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전남친과 헤어진지 4개월 정도 되었습니다.
정말 흔한 얘기입니다.
1년 반 정도 연애하다가 카톡으로 이별 통보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권태기인 줄 알았어요.
장거리였고, 여러가지 사정들로 인해 데이트다운 데이트도 안한지 오래 되었고,
예전에는 같이 누워있을 때 그 사람이 절 자꾸 건드리면 제가 귀찮다고 밀어내고 그랬는데,
연애 후반부에는 만나도 서로 할 것만 하고 딱히 얘기도 안하고
그냥 의무적으로 만나서 같이 시간보내는 게 전부였습니다.
그런게 미안하기도해서 헤어지기 3주 전쯤에는 제가 먼저 하자고 해야 마지못해 하는...
그런 여러가지 권태기 징조들이 보였어요.
헤어지던 당일, 다툼이 있었는데 카톡으로 그만하자며 일방적인 통보를 하고,
몇달 전부터 자긴 마음 정리를 끝냈었다면서 쿨하게 헤어지잡니다.
매달렸지만 씨알도 안 먹혔고, 그저 한다는 말이
네 감정이 1년 뒤에도 그대로일 것 같냐고...
그 때도 그대로면 자기가 와서 무릎 꿇고 빌겠답니다.
지금은 감정도 없고, 마음이 식었다고, 저와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답니다.
첫 주에는 정말 너무 힘들었지만 권태기였음을 부정할 수 없었어요.
저도 간혹 이 사람과 다툼이 있으면 "아 그냥 헤어질까..." 라고 생각했다가
그래도 함께 해온 시간이 있고, 붙은 정이 있으니까 하며 고개를 저은 적이 있으니까요.
단호하고 냉정한 그 사람의 태도에 이별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받아들였으면 그대로 잊어야 하는데....
할 수 있는 염탐이라는 염탐은 다 했네요.
그러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아 사내 여직원과 연애를 하더라고요.
휴대폰도 같은 거로 바꿨고, 매일같이 그 여자에게 줄 선물을 찾아보고,
매주 주말이면 여행도 다녀오고...
헤어진 직후, 번호 바꿨다고 바뀐 번호 알려주며 일말의 여지를 남겼기에
저는 그래도 나중에라도 재회 가능성이 있을 줄 알았어요. 하지만 새 여친이라니...
지금은 재회를 바라지 않고 있어요.
단지 저도 제 마음이 혼란스러워서 의문을 갖고 침울해지고는 하는데.
내가 대체 얘한테 뭘 바라는 걸까, 싶은 겁니다.
미련이 남아서 이러고 있다는 건 알 것 같아요.
마지막 인사를 제대로 못한 것 같다, 사귈 때 잘해주지 못했다 등등의 미련이요.
전남친은 sns를 하지 않았어요. 제가 좀 해보래도 눈팅용이라고 귀찮아했죠.
헤어진 이후 전 남친은 매일같이 제 인스타를 들락거렸는데, 꼭 주말에는 오지 않더라고요.
그런 전남친이 새여친을 사귄 이후에는 자기 인스타그램에 비공개계정으로 사진을 하나 둘 올리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리고 카카오톡 프로필사진도 생전 잘 안바꾸던 사람이 보란듯이 바꿔대기 시작하고... 아주 행복하게 잘 지내나봅니다..
헤어진 이후, 주말에 방문자가 찍히지 않으니 얜 주말에 누구랑 뭘 하는 걸까..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정도의 궁금증에서 그치던 것들이,
현재 여친이 생긴 걸 알고나니 주말에 뭘 하고 있을지 상상하자 너무 신경쓰이고 짜증이나서 제 sns를 비공개계정으로 바꿨어요.
그리고 몇 주 뒤, 이젠 안 오겠지... 하며 다시 공개계정으로 전환했습니다.
그날 바로 방문자기록 찍고 가더라고요.
'전 애인이 sns 염탐하는 이유가 뭘까?'가 아니라
'전 애인이 sns 염탐하는 이유가 뭘까요?'라는 의문이 머릿속에 맴돕니다.
한 글자 차이지만, '이유가 뭘까?'하고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면 아무 의미 없다, 그냥 심심해서 오는거다, 얜 뭐하고 살까 하는 오늘 밥 뭐먹지 식의 감정과 비슷하다, 등등 답을 알고 있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묻습니다. '이유가 뭘까요?'하고.
듣고 싶은 대답은 '아직 네가 그리워서', '아직 네가 생각나서' 이런 것들일 겁니다.
제가 답정너처럼 구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그냥 같은 경험이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어쩌면 오랜 상처일지도 모르시겠으나 꼭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미련만 잔뜩 남았지만 이 사람과 재회하고 싶은 건 아니고, 그럼 네가 원하는 게 뭔데?'
라고 제 스스로에게 물었을 때,
우습게도 저는 '마지막 인사를 제대로 하고 싶어' 라고 말합니다.
정말 우습죠; 끝이면 끝인거고 헤어지면 헤어진거지..
무슨 마지막인사인가 싶어요.
만나서 얘기하자, 전화로라도 얘기하자 했지만 카톡으로만 얘기하다 끝난게
오랜 만남과 사랑의 끝이란 걸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냥 언젠가 다시 이사람에게서 연락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헤어질 당시에는 감정이 격해서, 멘붕상태라서 이성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던 것들....
그런걸 훌훌 털어버릴 수 있도록 한 번 딱 얘기를 해보고 싶어요.
두달 전, 그런 마음으로 너도 나도 이제 좀 괜찮아지지 않았을까 싶어 쿨한척 연락했을 때
토요일 오후 2시쯤이었는데, 여자친구와 함께 있었던 것인지 전화는 신호가 간지 1초만에 넘겨버리고 카톡을 보내니 '연락하지마' 한 마디가 왔었어요. 그리고 차단당했다가 주말이 지나자 차단을 풀더군요;
그래서 나만 그런 걸 바라는구나 싶어서, 연락하지 말라는 대로 앞으로 평생 제가 먼저 연락할 일은 없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딱 한 번 얘기할 기회가 생길 수 있도록 연락이 오길 바란다는 건데...
부모님하고도 갈등이 심화되자 냉정하게 등돌리고 절연하고 살 정도로 냉정하고 단호한, 그런 사람이라서 아마 앞으로 그럴 일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혹시 환승한 전애인이 나중에 후회했다거나, 안부차 연락왔다거나 하는 경험 있으신 분들, 경험을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부끄럽게도........... 그렇게 연락이 왔을 때 그 친구가 느꼈으면 하는 감정은 '후회'와 '그리움'이길 바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