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글을 올리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어요.
아이들의 신상이 혹시나 새어나가 피해가 가지 않을까.. 거짓말이라고, 구걸글이라고 욕하시는 분들이 계시지 않을까.. 많은 고민을 하다가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도봉구에 위치한 작은 공부방을 운영하는 전담교사입니다.
저희 공부방은 지역의 저소득, 한부모 가정 중학생 청소년들을 위해 2010년 3월에 개소해서 지금까지 만 2년동안 운영되었습니다.
저희 공부방에는 현재 11명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구요, 아이들은 모두 가정이 어려운 아이들이에요.
유난히 이 지역에는 가정이 어려운 아이들이 많아요. 꽃동네라는 달동네 비슷한 마을이 형성되어 있기도 하구요..
제가 전담 교사로 있는 이 공부방은 지역사회를 위해 교회가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목사님의 마음과
가정에서 채워줄 수 없는 것들을 사회가 대신 채워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여러 교인들이 함께 시작한 공부방이에요.
저희 교회는 건물이 없어요. 건물을 번듯하게 짓기 보다 사람을 세우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근처 학교 강당을 빌려 예배를 드려요. 저희 교회 등록교인은 60여명, 실제 나오는 인원은 30여명이 되요.
이 소수의 사람들이 연 2천만원이라는 (저희에겐)큰 재정을 들여 공부방을 운영했어요.
처음에는 종합복지관과 함께 1년동안 공동으로 공부방을 운영했어요. 공부방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배워야했으니까요. 그런데 작은 교회이다보니 한꺼번에 1년 예산을 집행할 수 없어 2011년도부터는 협약을 종료하고 교회 단독으로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혹시 왜 구청같은 곳에 지원을 요청하지 않는지 물으신다면, 공식적으로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없어서 공부방으로 인가를 받지 못한다고 하더라구요(설립하기 전에 여러가지 상황을 조사해본 결과입니다..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소지하신 분들은 저희같이 페이가 너무 적은 공부방은 오지 않구요ㅠㅠ)
2011년도에도 2천 만원이라는 재정으로 석식지원, 학습 및 체험활동 지원, 문화활동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어요.
처음에 자기는 꿈이 없다며, 공사장에서 일해도 돈을 벌수 있다고 말하던 아이들이 2년이 지난 지금은 긍정적으로 변해서 요리사, 선생님 등 다양한 꿈을 꾸기 시작했어요.
공부방이 운영되도록 많은 자원봉사자분들이 도와주셨고, 또 다양한 분들이 작지만 소중한 후원금도 보내주셨습니다.
아이들이 긍정적으로 변해서 너무 좋다며 학부모님들도 항상 감사하다는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집에서 함께 놀러가주지 못했는데 공부방에서 캠프를 가게 되어 너무 기쁘다는 말도 들었지요.
반 꼴등이 15등이 되기까지 함께 노력해준 고마운 아이도 있습니다.
이혼과 가정폭력, 학교폭력을 못견디고 가출해 알바를 하며 살다가 다시 고등학교에 가겠다며 검정고시 공부를 하고 합격한 아이도 있지요.
너무 기쁘고 감사하고 즐거웠던 일들이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그러나 2월 24일을 끝으로 공부방이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정이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재정때문이에요... 공부방 건물에서 나가는 월세 60만 원, 한달 운영비 80만 원 등이 큰 짐이 되었다고 합니다. 건물을 다시 계약하기 위해 더 큰 금액이 들어가야 한다고 합니다.
만 2년동안 친동생들처럼 많이 아끼고 사랑했던 우리 아이들인데
가정 형편이 어려워 기가 죽고, 학원도 다닐 수 없고, 학교에서 하는 방과후 프로그램도 신청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또다시 돈때문에 공부하던 공간을 잃는것 같아서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이번 2월 24일은 공부방 졸업식날이에요.
2년을 함께하고 3학년이 된 6명의 아이들, 2학년으로 올라가는 2명의 아이들, 올 해 1월에 온 갓 중1이 되는 2명의 아이들, 그리고 고1이 되어 첫 졸업생이 된 1명이 단체 졸업식을 합니다.
너무 미안한 마음에 좋은것을 해주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게 안타까워서 이렇게 글을 올려요.
격려의 메세지도 좋아요, 학용품도 좋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사회가 너희를 외면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