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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44185
    작성자 : 블루마블
    추천 : 31
    조회수 : 3802
    IP : 211.239.***.211
    댓글 : 2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4/06/12 15:25:07
    원글작성시간 : 2004/06/12 08:49:00
    http://todayhumor.com/?humorbest_44185 모바일
    이번 스프 파동에 즈음하여..
    우선, 유머글이 아닌데에 대해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앞선 '혜성충돌' 글로 낭패를 본 덕에 이걸 올릴까 말까 하다가
    크게 파문을 일으킬만한 글이 아니기에 올려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삼양라면을 제일 좋아해서 '우지파동' 때도 열심히 사 먹었었죠.
    아래부터 본문입니다. 제가 빈약하나마 활동하고 있는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퍼 왔습니다.

    =================================================================================
    현재 우리나라 라면시장에서 농심이 60%를 넘는 과점 사업자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1989년도까지만 하더라도 삼양식품공업(지금의 삼양식품)이 60%의 압도적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었다. 그랬던 것이 이른바 우지파동으로 완전히 뒤집어져 지금에까지 이르고 있다. 그만큼 우지파동은 삼양식품에게 있어 치명타였고, 한때 파산직전에 직전에 이른 적도 있을만큼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그랬던 삼양식품의 라면 중 일부 제품에 유통기한을 넘긴 중국산 김치를 국산으로 속여 스프로 첨가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미 시민들은 분노하고 있고 이내 우지파동의 기억을 떠올리며 '역시 그 놈'이라며 손가락질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굉장히 의아하게 생각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우지파동을 삼양의 비양심과 욕심이 빚어낸 결과물이라고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터넷 포털 뉴스 게시판에 들어가보면 열에 일고여덟이 그렇게 알고 있다.






    우지파동은 1989년 가을, '라면을 공업용 우지(牛脂:쇠기름)로 튀긴다'는 내용의 익명의 투서가 검찰에 접수되며 시작되었다. 팜유를 사용하던 농심을 제외한 거의 모든 라면 제조업체의 간부들이 줄줄이 구속되었고 100억원대의 라면제품이 수거되었다. 삼양은 3개월간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져 그 피해는 막심했지만 가장 큰 타격은 회사의 이미지가 도저히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땅에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1997년 대법원 판결을 통해 결국 모든 혐의가 무죄로 드러났지만 연루된 업체들은 이미 도산해 흔적도 없이 사라지거나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면 도대체 '공업용 우지'란 것이 무엇인가?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우지파동 이전에는 공업용 우지라는 개념조차 없었다는 사실이다. 투서내용과 검찰의 기소요지에 따르면 해당업체들이 사용한 우지는 미국에서 비식용으로 분류된 2~3등급 우지이며, 이는 사람이 먹을 수 없는 공업용 제품이라고 한다. 하지만 사실은 다르다. 미국은 우지를 총 12등급으로 분류하는 바, 그중 최상급에 해당하는 1등급 우지는 소의 부위중 특히 신장에서 추출된 것을 가리키는데 별도의 가공없이 바로 사람이 떠먹어도 될 정도의 상태라고 한다. 그리고 차등의 우지들도 그 품질에 따라 등급을 나누며 이때 분류 기준이란 것은 추출부위의 차이일뿐, 단순히 우지의 가격을 결정하기 위한 것이다. 다른 말로, '공업용'으로 따로 분류된 우지가 있는 것이 아니라 품질에 따라 나누어진 편의적 개념이란 얘기다. (비근한 예로, 1등급 우유만 시중에 유통되는 것이 아니라 2~3등급 우유는 분유 및 기타 유제품의 생산원료가 된다.)

    이것은 우리 나라와 서구의 문화적 차이의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사실상 서구에서 '소'라는 가축은 육류를 제공하기 위한 사육대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따라서 비단 소량 소비되는 1등급 우지 이외의 우지나 사골, 우족, 내장 등은 사실상 폐기물 취급하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여러분이 알고 있는 '공업용'이란 개념의 진정한 의미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 우리네 곰탕이란 것은 미국인들의 입장에서 볼 때, 공업용 폐기물로 국을 끓여먹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차이를 간과한 채, 공업용 우지를 사용해 라면을 튀겼다고 흥분하는 것은 그 자체로 코미디다. (지는 공업용 폐기물로 국 끓여먹는 주제에....)



    그럼 농심은 왜 팜유를 썼는가? 농심이 당시부터 엄청난 광고를 했던 소위 '식물성 팜유'라는 것은 알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니다. 팜유는 기름야자의 과육에서 짜낸 기름을 말한다. 이것이 가진 가장 큰 단점은 산화가 너무 잘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식용 기름 계통에서는 저질유(低質油)로 분류되고 있으며 이런 이유로 중질유인 우지보다 훨씬 싸다!

    이거 재미있지 않은가. 만약 라면업체들이 비양심적이고 돈에만 눈이 멀었다면 더 싸구려 기름을 사용해 수익을 올렸을텐데 왜 비싼 우지를 썼을까 이 말이다. 싼 팜유를 두고 굳이 돈을 들여가며 우지를 사용하는 것은 우지로 튀긴 라면이 더 '맛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판결문에서도 언급되었던 것처럼 8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대표적 라면 소비국인 일본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업체에서 2~3등급 우지만을 사용해 라면을 튀겨냈으며, 지금도 우지, 돈지(豚脂:돼지기름), 팜유를 1:1의 비율로 섞어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지가 갖고 있는 유일한 문제점은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다는 것 뿐이다. 농심이 팜유를 쓴 건 단지 이 때문이다. '우지'라서 안 쓴 게 아니다.)



    결국 '공업용 우지'라는 터무니 없는 신종용어가 국민의 불안감과 혐오감을 부추겼고 그 피해는 직접적으로 삼양 등의 업체에 돌아갔다. 도대체 뭘 잘못했다는 말인가? 혹자는 이렇게 강변한다. 2~3등급 우지가 몸에 해롭지 않다는 건 어떻게 입증하냐고. 피해망상은 자유지만, 가까운 예를 찾아본다면 쇼트닝을 들 수 있다. '쇼트닝 오일'이라고도 불리는 반가소성 유지제품인데, 여러분이 매일 먹는 빵이나 비스켓류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첨가물이다. 그런데 전통적으로 이 쇼트닝을 바로 그 2~3등급 우지나 돈지로 만들어 왔다.(지금은 가격이 싼 콩기름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뿐인가. 마가린을 만드는 올레오유도 우지로 만들기는 마찬가지다. 소위 공업용 우지로 만드는 식품들인 셈이다. 저질유인 팜유보다 훨씬 비싼 그 우지 말이다.

    유통기한을 넘긴 중국산 김치로 만든 스프를 납품받은 사실 자체가 용인될 수 있다는 얘기가 아니다. 우지파동, 왜 있지도 않은 죄, 책임질 이유가 없는 것을 몽둥이 삼아 상대를 매도하는가. 신문과 방송에서 나불대는 것만으로 내 모든 정보지식이 결정되는 시대는 지났다. 누굴 욕하려면 그에 앞서 좀더 제대로 알아보고 입을 열기 바란다. 오대수는 말이 많아서 15년동안 갇혀 군만두만 먹었지 않나.
    ================================================================================


    p.s ; '혜성충돌' 글의 원 출처를 추적해서 찾았습니다. 제가 올린 글의 첫 그림이
    '딥임팩트'의 한 장면이었던 것에 반해 원 출처의 글은 제가 리플로 올렸던 혜성의
    산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었습니다. 참고하셨음 합니다.. 일종의 변명이라면
    변명일지도.. 이제와서 그 말을 하는 이유가 뭐냐는 리플이 달릴지도 모르겠네요..
    흠..
    블루마블의 꼬릿말입니다
    인연은 만들어 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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