매하면 절대 그렇지 않겠지. 그리고 사회 전체가 그렇다면 그 우매하고 감정적인 방식이 합리적인 것일 테고..



    어설프게 논리와 과학적 탐구 방식을 익히고 쓸데없이 믿음을 그것으로 치장하고 윤색하는 애어른이 많다.


    믿음에 크랙이 가면 쿨하게 바꾸면 된다. 물론 그건 전술했듯 성인군자나 할 수 있는 일이겠지만, 말로라도 떠들어보자.


    왜 그 믿음을 지니는가. 그걸 차분하고 냉철하게 생각해보자.


    싸늘하지만 깔끔한 믿음을 택하느냐, 따뜻하고 마음에 끌리는 믿음을 택하느냐는 자유다.


    단지 후자를 택할 땐 무조건 상대가 자신과 같길 바라서는 아니 된다. 전자 또한 그렇지만 어차피 전자는 무덤덤하지.


    문제는 후자가 전자를 미친 듯이 물어뜯게 된다는 것이다. 거부감, 혐오감이 이는 자기 감정을 주체 못하거든. 자기부정의 느낌이겠지.



    신의 존재에 대한 논쟁이 가장 간단한 예시가 될 것 같다.


    오캄의 면도칼로 인해 신은 가정하는 게 무용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 무신론이다.


    그리고 신화의 유구한 역사가 우스울 정도로 빠르게 퍼졌지. 물론 변질된 범신론 따위가 생겨나지만. 


    '신' 개념이 필요 없으면 그냥 없는 셈치면 그만이다. 


    이건 믿음의 문제다. 난 무신론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그렇게 사고하는 동안 쌓는 논리 구조가 그럴 듯해보이거든.


    실제로 신이 있던가 말던가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어차피 아무도 증명할 수 없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간단한 쪽을 믿는 게 합리적이다. 쓸데 없이 신을 가정할 필요? 없지.


    필요가 있는 쪽은 그 신이 있어야 자위할 수 있는 사람들 뿐이다. 그건 마찬가지로 믿음일 뿐이고, 합리적이진 않다.



    여기 똑같이 증명 불가한 믿음 두 개가 있다 


    하나는 간결하고 합리적인 믿음. 하나는 막연한 자위용 믿음.


    어느 걸 택하는가는 자유다. 그러니 둘 다 그냥 '믿음'일 뿐이라는 것만 알아두자. 진리가 아니라..


    추신)

    불가지론은 가장 무가치하고 애매한 사고방식이지. 


    아무 것도 말할 수 없다면 그냥 조용히 있으면 된다.


    사람들이 몰라서 침묵하는 게 아닌데 아직 사춘기를 벗어나지 않는 이들은 저 뻔한 걸 말하고 뭔가 안다고 자위하길 좋아하지.


    누리꾼이 지나가다 싸우는 두 상대를 똑같이 열등하다 규정함으로서 상대적 우월감을 얻으려는 '양비론'도 마찬가지고.


    가장 편하고 공격받을 위험성이 없거든. 저 아래도 자주 보이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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