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 동창들과도 별로 친하지 않았고 학과에서도 아웃사이더로 생활할 정도로 사회성이 없는 나에게도 술친구는 있었으니
대학생 시절 다른 활동을 모두 포기하고 올인했던 동아리 후배들이었다.
동아리 후배들 중에서도 해군학과라는 이유로 물개 트리오, 삼형제로 불리는 물개1, 물개2, 물개3. 그 중에서도 물개1과는 거의 매일 술을 위장에 쏟아넣고는 했다. 나이차이는 4살 차이. 학번으로는 무려 6학번 차이가 났지만, 그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 결과 1년반이 지난 지금 나와 물개1은 나란히 과도한 음주로 인한 간능력 저하와 비만의 결과를 낳았고
15학번 새내기들은 작년 사진을 보면 "이게 **형이라고요???" 하고 놀라고는 한다.
그런 경각심을 느껴서 물개1과 나는 운동을 하기 위해 자전거 라이딩 모임을 만들었다.
자전거를 타면서 서로의 유대감을 연결시켜준다는 의미로
Ride + Link , 즉 라이드링크였다.
는 개뿔.
사실 라이드(Ride) + 드링크(Drink)의 합성어였다. (라이드하면서 드링크 한다고 오해하면 큰일입니다. 라이드하고 복귀한 다음 바로 라이드를 하는 겁니다....)
결국 우리는 운동을 하면서도 음주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런 와중에 내 생일이 되었다. 스타크래프트2 공허의 유산이 발매된지 하루 밖에 안지나서 열심히 캠페인을 깨고 있을 때였다.
동아리 단톡방에서 누군가 생일을 축하 메세지를 올린게 모든 사건의 발단이었다.
후배 A : 오늘은 ** 15학번 학우의 생신입니다. (15학번 대학원생인게 함정)
후배 B : 생신이라니, 탄신일이라고 해라.
물개 1 : 거의 고대의 존재지. 젤나가 수준
이런 식으로 후배들끼리 떠들기 시작하더니 .....
후배 A : 신성한 **-* 님의 탄신일이다. 형제들이여. 경의를 표하라.
물개 1 : 우린 신성한 법전으로 인해 하나로 묶여 있다. (제 전공이 법학이라고 ㅋㅋㅋㅋㅋ)
후배 A : 엔 타로 **-*
물개 1 : ** 토리다스
그렇게 나는 마치 프로토스의 대영웅 또는 고대의 존재 젤나가가 된 것과 같은 기분을 느꼈다.
당연히 술을 안 마실수는 없었다.
나 : 술경대 집합!
후배 B : 우린 **-*의 술이다!
후배 A : 소맥 타로 ***스!
물개 1 : 엔 타로 **. 나...여기 술독 속에 있다...
후배 A : 내 목숨을 ... 알코올에 ...
후배 A : 우리는 신성한 알콜을 통해! 모든 숙취와 모든 꽐라를 함께 나누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도수로....!
후배들이 하나하나 굉장히 독특한 방식으로 술자리 참가를 선언하였다.
스타크래프트를 하지 않으면 못알아들을 드립이었지만
아무튼 그렇게 술팟이 모이게 되었다.
다들 알코올에 단련된 정예 중의 정예였다.
테이블에 영롱한 녹색 빛의 초록색의 병. 내가 사랑하는 이슬이와
영롱한 황금빛의 병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후배 A : 형 소맥드실거에요?
나 : ㅇㅇ 난 소맥
그때 옆에 있던 물개가 한마디 했다.
물개 1 : 와...황혼의 힘이다.
????
얘가 뭔소리야 하는 반응에
물개1은 이어서 설명을 했다.
"칼라의 힘과 공허의 힘을 합치면 황혼의 힘이 되잖아요?"
맥주를 가리키며
"이게 칼라의 힘"
소주를 가리키며
"이게 공허의 힘:
"공허의 힘을 마시려면 신경다발 끊어야 해요."
결국
소주 = 공허의 힘
맥주 = 칼라의 힘
소맥 = 황혼의 힘 이라는 것이었다.
나 : 좋아! 우리 모두 황혼의 힘을 마시자! 다들 건배!!
후배들 : 엔타로 ***(제 이름)!!!!!!!!!!!!!!!!!!!!!
그렇게 우리는 황혼의 힘을 신나게 흡수했고,
스타크래프트에서 황혼의 힘을 사용한 이들 아둔과 태사다르가 모두 죽었던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장렬하게 전사하였다.
※ 참고
스타크래프트에서 프로토스들은 칼라의 힘과 공허의 힘을 사용한다. 그리고 칼라의 힘과 공허의 힘을 합치면 황혼의 힘이 되는데, 작 중 세계관에서 황혼의 힘을 썼던 자들은 모두 황혼의 힘을 사용한 후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