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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story_441586
    작성자 : christmas
    추천 : 18
    조회수 : 1661
    IP : 114.207.***.215
    댓글 : 10개
    등록시간 : 2015/10/23 23:47:21
    http://todayhumor.com/?humorstory_441586 모바일
    내 여자친구 이야기 6

    "우리 부산가자!"



    여자의 고향은 부산이었다.
    그리고 여자를 만나기 전, 나는 종종 부산에 혼자 놀러가곤 했다. 




    여자는 뜬금없이 부산에 가자고 했다.

    "갑자기 왠 부산?"

    "그냥 너랑 부산 가면 좋을 것 같아서" 

    "그래 가자!"



    푸드파이터인 여자와 그냥 파이터 처럼 생긴 나는 부산에 가서 뭘 먹을지 궁리했다. 

    "너 설마 촌스럽게 부산가서 회 먹고 그러는건 아니지?"

    "...그럼...밀면은 가능?"

    "수제비 먹자"



    나는 한 번도 수제비가 먹고싶어서 식당에 찾아간 적이 없다. 
    밀가루를 좋아하는 편인데 수제비를 딱히 먹고싶어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부산까지 가서 수제비를 먹어야해?"

    "먹고나서 맛있다고 울지나 마라" 





    여자와 나는 점심에 만나서 당분간 못 먹을 어메리칸 스타일의 브런치를 먹었다.

    그리고 서울역으로 출발했다. 



    맥주를 한 캔씩 사고, 기차에 올랐다. 

    괜시리 들뜬 나는 같이 사진이라도 찍을까 싶어 핸드폰을 만지작 거렸는데,
    여자는 수제비랑 여행을 가는건지 수제비 때문에 여행을 가는건지
    수제비 노래를 불러댔다. 







    그리곤 곧 코를 골았다. 



    중간에 살짝 잠에서 깬 여자가 어리둥절 한 사이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사진...찍을까?"



    억지 미소를 지으며 몇장 찍은 사진은 연인의 사진이라기보다는
    증명사진에 가까웠다. 

    그렇게 우리는 처음으로 한 프레임 안에 들어갔고, 
    기차는 어느덧 부산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부산역에 도착해서 부산 냄새가 코로 들어오기도 전에 
    내 귓가엔 수제비가 먼저 들어왔다. 


    "수제비 맛있겠다 수제비. 주먹밥이랑 먹을까 충무김밥이랑 먹을까 수제비"

    "..."



    가만 생각해보니 혼자 수제비가 먹기 싫어서 나를 데려간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게 우리는 부산 시내를 걸었다. 

    여자는 이곳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했다. 


    거리 곳곳에서 여자가 교복을 입고 꺄르르 대며 수제비를 먹는 모습이 보였는데, 
    교복은 좀 안어울리는 타입인 듯. 




    여자는 상인회만 알 듯한 골목골목을 지나 어느 허름한 수제비 가게로 날 데려갔다. 

    "정말 수제비집 맞지? 전당포 아니지? 나 팔아 넘기는거 아니지?"

    "야 여기 진짜 네이티브들만 아는데야."







    수제비의 맛은 마치 여자같았다.

    화려하지도 않고 멸치국물에 둥둥 떠있는 밀가루 뿐이었지만 
    정말 맛있는 맛을 내는 수제비.

    내 살면서 그렇게 맛있는 수제비는 처음이었다.
    (뭐 얼마 먹어보지도 않았지만)



    둘이서 배를 둥둥 두들기며 손을 꼭 잡고 밤거리를 걸어다녔다. 


    포장마차에서 오징어찌짐이라는 음식도 먹어보고
    튀김을 하나씩 들고 여기저기 헤집었다. 


    나름 부산에 많이 놀러갔는데도 불구하고
    모든게 새로웠다. 




    손을 호호 불며 야심차게 예약한 숙소로 돌아왔다. 

    와인도 한병 사고, 여자가 좋아한다는 청포도도 한 송이 샀다. 





    "오션뷰라며..."

    "음...어... 이쪽으로 와봐봐 저~쪽 봐봐." 

    "어디..."

    "아니 그쪽 말고... 저쪽...저기...그래...거기..." 



    (이 나쁜 소셜커머스) 



    일부로 쇼파를 틀어 바다를 보이게 해놓고 
    우리는 와인을 마셨다.


    여자는 좋아하는 노래를 틀었고 
    흥에 겨웠는지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흥얼거리더니 
    동태눈을 하고 나를 멀뚱멀뚱 쳐다보며 이내 침대에 뻗었다. 




    -


    여자는 내숭이라곤 없었다. 

    "복국 먹으러 가자" 라는 말 한마디에 벌떡 일어나 잠바를 입었다. 


    "안...씻...어...?"

    "응? 이 앞에 나갈꺼잖아. 너도 씻지 마"

    "난 집 앞에 슈퍼 갈때도 씻고 가"

    "여긴 집 앞 슈퍼 아니잖아"


    하는 수 없이 세수도 하지 않고 길을 나섰다. 





    복국으로 배를 채우고, 바닷가를 산책했다. 


    유난히 여자가 반짝 거렸던 이유는 바다빨도 한 몫 했겠지만서도 
    씻지 않은 여자가 참 예뻤다. 




    여자의 소화기관도 예뻤었더라면 참 좋았을텐데...
    christmas의 꼬릿말입니다

    그날부터 나는 여자의 애칭을 '대장장이' 로 부르기로 결심했다. 

    아직도 여자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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