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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맞으며 그녀가 서 있었다. 옅게 흩날리는 눈꽃, 얼음처럼 차가운 거리. 춥지는 않을까, 생각하며 나를 기다리던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현아, 나는 불렀다. 그녀가 뒤를 돌아봤다. 저 하늘 위에서 내리던 눈꽃처럼 하얀 그녀의 얼굴, 추위에 상기된 빨간 볼. 아, 그런데 낯빛이 어두웠다. 무슨 일이 있나? 말이 없는 그녀. 아, 내가 말을 걸자.
"무슨 일 있어?"
"……"
답이 없는 그녀. 내 눈을 보고, 턱은 목으로 당기고 있고, 여전히 볼은 산수유 열매처럼 빨갛고, 입은 뾰루퉁하고.
"왜 이제 왔어."
하하, 웃고 말았다. 마음속으로 나는 생각했다. 그럼 어떡해, 갑자기 불러냈으면서. 10분 전에 문자로 ‘집 앞이야. 빨리 나와’ 라고 해놓고. 덕분에 제대로 씻지도 못했잖아─ 뭐, 아무래도 좋다. 그녀의 얼굴을 볼 수만 있다면.
“왜 불러 낸거야.”
감정 들키지 않으려고 일부러 말 좀 거칠게 해봤다.
“할 말 있어서.”
할 말? 괜히 불길했다. 아까 표정도 뾰루퉁하기도 했고. 뭐지? 과제 때문인가? 뭐야. 난 내 나름대로 열심히 한 거라고. 포토샵 좀 못 다뤄서 그렇지.
“있잖─”
“아. 미안, 미안. 내가 컴퓨터를 좀 못 다뤄서… 아하하.”
덜 혼나려고 먼저 말했다. 그녀는 잠시 의문에 찬 듯하더니, 갑자기 얼굴을 붉히고 내게 화를 냈다.
“아. 뭐야!”
역시 맞구나! 미리 말 하길 잘 했지. 나는 옅고 사람 좋게 웃었다. 어쩔 수 없잖아, 더 뾰루퉁해지는 그녀. 갑자기 뒤돌아서 돌아갈 태세를 했다. 야!, 하고 소리치고, 뒤돌아선 그녀의 팔을 잡았다.
“…놔.”
“할 말 있어서 온 거 아냐. 너 30분은 버스 타고 여기 왔을 건데. 말이라도 다 하고 가.”
다시 얼굴을 붉히는 그녀. 아, 귀엽다. 꾸중 들어도 되니까, 더 있다가 가.
“…귀 대봐.”
“헤, 뭐야.”
귀를 대고, 귀를 기울였다. 말하려다가 머뭇거려 그대로 들려오는 숨소리. 귀가 간지러웠다. 아 뭐야─, 나는 중얼거렸다.
“나─”
“너 뭐.”
“……좋아해.”
“뭘.”
뭘 좋아한다는 거야, 또 중얼거렸다. 하려는 말이 뭐야 대체.
“…! 아씨, 몰라!”
그대로 뒤돌아서 가는 그녀. 한 번 잡았는데 또 잡을 수 없어서 그냥 가만히 놔뒀다. 아, 근데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거야. 집에 돌아가면서 생각했다. 뭐ㅡ, 괜찮으려나? 할 말 있으면 나중에라도 알아서 하겠지.
오늘은 12월 25일. 괜히 불려서 나갔다가 게임 핫타임 이벤트만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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