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부
-그녀 이야기 -
속이 너무나 좋지 않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임신 테스트기를 샀지만
너무 불길한 마음에 사용을 주저했다.
-만약 임신이면 어떻게 해야 하는거지...-
-엄마에게 말해야 하나..그럼 누구 아이라고 말해야 하나..-
생각을 해보니 그 때가 가임기였던 거 같았다.
그 당시 승훈 오빠를 품었고, 희철 오빠에게 당했기에 솔직히 임신이 맞다면 누구 아이인지
모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였다.
온갖 걱정에 잠이 오지 않아 밤을 지새우고 테스트를 망설이다 아침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아침 첫 소변으로 테스트를 했다.
그러나 역시나 불길한 추측은 빗나가지 않고 임신이였다.
화장실에서 테스트기를 한 동안 쳐다보다 떨리는 마음으로 방으로 걸어갈 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을 만큼 무거웠다.
-이제 어떻게 되는거지...-
침대에 걸터 앉아 고민을 하는 중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은주야 밥먹고 학교 가야지~"
엄마가 나에게 하는 말도 대답을 하기 힘들 만큼 정신이 멍했다.
엄마가 차려준 밥을 대충 먹는둥마는둥 하며 학교에 가려 집을 나서니 여전히 집 앞에는
희철 오빠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은주야~ 잘 잤어?"
어제보다 더 상냥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
희철 오빠의 얼굴을 보니 이 사람 때문에 내 인생이 꼬였다는 생각이 들자 화부터 났다.
웃고 있는 희철 오빠의 옆으로 그냥 지나가려 할때 오빠가 내 손목을 잡았다.
"왜 인상이 안 좋아?"
"우리 이제 그만 만나요.."
심각한 인상으로 갑자기 변한 오빠가 나에게 말했다.
"왜? 갑자기 이유가 뭔데?"
"그냥 이제 충분히 만났다고 생각되고, 오빠를 봐도 아무런 느낌이나 감정이 안 생기네요.."
"그건 니 이유일 뿐이고 난 계속 만나야겠어!"
희철 오빠의 계속적인 이기적인 말투에 짜증이 났다.
"싫다니깐 왜 자꾸 집착을 하고 그래!!"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젠 집착이 아니라 애착이야.."
"쫌! 나 힘들다구요!!"
"어제까지 아무렇지 않더니 오늘 왜 그래?"
내가 아무말도 없으니 희철 오빠가 갑자기 생각이 난 듯 웃으며 말했다.
"혹시 어제..그거? 확인 했구나?"
"뭘요?"
"진짜 임신인거야?"
나는 심각한데 오빠는 웃으며 말하기에 화내면서 말했다.
"그래 임신이다!! 니가 책임 질꺼야? 그러니깐 나 좀 가만히 놔두라고!!"
내 말을 들은 희철 오빠가 정말 크게 웃었다.
처음 만날 때 부터 희철 오빠의 성격이 다른 사람과 다른 것 같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지금 이 모습을 보니 솔직히 무서웠다.
정말 한바탕 웃고 나서 희철 오빠가 말했다.
"내가 책임질께..나랑 결혼하자.."
"헛소리하지 말고 나 좀 가만히 내버려 둬.."
"내가 지금 농담하는 것 같애?"
"..........."
"오늘 수업 끝날 때 학교로 데리러 갈께..그리고 바로 우리집에 인사하러 가자..
오빠의 말에 깜짝 놀라 그냥 쳐다만 보고 있었다.
"내가 책임 진다니깐~"
"그..냥 저 혼란스러운데..가만히 좀 놔 두세요..."
내 말이 끝나자 마자 오빠는 나의 손목을 끌어 차에 태웠다.
그리고 운전석에 앉아 나를 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 몸조심 해야지~ 학교까지 곱게 모셔줄께~"
학교에 도착해 나를 내려 주고 오빠는 웃으면서 손을 흔들고 가 버렸다.
강의실에 일찍 도착해 가만히 앉아 고민을 했다.
-그냥 아이를 지울까..? 지운다면 많이 아프지 싶은데..-
-만약 승훈 오빠 아이라면..어떡하지..승훈 오빠 아이라면 죽어도 지우기 싫은데..-
-어차피 아이를 낳아야 한다면 그냥 진짜 모른척 희철 오빠와 정식으로 만날까?-
하루종일 이런 저런 고민만 하다보니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그래 날 이렇게 아껴준다면 희철 오빠와 정식으로 만나보자...-
-승훈 오빠 미안해..이게 최선인 것 같아..-
희철오빠는 약속데로 수업 마치는 시간에 맞춰 학교에 왔고, 얼굴은 마냥 신나는 아이처럼
그렇게 보였다.
"은주야 뭐 먹고 싶은거 없어?"
"아뇨 괜찮아요.."
"지금 바로 우리집에 가서 우리 부모님에게 소개 시켜줄께~ 안 그래도 미리 말은 해놨어~"
"네?? 무슨 말을 했다는거죠?"
"다 알면서~ "
-난 이렇게 심각한데 저 사람은 뭐가 저리 좋을까..-
"오늘은 그냥 집에 데려다 주세요..갑자기 오빠 부모님께 인사하러 간다는게 마음에 걸려요"
희철 오빠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벌써 오늘 간다고 말했는데...."
"앞으로 저랑 계속 만나실 꺼면 제 말좀 잘 들어줘요.."
"알..았어.."
여전히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중에 집 앞에 도착을 했다.
차에서 내리니 오빠도 덩달아 차에서 내려 내 옆에서 같이 걸어 아파트 입구까지 같이 걸으며 말했다.
"몸조심하고~"
"좀 그런 말 좀 하지 말래요!!"
짜증을 내는 나를 보며 희철 오빠는 눈웃음을 보였고, 그 때 뒤에서 많이 듣던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김은주~"
뒤를 돌아 보니 지수 언니가 서 있었다.
-저 언니가 왜 또 여기에 있지??-
나에게 걸어오며 지수 언니가 말했다.
"이야~ 보기 좋네~"
지수를 본 희철 오빠가 웃으며 말했다
"아~ 전에 몇 번 봤죠?"
"기억하시네요~"
반갑지 않는 지수 언니를 노려보며 말했다.
"여기 웬일이예요?"
"오빠가 너랑 헤어졌다고 그래서 진짜인가 싶어 확인하려고 했는데..진짜 헤어졌는가봐~"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서 있으니 희철 오빠가 지수 언니에게 말했다.
"이제 은주는 나랑 사귀는데~"
"아~ 그래요?"
"조만간에 저랑 결혼 할꺼에요~"
지수 언니가 깜짝 놀란 눈으로 희철 오빠를 한 번 보고 다시 나를 봤다.
"뭐라고요?"
"결혼 할꺼라고요~"
지수 언니가 약간 웃는 표정으로 말했다.
"희철씨라고 그랬죠? 우리 은주에게 무슨 실수라도 하셨나봐요~"
"실수는 아니구요~"
나는 깜작 놀라 대답을 하려는 희철 오빠의 옆구리를 살짝 찔렀다.
그 의도를 알았는지 희철 오빠는 나를 한 번 보고 나서 지수 언니에게 말했다.
"서로 사귀면 결혼을 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아~ 그렇구나~ 그럼 은주 잘 부탁해요~ 남의 남자에게 눈독을 못 들이게 감시도 잘하시고요~"
희철 오빠는 웃으며 내 배를 한 번 보고 나서 지수 언니에게 말했다.
"그럴리가~ 이제는 나만 보고 살지 싶은데~"
그 자리에 계속 서 있기가 불편해 오빠에게 먼저 들어간다고 말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내가 집에 들어갈 때까지 희철 오빠와 지수 언니는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집에 들어서니 엄마가 텔레비젼을 보다가 나를 반겨 주었다.
"저녁은?"
"배 안고파.."
"그래도 먹어야지~"
나에게 웃어 보이는 엄마에게 심호흡을 한 번하고 말했다.
"엄마.. 나 할 말 있어.."
엄마는 나를 보며 말해보라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 보았다.
"나 지금 결혼하면 너무 빠를까?"
내 말을 들은 엄마가 많이 놀란 듯 보였고, 잠시 후 나에게 물었다.
"누가 너에게 결혼 하자고 그러든?"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이제 23살인데 너무 빠르지 않을까? 그렇다고 집에 너 시집 보낼 돈도 없잖아.."
"엄마 그렇지?..너무 빠르겠지?"
"그래 학교 졸업 후에 진짜 너 사랑하는 사람 생겨서 결혼 하더라도 늦지 않을 것 같은데~"
"응 알았어...엄마.."
방으로 들어가는 내 뒤에서 엄마의 걱정스런 목소리가 들렸다.
"혹시 엄마가 걱정할 그런 일이 생긴 건 아니지?"
방으로 걸어가던 중 잠시 주춤했지만, 다시 엄마를 보며 웃으며 거짓말을 했다.
"그런거 아니거든~"
방문을 닫고 다리에 힘이 풀려 벽에 기댔다.
-엄마 미안해...나 진짜 어떻게 해야 힐지 모르겠어..-
- 남자 이야기 -
은주를 놓아 보낸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다시 회사에 복귀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일에만 몰두를 했다.
여전히 은주 만나기전의 늘 같던 일상 속으로 다시 돌아오니 지난 은주를 만난 시간들이
꿈만 같이 느껴졌다.
-진짜 내가 꿈을 꾼 것 아닌가...행복하고 설레고 아픈 꿈인 것 같은데...-
그러나 퇴근 후 집에 오면 책상 위에 보이는 은주와 같이 찍은 유일한 사진을 보면서
꿈이 아니였다는 걸 다시 한 번 실감 했다.
은주의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 전화를 들었다가 망설이고 다시 놓기를 얼마나 많이 했었는지
이제는 휴대폰을 눈에 보이지 않는 책상 서랍에 넣기가 일쑤였다.
그렇게 혼자만의 그녀를 잊기 위한 시간을 가지던 중 달력을 보니 은주와 헤어진지 벌써
3개월이 훨씬 지났다.
-시간이 가면 그녀가 천천히 내 기억에서 옅어 질 줄 알았는데...-
여전히 그녀가 그립고, 사랑스럽고, 야속하고, 너무나 섭섭했다.
그녀의 기억을 떠올리며 눈을 감아 그녀와의 추억에서 헤매던 중 현관문에서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누구지? -
현관문 밖에서 창식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형~ 나예요 창식이~"
문을 열었더니 창식이가 양 손에 소주와 맥주가 가득 담긴 비늘 봉지를 들어 보였다.
"술 한잔 해요~"
창식이의 행동에 웃음이 나와 말했다.
"안주는 없냐~"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창식이의 등 뒤에 지수의 모습도 보였고, 지수의 한 손에 삽겹살이 담긴
봉지를 나에게 보이며 말했다.
"오빠 안주는 여기~"
"지수야...네가 여기 어떻게.."
"그냥 오빠 보고 싶어서 왔지~"
이 늦은 시간에 우리집에 왔다는 것은 지수가 여기서 하루 잠을 자고 간다는 뜻 같았다.
식탁 위에 고기를 구울 버너를 올려 놓았다.
내 옆에는 창식이가 앉았고, 맞은 편에는 지수가 앉아 있었다.
지수가 고기를 굽던 중 나에게 물었다.
"그 동안 오빠 뭐하고 지냈어?"
지수의 물음에 대답 대신 물었다.
"요즘 엄마는 어떠셔?"
"이제 깁스도 풀고 괜찮아지셨는데, 오른 팔로 너무 무리하게 들면 안된데~"
"그래 다행이다.."
창식이가 나와 지수에게 술을 따르고 건배를 청했다.
전부 다 같이 술을 마셨을 때 지수가 갑자기 웃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좋은 소식이 있는데~"
지수의 말에 관심이 없기에 고기를 집으며 일단 말해 보라는 말투로 말했다.
"그래..뭔데?"
"은주 소식 들었어?"
은주라는 이름을 듣고 너무 놀래 집었던 고기를 떨어트렸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고 다시 떨어진 고기를 젓가락으로 집으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했다.
"응 말해~"
"은주가 곧 결혼 한다더라~"
갑자기 숨을 쉬기가 힘들만큼 호흡이 가빠졌지만 여전히 무관심 한 듯 말했다.
"누구랑 하는 건데?"
"오빠가 아는 사람이야.."
-결국 희철이라는 사람과 결혼을 하는구나..-
씁쓸함에 또 다시 소주를 한 잔 들이켰다.
지수가 정말 신나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 희철이라는 사람 만났는데 청첩장도 보내준다던데 같이 갈래?"
눈치 없는 창식이도 옆에서 지수를 보며 말했다.
"나도 같이 갈까?"
나는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어 그냥 술만 들이켰다.
-그래..나랑 헤어졌으니..은주야 너무 행복하지는 마..그럼 내가 속상할꺼야..-
창식이가 심각한 나의 인상을 봤는지 나에게 술을 권하며 말했다.
"그깟 꽃뱀 때문에 너무 속상해 하지 마요 형~ 그런 년들은 원래 와따가따 한다니깐요~"
".........."
"그냥 형이 뱀한테 아프게 물렸다고 생각해요~ "
-창식아...그런데 너무 아프네...독이 온 몸에 퍼진 것 같이..-
술을 마시다 보니 창식이는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한다며 집에 가려했다.
아마도 지수랑 나와 둘이 남겨 줄려는 듯 보였다.
급하게 먹은 술이 정신을 몽롱하게 만들었고, 지수는 창식이를 보내고 다시 식탁 맞은 편에 앉았다.
지수도 맥주를 한 모금 하더니 나에게 말했다.
"오빠..나는 더 기다릴 수 있어.."
지수의 말에 혀가 꼬인 체로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너는 그냥 여동생일 뿐이야.."
내 방으로 걸어 갈 때 지수가 말했다.
"오빠..사랑해.."
식탁에 앉아 있는 지수를 보며 미소를 보이며 말하면 더 잔인해 보일까 싶어 취한 중에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난 너를 사랑하지 않아.."
그리고 내 방으로 들어가 쓰러지듯 누웠고, 잠시 후 내 방문이 열리면서 지수가 들어왔다.
내 방에 들어온 지수는 누워있는 나를 내려보며 옷을 벗으려 했고,
나는 놀라 벌떡 일어나 지수의 손을 잡고 지수의 눈을 보며 말했다.
"내 방에서 자고 아침 일찍 올라가~ 지수야.."
그리고 나는 방에서 나와 쇼파에 다시 누웠다.
아침에 눈을 뜨니 속이 너무나 쓰렸다.
지수를 보내려 내 방으로 들어가니 지수는 보이지 않았다.
물을 마시려 부엌에 있는 냉장고로 걸어 갔더니 식탁 위에는 어제 먹다 남은 삼겹살로
끓여진 김치찌개가 있었고, 그 옆에 메모지가 남겨져 있었다.
『오빠 나 기다린다고 했으니 기다릴꺼야. 아침 꼭 먹고 출근해~ 연락 할께 』
메모지를 보니 가슴이 아파 혼잣말을 했다.
"지수야...그렇게 내가 좋은거니..."
-그녀 이야기 -
희철 오빠가 우리 부모님에게 먼저 알리겠다며 우리 부모님에게 무릎을 꿇고 임신 사실을
알린지 2주가 지났다.
처음에는 당황하던 부모님도 희철 오빠가 결혼을 하더라도 아무 것도 필요없이
몸만 오면 된다는 말에 결혼을 승락해 주었다.
사실 부모님은 경제적인 걱정보다는 내 과거를 모르는 희철 오빠가 더 마음에 들었는 것 같았다.
임신 사실을 양가 부모님이 알게 되니 결혼은 급물살을 타 듯 상당히 빨라졌다.
오늘 저녁은 희철 오빠가 그렇게 바라던 희철 오빠 부모님을 처음으로 만나
저녁 식사를 하는 날이였다.
희철 오빠의 집은 말 그대로 친척이 얼마 없어 오늘은 희철 오빠 부모님과 지방에서
일한다는 희철 오빠의 삼촌도 굳이 오겠다고 해서 저녁에 같이 만나기로 했다.
엄마는 인사하러 갈 때는 잘 보여야 한다며 없는 돈을 쪼개어 정장을 하나 사 주셨고,
저녁 약속시간이 다 되어 희철 오빠가 우리 집으로 나를 데리러 왔다.
정장을 입은 나를 본 희철 오빠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야~ 우리 자기 진짜 이쁘네~"
자기라는 말이 듣기가 껄끄러웠지만 별 말은 하지 않았다.
"오늘 어디로 가는 거예요?"
"한식집 괜찮은데로 예약 해놨어~"
"네.."
-오늘이 지나면 이제 승훈 오빠와는 진짜 끝이겠지?-
희철 오빠의 차를 타고 20분 정도 가니 커다란 한식집이 나왔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식당으로 들어가니 한복입은 아가씨들이 마중을 나와 예약된 방으로 안내해 주었다.
우리가 먼저 도착해 있으니, 몇 분 지나지 않아 희철 오빠 부모님이 우리가 있는 방으로
문을 열고 들어 왔다.
오빠처럼 키가 큰 아버지와 오빠를 닮은 어머니가 웃으면서 나를 쳐다 보았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히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아버님 어머니"
오빠 어머니가 상냥히 말했다.
"자리에 앉아요~"
잠시후 음식이 들이오고, 긴장을 해서 먹지를 못하는 상황에서 또 다른 음식이 계속 이어서 들어왔다.
나를 본 오빠 어머니가 말했다.
"음식이 입에 맞지 않나요?"
"아뇨..맛있는데요.."
나를 유심히 보던 오빠 아버지가 나를 보며 말했다.
"은주라고 그랬지?
"네.."
"올해 23살이라고?"
"네.."
"철이가 28살이니 궁합은 그렇게 안 좋은듯 한데.."
오빠 아버지의 말에 희철 오빠가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빠! 궁합 그런거 난 안 믿어!"
-희철 오빠는 아직 부모님에게 저렇게 말하네..-
오빠 아버지는 오빠의 말에 웃으며 말했다.
"알았어~ 녀석 그렇게 이 아가씨가 좋아?"
"아빠도 알면서 난 싫으면 한 번 이상 안 만나는 거 알잖아~"
"그래서 나도 이상했지...우리 아들이 반한 아가씨가 누구인가해서~"
"아빠 은주 이쁘지?"
"그래..그래도 너희 엄마만큼은 아니다~"
희철 오빠와 아버지는 평소에도 거리낌 없이 대화하는 듯 보였고,
어른들과 있으니 묻지도 않는 말에 먼저 말을 꺼내기가 힘들었다.
눈치를 보는 나에게 오빠는 기름진 음식을 집어 나의 앞접시에 계속 놓아 주었다.
"많이 먹어~"
"네.."
갑자기 생각이 난 듯 희철 오빠는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빠~ 삼촌은?"
"거의 다 왔다던데.."
그 때 희철 오빠의 어머니가 나에게 말했다.
"은주라고 그랬죠~"
"네.."
"우리 희철이랑 살 집은 알아 뒀는데~"
"네??"
"희철이가 말 안하던가요?"
"벌써 알아뒀다는 말은 처음 들었어요..."
그 때 오빠가 웃으며 말했다.
"엄마~ 깜짝 놀래키려고 내가 말하려 했는데 먼저 말하면 어떻게 해~"
희철 오빠의 말을 들은척만척 하던 어머니가 내게 말했다.
"홀 몸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네.."
갑자기 어머니가 말을 자연스럽게 편하게 하기 시작했다.
"그럼 사람을 붙여 줄테니 결혼 전까지 학교를 잠시 휴학하고 살 집에서 희철이랑 같이 사는게 어떠니?"
어머니의 말에 깜짝 놀라 말했다.
"네???"
"요즘 애들은 그런 걸 동거라고 그런다지?"
-오빠네 집은 다 이상해..정말 이상해.."
희철 오빠와 결혼전에 같이 살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워 말했다.
"아뇨..학교는 가야할 것 같은데요.."
"우리 집이 손이 귀하다는 말은 들었지?"
"네 어머니.."
"가진 것도 없는 네가 유일한 혼수가 네 뱃속의 애라는 것도 알고 있지?"
"네???"
옆에서 듣고 있던 희철 오빠가 어머니에게 말했다.
"엄마!! 좀 그만해!"
또 다시 희철 오빠의 말을 들은척만척 하며 어머니가 말했다.
"학교가고 스트레스 받고 하면 애가 얼마나 위험하겠니~ 여기서 나가면 집에 가서"
"....."
대꾸조차 할 수 없는 어떤 힘이 느껴지는 희철 오빠의 어머니의 말을 계속 듣고 있었다.
"짐을 챙겨서 오늘 거기에 들어가서 같이 살아..내가 너희 어머니에게 따로 말할께"
-희철 오빠 어떻게든 나 좀 도와줘....-
그러나 나와 같이 산다는 말에 희철 오빠는 싱글벙글이였고, 내가 다시 어머니에게 말했다.
"그럼 저희 부모님에게는 제가 말할께요..그리고 학교는 가고 싶어요 어머니.."
"그럼 학교를 다니는 건 허락을 하겠는데 약간이라도 몸에 이상이 있으면 그만두어야 해!"
"네..."
-부잣집은 다 이렇게 막무가네인가.. -
힘겹게 자리에 앉아 있을 때 우리가 있던 방문이 열렸고, 키가 큰 남자가 보였다.
희철 오빠가 그 남자를 보며 말했다.
"삼촌~"
희철 오빠와 나이차가 그렇게 나지 않아 보이는 남자였고, 웃는 모습이 희철 오빠와 비슷해 보였다.
"희철이~ 장가 간다며~"
희철 오빠가 빈자리를 가르키며 삼촌이라고 부르는 사람에게 말했다.
"삼촌 여기 앉아~"
오빠 어머니는 삼촌을 보며 경계하는 눈빛으로 조심스레 말했다.
"도련님 오셨어요..?"
"형수님 가면 갈수록 더 이뻐지시네요~"
"도련님도 참..."
오빠 어머니가 삼촌이라는 사람에게는 왠지 꼼짝 못해 보이는 느낌이 들었고, 오빠는
삼촌을 엄청 많이 따르는 느낌이 들었다.
자리에 앉은 삼촌이 나를 가르키며 오빠에게 말했다.
"이 아가씨야?"
"응.."
"이쁘시네~"
나보고 이쁘다는 말에 형식적으로 말했다.
"고맙습니다.."
오빠는 웃으면서 나를 자랑하고 싶은 듯 말했다.
"그렇지?? 이쁘지?"
그리고 오빠는 삼촌을 나에게 소개를 시켜줬다.
"여기는 나와 결혼 할 김은주고~"
"이 쪽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하나 뿐인 삼촌~"
소개를 할 때 여전히 형식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그래요?"
"우리 삼촌은 늘 바뻐~ 지금도 지방에서 올라왔어~"
그리고 삼촌을 보더니 말했다.
"삼촌 지금 경주에 있다고 그랬지?"
삼촌이 웃으면서 장난치 듯 말했다.
"희철이 혼나야겠어~ 삼촌이 어디 있는지 기억도 못하냐~ 포항에 있잖아~"
"아 맞다..포항~"
삼촌이 소개를 하자 마자 나를 유심히 보며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은주씨 안녕하세요~"
"네.."
그 삼촌이 약간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말했다.
"혹시 우리 언제 한 번 본 적이 있었나요?"
"네??"
나도 유심히 삼촌의 얼굴을 보니 언젠가 한 번쯤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설마...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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