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글은 사실 유머게시판에 올라왔던 것인데
리플에 콜로세움이 세워지면서 시사쪽에 가까워졌어요.
유머게시판에 올릴까 여기 올릴까 잠깐 고민하다가 시사에 올리기로 했습니다.
문제가 된 것은 아래 통계 때문인데요.
일종의 착시를 유발하는 자료라고 봅니다.
일단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주민]으로 분류하여 조사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한국국적을 가지지 않은 자(외국인등록을 하는 90일 이상 체류자) - 외국인근로자, 결혼이민자, 유학생, 재외동포, 기타 외국인
○ 한국국적 취득자 - 혼인귀화자, 인지․특별귀화 등 기타사유 귀화자
○ 외국인주민 자녀(0~18세) - 외국인부모, 외국인․한국인 부모, 한국인부모
한국국적취득자도 외국인 주민으로 분류하더라고요. 저 통계도 그렇게 잡힌 것입니다.
이것이 아마 인구규모가 비슷한 안산 단원과 경기 화성 범죄 건수 차이의 원인이 아닐까 합니다.
경기화성에도 물론 공장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근교농업지역입니다. 화성쌀 브랜드도 있습니다.
반면 안산 단원은 중, 소, 영세 공장들이 빼곡히 들어찬 순도 90%쯤 되는 공단지역이고요.
따라서 경기화성의 외국인 주민에는 결혼이민자 - 주로 중국과 동남아에서 팔려온 ... - 여성들과 그 자식들의 비율이 꽤 될 것이고,
안산 단원에는 비교적 혈기방장한 젊은 남성들의 비율이 높을 것이라고 봅니다.
'다른 조건'이 없어도 이것만으로도 범죄 건수 차이는 당연한 것이죠.
오히려 안산과 비슷한 조건을 가진 지역은 구로 금천 지역일 겁니다. 여기의 인구 대비 범죄 건수도 상당히 많은 편이죠.
'다른 조건'을 한번 봅시다.
안산 단원에 있는 공장들 자체가 굉장히 영세한 규모가 많습니다. 당연히 근무 여건도 열악하고요.
다는 아니겠지만 외국인 노동자를 개처럼부리는 사장들도 2만명 중에 400명 정도는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보통 이런 자료에서는 얘기를 잘 안하지만, 이런 지역 외국인 범죄의 특징은 자기들끼리 범죄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미국의 한국인 범죄가 한인 커뮤니티 내에서, 한인이 한인을 등쳐먹거나 하는 범죄가 주로 많은 것과 같은 이치죠.
물론 내국인에게 피해 안주니 괜찮아 이런 얘긴 아니지만,
'거봐 외국인 때문에 한국인이 위험해'라는 식으로 몰아갈 이유는 없는 일입니다.
참고로 정상등록 외국인 외에 불법체류자가 많고, 불체자의 범죄가 더 많고 심각하다고 흔히 잘못 알고 계신데,
불체자의 범죄율은 지극히 낮습니다. 하다못해 무단횡단하다가 신원조회 당해도 강제 출국인데 한국에 있고 싶다면 말썽을 일으키지 않아야죠.
(물론 이걸 약점으로 잡고 노예생활을 시키는 사장님들도 있고요.)
당연히 세간을 깜짝 놀라게 하는 초강력 범죄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무서운 일이죠.
하지만 원래 차별받는 하층민 슬럼에서는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강력범죄가 다소 많이 일어나는 편이고,
그런데 안산 단원에는 그 하층민 슬럼 주민에 외국인의 비율이 상당하는 점을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도 보입니다.
(안산이 하층민 지역이고 슬럼이라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뭐랄까 좀 그런 구역도 있다는 말입니다.)
위 표와 같이 외국인의 범죄만 뚝 떼어놓고 제시하는 것은 실제 현상을 이해하는 데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위 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2007년 기준 안산 단원의 경우 2만 8천여 명의 인구에서 664건의 범죄가 발생했다는 것인데,
인구 10만명 당 기준으로 환산해 보면 2300건 정도 됩니다. 내국인 인구 10만명 당 범죄 발생 건수에 비하면 반밖에 안되는 수치입니다.
2010년대 들어서 외국인 범죄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도 한국인 10만명당 범죄자 수에 비하면 적습니다.
** 참고 : 다른 기사에 보면 2010년대 들어 강력범죄(살인, 강도, 폭력, 마약 등) 발생 비율이 내국인을 앞질렀다고는 합니다.
이것은 개인적으로 일종의 ... 미국에 중국 마피아가 생기는 것과 비슷한 과정 중이라고 봅니다.
전반적으로 사회의 하층민으로 분류되는 어느 정도 인구 규모는 커지는데, 폐쇄적인 문화와 사회를 가지고 있을 때
그 집단의 지배권 혹은 이권을 놓고 집단 내 폭력이 심각해지는 것이죠.
앞서 말한 외국인 범죄의 상당수가 같은 외국인 사이에서 벌어진다는 얘기가 이것을 말합니다.
** 참고2 : 같은 기사에서 보면 몽골, 미국, 캐나다, 러시아, 태국의 10만명당 범죄자 수가 월등하고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는 평균 혹은 그 이하의 범죄율을 보이더군요.
몽골은 왜 그런지 이유를 모르겠는데, 애초에 들어온 숫자 자체가 미미해서 비율이 높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미국의 경우는 미군과 그 가족이 등록외국인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실제 비율은 더 낮을 걸로 보기도 한다고 합니다.
(근데 미군은 살인을 해도 검거가 안되지 않나 -_-?_)
아무튼 말씀드리고 싶은 것을 정리하자면
1. 제가 보기에 범죄율이 높은 지역은 외국인이 살던 한국인이 살던 범죄율이 높을만한 지역이라는 겁니다.
이걸 외면하고 모든 잘못을 '외국인이 살기 때문'이라고 치부해버리면 범죄율은 낮아지지 않을 겁니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범죄 비율은 현재 내국인 범죄 비율보다 낮은 상태입니다.
(2010년 이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이 밤길을 걸을 때 외국인보다는 한국인을 만났을 때 범죄를 당할 '확률'이 더 높습니다.
어떻게 보면, 범죄율이 훨씬 더 높을만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사회적 처지를 더 잘 감내하는 외국인들이 살기 때문에 이정도에 머물렀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3. 따라서 범죄율을 낮추고 싶다면, 외국인을 공격하기보다는
해당 지역 사회 또는 인구 집단의 사회적 처지가 어떤 한계까지 내몰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사하고 이를 해소할 필요가 있습니다.
4. 장황하게 글을 썼는데,
범죄를 저질렀지만 불쌍한 외국인이니 봐주자 라는 식의 얘기는 아닙니다.
범죄 자체는 엄정하게 처벌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외국인을 욕하는 분들을 포함하여 거의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비백인) 외국인 척결]이 아니라 [우리의 안전]에 있는 것이라면
단지 외국인이 나쁜놈 .. 이라고 얘기하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오히려 실제로 범죄가 일어나는 메커니즘을 파악할 수 없게 해서 진짜 해결책을 찾지 못하도록 착시를 일으키는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