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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시국미사
▲ 시국미사 나선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23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국정원 해체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시국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
ⓒ 이희훈 |
▲ 시국미사 나선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23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국정원 해체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시국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 |
ⓒ 남소연 |
"2013년 대한민국 상황이 사제·수도자·평신도 등 모든 사람들을 이 거리로 불러 모았다."
'국가정보원 해체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전국 시국기도회'가 열린 23일, 사회를 맡은 장동훈 신부는 낮은 목소리로 힘주어 말했다. "오늘 모인 촛불 숫자가 사람들의 걱정과 억울함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고 본 그는 "그만큼 우리가 처해있는 상황이 위중하다"고 재차 말했다.
이날 오후 7시30분부터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규탄 시국미사에는 전국 15개 교구의 사제·수도자·평신도 3000명(주최 쪽 추산, 경찰 추산 1700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검은색 바탕에 흰색 글씨로 '국정원 해체, 민주주의 회복'이라 적힌 피켓과 함께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 문재인 '국정원 해체 민주주의 회복' 시국미사 참석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23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린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국정원 해체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시국미사'에 참석해 촛불을 밝히고 있다. | |
ⓒ 남소연 |
시국미사에는 천주교 신자인 문재인 민주당 의원도 참석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규탄하는 장외 행사에 처음으로 참석한 문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오늘 미사에서) 마음으로 기도하겠다"고만 말했다.
국정원 규탄 시국미사를 주최한 정의구현사제단은 박정희 정권 시절부터 민주화운동에 참여해온 대표적인 종교단체다. 지학순 천주교 원주교구장이 유신에 의해 탄압받자 이에 대항한 사제들이 1974년 9월 26일 창립했다.
"숨겨진 건 훤히 나타나기 마련... 지금이라도 공작정치 중단하라"
이날 참석자들은 진지하게 미사에 임하는 모습이었다. 기자가 인터뷰를 요청하자 한 수녀는 낮은 목소리로 "미사 중입니다"라며 거절했다. 사제와 수녀, 신자들은 미사 도중 "제 탓이오, 제 탓이오, 저의 큰 탓이옵니다"라며 주먹으로 가슴을 때리기도 했다.
천주교 신자 정아무개(62, 서울시 관악구)씨는 "지금의 잘못된 상황을 중지시키지 않으면 우리 후손이 얼마나 많은 어려움과 고통을 겪을지 모른다"며 "신앙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 촛불을 들었다"고 말했다.
사제단 소속 함세웅 신부는 "종교는 하늘의 뜻을 구하고, 인간 완성을 위해 노력하는 공동체"라며 "오늘 시국미사는 하늘의 명령이자, 시대의 요청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남재준 국정원장을 해임하고, 국정원 개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국정원 해체' 촛불 든 문재인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23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린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국정원 해체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시국미사'에 참석해 촛불을 밝히고 있다. | |
ⓒ 남소연 |
이날 시국미사를 집전한 사제단 대표 나승구 신부는 "민주주의 체제를 옹호하고 지켜야 할 국정원이 민주주의 원칙을 위반하고 국민을 우롱하는 오늘의 작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민주주의 가치가 난데없이 땅에 떨어져 마구 짓밟히는 마당에 더 이상 골방에만 있을 수 없어 미사를 거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나 신부는 "조용히 움직여야 할 정부기관이 이제는 대놓고 보란 듯이 정치적 이슈를 공작해내고 있으니 국민들은 국정원이 언제 또 기괴한 일을 모의해낼지 우려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국정원이라면 차라리 해체하는 것이 좋겠다"고 주장했다.
또한 "'숨겨진 건 훤히 나타나기 마련이다'라는 말처럼, 아무리 감춰보려 해도 진실은 정의의 등불 앞에 드러날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공안통치와 공작정치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사제단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지금까지 국정원이 저질렀던 불법적이고 일탈적인 해악과 범죄들을 대통령이 나서서 낱낱이 드러내 법의 심판에 따라 엄중하게 처벌하기 바란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사제단뿐만 아니라 그동안 한국천주교회 안에서는 관련 사건 진상규명과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는 호소가 계속돼왔다. 최근에는 전국 15개 교구의 사제와 수도자들이 시국선언을 발표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관련기사: 한국 천주교회가 심상치 않다 "우리는 '피의 뿌리'를 갖고 있다")
사제 200여 명과 수녀 500여 명, 평신도들은 "국정원이 본래의 자리에서 소명을 다할 수 있도록 하라", "거짓을 거짓으로 덮지 않도록 하라"고 기도하며 미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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