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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녀를 좋아하며 쫓아다니던 과거가 떠올랐다.
“그거 알아?” 그가 말했다.
“아니요.” 그녀는 내 말을 잘랐다.
“…….”
남자는 도끼눈을 뜨며 그녀를 장난스럽게 바라보았다.
잠시 웃음.
“그래서 뭔데요?”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띄며 뭐 이런 장난가지고, 한 두 번 하는 것도 아닌데-하는 눈빛을 보냈다.
하긴.
“너희 연구실의 A 선배 있잖아, 학부때 B를 엄청 좋아했어.” 그가 말했다.
“아, 알아요.” 그녀가 말했다.
“응, 근데 제법 오래 좋아했어.” 그가 말했다.
“얼마나요?” 그녀가 물었다.
“한…… 2년? 적어도 2년 일거야.” 그가 말했다.
“정말요? A 선배가 그렇게 누군가를 오래 좋아한 줄 몰랐어요.” 그녀가 말했다.
“응, 정말 재미있는건. 지금도 그 선배는 B에게 좋아한다 말 못했고, 그 감정을 계속 가지고 있다는거지.” 그는 말했다.
“와…” 그녀는 제법 길게 입을 벌려 감탄했다.
“웃기지 않아? 한편으론 조금 슬퍼. 이유야 잘 모르겠지만 누군가를 좋아하면서 그 감정을 2년 동안 억누르는 거잖아.” 그가 말했다.
“음… 멋진데요?” 그녀가 말을 이었다.
“저는 누군가가 몇 년 동안 저를 좋아해준다면, 그 마음때문에라도 돌아 볼 것 같아요.”
“정말? 또라이일 수도 있잖아. 아, 물론 A 선배 얘기는 아니야.” 그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 진즉 떼어내겠죠. 사람이 바보도 아니고.” 그녀가 말했다.
“그렇구나. 그럼 나는 어때?” 그가 말했다.
“예 예…… 힘내십시오….” 그녀는 인터넷에서나 나올 듯한 표정을 지으며 한심하다는 듯 그를 쳐다보았다.
“너, 200 살까지 살고 싶다며, 내가 120년 동안 너 좋아하면, 너 나 만나주냐?” 그는 그녀에게 물었다.
“오빠 60까지만 살겠다고 했었잖아요.” 그녀가 말했다.
“몰라 그런건. 근데 그때까지 좋아하면 죽기 전에 나 만나줄거냐고.” 그가 말했다.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요.” 그녀가 말했다.
“아 그래서 만나주냐고.” 그는 투정부리는 7살 아이처럼 그녀에게 말했다.
“글쎄요. 그 정도 기다려줬으면 만나보지 않을까요?” 그녀는 끝까지 그와 만난다고 하지 않았다.
“아 그래? 그럼 힘내야겠다.” 남자는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 예 예…” 그녀는 애매하게 미소지었다.
웃기는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그때부터 그는 그녀를 오래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오래 보다보면, 시간 사이에 서로 사귀는 사람도 있고, 또 살아갈테지만, 그 시간 사이에 그녀가 그를 돌아보았을 때. 그가 여전히 그녀를 좋아한다 말할 수 있으면. 그녀와 한번은 연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는 생각했다. 그러나 확신은 없었다. 120살까지라니. 너무하잖은가 60살까지 살고 싶다는 사람에게. 그리고 만남의 가능성 마저도 사실 잘 모르겠다고. 남자는 생각했다.
그래도 남자는 그녀가 좋았다.
—
…
“… 기다려달라 부탁할 수 없어요. 내가 오래 생각한다고,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지 않아요. 그리고 그 기간 동안 기다려달라고 말하는 건…”
“… 싫어요.” 그녀는 눈빛을 떨어뜨리며 말했다.
그는 입이 살짝 벌어졌다. 무언가 할 말이 있지만 말을 삼키려는 듯. 그는 그렇게 입을 닫았다.
“…그래…” 그가 말했다.
…
그녀와 헤어지고 오는 길목에서, 그는 생각했다. 그녀는 있는 그대로 사랑을 표현했던 사람이었다고. 정말 부담스러우면 부담스럽다 이야기했고, 그렇게 표현하지 않으면 둘 중 하나였던 것 같다. ‘이 정도 표현은 괜찮아요. 견딜만해요.’ 거나, ‘나쁘지 않네요.’ 같은.
“…병신. 뭔 생각을 하는 거야.” 남자는 혼자 말했다.
그리고 다시 생각했다.
그가 그 자리에서 ‘나. 너를 기다리겠다. 결과는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얼마가 걸릴지 모르겠지만 네가 다시 괜찮아질 때까지 기다리겠다’ 말했다면. 그녀는 부담스럽다 했을까? 아니면 가만히 있었을까.
분명한 것은 그녀에게 그는 최악의 경험을 준 남자라는 것이다. 그것은 그녀가 그렇게 표현했으니까 알 수 있었다. 남자에게 여자는 마음의 방을 넓혀준 고마운 존재였지만. 그녀는 그에게 자신이 시련을 준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의 마음에 다시 못할 상처를 낸 탓 이었다.
“하아…” 남자는 한 숨을 뱉었다. 날씨가 차졌는지 입김이 모락모락하다.
그가 그녀였다면 그것을 듣고 싶어하지 않았을까. 그는 생각했다. 그러나 기다리겠다 말 못한 그의 마음처럼, 그녀 역시 이를 궁금해하는것은 그녀의 권한이 아니라 생각했을지 모른다.
남자는 생각했다.
기다리겠다고.
다시 한 번 아프게 차여도, 그녀가 독신을 선언한다거나, 갑자기 엄청나게 잘생긴 남자를 데리고 나와 “어맛, 오빠 미안해요. 근데 어떡하죠? 저 남자친구 생겼어요.”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가 그녀를 좋아하던 과거에도, 그는 그녀에 대해 아무것도 확신하지 못했다. 그저 좋아하던 사이일 뿐이었으니 소개팅도 다녀 온 그녀였다. 잘 안됐다 했을 때, 솔직히 조금 기뻤다. 그냥 기다렸다. 그래도 남자는 그녀를 좋아했으니까.
그냥 그랬다. 남자는 그녀를 정말로 좋아한다.
붕어빵에도 유효 기간이 남아 있다면, 붕어빵을 먹으러 가자 하고 싶고, 같이 보고 싶은 영화가 계속 있을 것이며, 버스를 타러 가는 길, 신촌역으로 그녀와 함께 걷던 길 위에서 그는 그녀를 생각보다 자주 떠올릴 것이다.
비록 그 때와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변하지 않은 건 한 남자가 무모하게 한 여자를 기다리겠다고 생각하는 사실이다.
남자는 생각했다. 이렇게 말한다면, 이번에도 기다리겠다- 말을 하면, 그녀는 나를 말릴까. 그때처럼 “예… 예… 힘내십시오.”라고 할까. 아니면, 가만히 있을까.
아무 생각도 나질 않았다. 그저 그녀가 보고 싶었다.
그녀가 방을 비운 아침은 너무나 공허할 것 같았다. 그래도 남자는 무모했다. 웃기게도, 그는 그녀가 아니면 안되겠단 생각을 그녀가 떠나고 나서야 고백할 수 있게 되었다.
…
‘보고싶어’ 그는 문자를 보냈다. 너무 노골적인 것 같아 농담을 앞 뒤로 섞었다. 부담스럽겠지. 어쩌면 답이 없을지도 몰라. 그는 생각했다.
‘저도 보고 싶어요.’ 그녀가 답했다.
그녀는 그를 잘 알고 있었다. 늘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앞 뒤로 농담아닌 농담을. 전제를 끼워넣던 그였다. 그녀는 그런 그의 마음에 답을 하고 싶을때만 답했다. 남자는 그런 그녀에게 늘 혼이 빠졌다. ‘매력 터지네.’라고 항상 생각했다.
‘나도 많이.’ 그는 두 번이나 그녀가 보고 싶었다. 그는 사실 세 번 정도 그녀가 보고 싶다 생각했다.
한 번은 지금, 한 번은 기다리면서. 그리고 다른 한 번은 기다림 이후.
그럼에도 그는 차마 세 번째로 보고싶다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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