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와 과잉진압 관련글 퍼옴
출처: 웃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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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한 말투로 쓴다.
난 2000년 초반 육군으로 입대를 했고, 논산훈련소와 육군종합행정학교를 거쳐 자대배치를 받아 2년 2개월 동안 헌병으로 근무를 했어. 내가 속해 있던 부대는 그 특성상 기본적인 헌병 근무 외에 시위대와 대치할 일이 굉장히 많았어. 시위대는 주로 전 북파공작원 분들과 아들의 자살이나 의문사에 이의를 제기하는 어머님들이었지.
그 분들은 그분들 나름대로 시위의 절박한 이유가 있었어. 대한민국을 위해서 모든 걸 바쳤는데, 보상은 커녕 합법적인 인정조차 못 받았다든지, 아니면 20년이 넘도록 애지중지 키워온 아들이 자대에서 죽어 형식적인 수사만(헌병대의 수사방식은 정말 개판이지만, 여기서는 자세히 쓰지 않을께)을 거친 후 자살이나 의문사로 수사종결처리 된 경우지.
그들의 요구는 충분히 합리적이었어. 합법적인 인정과 보상 또는 책임자와의 면담과 관련 서류 열람 및 재수사 요구. 하지만 군은 절대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어. 물론 개중에는 언론에 이슈화가 되어서 재수사까지 진행되어 자살이 아니고 타살로 밝혀지거나, 자살의 배후에 폭행이나 가혹행위의 존재가 밝혀진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았지.
군은 절대적으로 침묵했고, 시위대는 법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었어. 거악은 이미 초법적으로 이루어졌지만, 평범한 국민인 그들은 돈도 없었고, 권력도 없었고, 증거도 없었지. 그들은 때때로 가스통에 불을 붙이거나, 문 앞에 있는 헌병들에게 똥물을 뿌리기도 했지.
그럼 병사들은? 병사들도 절박했어. 매일 같이 계속되는 근무에, 시위대 진압 그리고 간부들에 의해서 내부적으로 조장되는 폭행 및 가혹행위. 헌병대는 외부적으로 무결한 부대임을 표명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폭행 가혹행위가 있어도 입건조차 하지 않았어. 부대발표에 헌병대의 폭행 가혹행위 건수는 항상 0이었지. 병사들도 그렇게 이리저리 쪼이고 나니 수시로 찾아와서 괴롭히는 시위대에 거칠어 질 수밖에 없었지.
병사와 시위대가 이렇게 서로 피와 살을 깎아 먹으면서 대치할 동안 군 책임자들은 골프치고, 술 먹고 시위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어. 군 책임자들의 입장에서 병사들이야 최저시급보다 적은 돈(내 기억이 맞다면, 난 한달 월급을 이만원 이하로 받았던 걸로 기억해)만 줘도 죽도록 부려먹을 수 있고, 시위대는 절대 부대 정문을 넘지 못할테니까. 군 책임자들에게 시위는 그냥 사건보고서에 적힌 일상적인 문구에 불과한 거였지.
난 군대를 제대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서 변호사가 되었어.
법을 공부하고 사건을 처리하면서 더욱 더 절실하게 느끼는 건, 거악은 항상 초법적으로 행동을 한다는 거야. 법으로 체계화되어 있는 구조 하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구조적이고 지속적인 폭력을 가하고, 때론 불법행위를 저지른다고 하더라도 증거를 쉽게 남기진 않지.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교과서, 노동개혁까지. 그러면 국민은 거악에 어떻게 합법적인 대응을 할 수 있지? 의경들도 사람인데 절박해서 거칠어진 시위대에 무조건 수비적인 태도를 취할 수 만 있을까. 난 잘 모르겠어.
그런데 확실한건, 이렇게 경찰과 시위대의 싸움을 예견했고, 실제 싸움이 일어나자, 자신들의 거악에 대한 관점을 경찰과 시위대의 싸움으로 돌리면서 또 다른 거악을 계획하고 있는 자들이 있다는 거야. 폭력시위냐 과잉진압이냐. 어쩌면 그건 개인마다 판단이 다를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그런 다툼을 넘어서, 누군가가 사실상 이런 싸움을 조장했고 지금도 초법적인 거악을 행하고 있다는 거 이건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