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카톨릭에서는 진화론과 빅뱅이론을 인정했죠.(얼마전 프란치스코 교황의 연설에서 확실히 못을 박아버리긴 했지만, 거슬러올라가면 1950년부터 가톨릭은 현대 과학이 종교와 모순되지 않는다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물론 거기에다 '신적 창조자의 관여(intervention)' 를 단서로 달아놓긴 했지만 말이죠. 하지만 '성경에 써 있으니까 다 옳다' 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성경 역시 거기에 써 있는 말을 문자에 얽매여서 해석해선 안된다' 라고 하기까지 했죠. 가톨릭에서 창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얼마전에 교황께서 말씀하신 말을 그대로 인용하면 답이 될 것 같습니다.
"창세기에서 창조의 대목을 읽을 때, 하느님을 전능한 마법 지팡이를 든 마법사인 양 상상하는 건 위험한 일입니다. 그렇지 않았습니다(that was not so). 하느님은 존재들을 창조하시고서 각각에 부여한 내적 법칙에 따라 그것들이 발전하도록 놓아두셨습니다."
창조는 신의 영역일 지 모르지만 진화와 발전은 존재 개인의 몫이다. 아울러 하느님을 자신이 아는 수준의 마법사로 떨어뜨리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경고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가톨릭에선 이미 성경에 써 있는 말을 문자 그대로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에 동의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례로 6일만에 세상을 창조했다고 성경에 써 있다고 그게 진짜 사람의 24시간 기준으로 6일이겠느냐는 겁니다. 아예 대놓고 '(창세기를) 쓴 영적인 저자는 하느님이 사람에 관해 말씀하시면서 사람이 이해할 수 있고 사람이 익숙한 표현으로 의미를 전해주신 바를 기록한거다' 라고 하기까지 했습니다.
사실 과학적 사실이라고 해도 결코 완전하고 영원하지 않습니다. 갈릴레이가 지동설을 주장했을 때, 갈릴레이는 태양은 정지해 있다고 믿었고, 뉴턴의 물리학 역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의해 한계가 드러났습니다. 상대성 이론 역시 양자역학과 모순된 측면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인간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지식과 지혜 역시 완벽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구도를 하고 있죠. 그렇다고 해서 성경 전체에 흐르는 지혜와 성서가 말하려는 본질을 무시한 채 특정 구절을 있는 그대로 적용하며 신의 권능을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로 낮춰가면서 과학이 잘못되었다고 우기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일일까요?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겠죠)
교황청은 과학원이라는 곳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계 각지의 저명한 과학자 80명이 참여하고 있는데 70년대 노벨의학상 수상자인 Werner Arber가 대표로 맡고 있으며 우리가 익히 아는 스티븐 호킹도 멤버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과학원은 교황청의 지원을 받되 독립연구기관으로 존립하며, 이 과학원의 목표는 어떤 나라, 정치, 종교의 관점에 의한 영향을 맏지 않고 객관적인 정보의 값진 원천을 만드는 것입니다.
카톨릭은 과거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면서 과학계에 손을 내미는데, 카톨릭이 썩었다고 뛰쳐나간 개신교는 오히려 더 과거에 매몰되고 변화를 거부하며 자신만의 아집에 빠져 있으려는 것 같아서 참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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