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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story_441272
    작성자 : christmas
    추천 : 38
    조회수 : 2508
    IP : 121.166.***.31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5/10/11 20:26:27
    http://todayhumor.com/?humorstory_441272 모바일
    내 여자친구 이야기 2

    첫 날 우연히 만나 새벽 네시까지 술을 부어라 마시고,
    우리는 근처 라면집에 가서 만두와 라면을 나눠먹고 

    다음 날 괜찮은 식당에 맛있는걸 먹으러 가자는 약속을 하고 

    그렇게 헤어졌다.



    집에 도착하니 새벽 다섯시.

    밤을 새서 피곤할만 한데, 도통 잠이 오지 않았다.

    머릿속에 여자가 자꾸만 뛰어다녀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다시 조심스레 연락을 했다. 


    "우리 오늘 만나는거 맞죠?" (여자는 나보다 세 살이 많았다) 

    "어떻게...지금 몸상태 괜찮아? 기어서 나올꺼야?ㅋㅋㅋ" 

    "기어서라도 나가죠 뭐. 원하는 동물 있으면 얘기해봐요. 그거 흉내내면서 나가게..."

    "푸하하하 정말 웃긴다 니"



    그렇게 우리는 다시 만나기로 했다.



    만나기로 한 지하철역 근처 빵집에서 추위를 피하다가 
    여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저 이제 내렸어요↗. 어디에 있어요↗?"

    "아...그...쭉...내려오시다보면...빵집이 하나 있... 아니다 제가 글로 올라갈테니까 내려오세요"


    아직도 기억에 남는 여자의 목소리다. 

    가끔 지가 엄청나게 원하던 일을 하고 싶을 때나
    아니면 엄청나게 사고 싶은 것을 샀을 때나 
    기분이 째지게 좋으면 가끔씩 저 목소리를 내곤 하는데 
    그럴때 마다 두근거리게 하는 하이톤 목소리.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오는 여자를 만났다. 
    가기로 했던 음식점에 자리가 없어 짬뽕이 먹고싶다던 여자에 말에 따라 근처 중국집으로 자리를 잡았다.


    도대체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하나도 나질 않는다.

    내 머릿속에는 무작정 잘보이고 싶은 마음 뿐이었는데. 그래서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몰랐다.


    그런데 그 기억안나는 대화 속에서
    '이 여자는 나에게 관심이 없구나. 그냥 밥을 먹으러 나온거였구나' 가 
    계속 머리에 맴돌았다.


    그럼 그렇지 내가 그렇지.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 

    나는 더 이상 이여자에게 잘보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밥을 다 먹고 계산을 하니 4만원.
    여자가 나에게 2만원을 꺼내 준다. 


    와...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는 소리구나... 

    밥 먹여줬는데 영화보여달라느니 커피나 한잔 하자느니 이런 말 듣기 싫으니
    2만원 들고 짜리라는구나...


    순간 거절할 수도 없어 2만원을 지갑에 넣었다.

    그리고 예의상 말했다.


    "뭐 맥주나 한 잔 하고 갈래요? 피곤하면 집에가서 쉬어도 되고"

    "음...맥주 한 잔 해요!"



    도통 알 수 없는 여자였다. 
    2만원은 칼같이 줘놓고서 맥주는 또 왜...

    그렇게 우리는 길을 걸었다.



    여자가 자주 간다는 술집까지는 20분정도 걸어야 했고,
    나는 더 이상 이 여자에게 미련이 없는지라 (타의적 포기...)
    편하게 친구 대하듯 대화를 이어나갔다. 


    지금 대화의 내용은 기억이 안나지만
    200m동안 재잘재잘 하다가 중간에 서서 박장대소 하고 
    또 200m동안 재잘재잘 하다가 중간에 서서 박장대소 하고

    그렇게 그 겨울길을 춥지 않게 걸었던 기억이 났다. 



    술집에 도착하자 
    여자는 태도가 돌변했다. 

    주량이 맥주 두 병인 여자는 
    첫 번째 병을 매우 빨리 마시고, 두 번째 병은 뉘영뉘영 마시는 버릇이 있는데. 

    여자는 그날 무려 4명의 맥주를 마셨다.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가고
    중간 중간 자리도 옮기고


    "그런데 너는 정말 나한테 관심이 있는거 맞아?"

    "휴 그러니까 전화번호 물어보고 했죠. 그리고 저 원래 이런옷 잘 안입어요. 오늘 얼마나 신경쓴건데..."


    내 몸뚱아리에는 살이 쪄서 작아진 코트와 드럽게 안어울리는 니트가 얹혀져 있었다. 


    8시에 만난 우리는 새벽 5시까지 술을 마셔댔다. 
    물론 자리를 옮기며 계산을 하는 순간에도 우리는 칼같이 더치페이를 했다. 

    마지막으로 마신 술은 내가 꼭 마셔보고 싶던 술이었다. 
    예전엔 수입이 됐지만 이제 더 이상 수입이 안된다던데. 용케 거기 있네. 

    "와 나 이거 진짜 마셔보고 싶었는데 여기에 있네! 전 이거 마실래요"

    "그래 같이 마시자" 






    "웩... 난 이거 별로"

    여자는 예나 지금이나 필터가 없다. 
    맑고 깨끗한 물이 되려면 필터가 있어야 하는데 
    필터 없이 그냥 머릿속으로 생각나는 것은 바로 말하는 편.


    "이제 가요"

    "웅 그래. 그런데 나 떡볶이 먹고싶다!! 우리 떡볶이 먹을래?"

    "그래요"

    "난 진짜 1년 이상 알고 지낸 애들 아니면 떡볶이 안먹는데, 너 진짜 계탔다"

    "(아니 니가 먹자며...)"


    그렇게 떡볶이를 먹으러 나갔다. 
    여자는 살포시 팔짱을 꼈다. 


    "나 아까부터 너 뒷모습 보면서 안고 싶어서 죽는줄 알았어" 



    christmas의 꼬릿말입니다
    나중에 여자는 말했다.

    "나 솔직히 너가 밥먹자고 해서, 약속한 거였어서 그냥 나갔어 아무 생각없이.
    니가 별로 마음에 들지도 않았..."

    "어 알어" 

    "그런데 그 중국집에서 술집 걸어가던 길 있지? 그때 너가 정말 정말 좋아지더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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