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부
-남자 이야기 -
은주를 조금이나마 더 보고 싶은 마음에 보내기가 정말 싫었지만,
곧 대구 행 버스가 출발을 한다는 안내 방송을 들은 은주가 조심스레 나에게 말했다.
"나 버스 타러 가봐야 할 것 같애~"
차마 잘가라는 말이 입에 떨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그런 표정을 보이면 은주가 또 다시 흔들릴까 싶어
미소를 지으며 은주를 보내려 했다.
"그래 조심히 가고 대구에 도착하면 전화해~"
은주를 보내고 뒤돌아 서서 터미널을 빠져 나가려다 조금전에 은주가 말한 사랑한다는 말을 못한 것이
이내 아쉬워 아직까지 출발을 하지 않은 대구행 버스로 뛰어 갔다.
버스에 올라타니 은주는 휴대폰을 꺼내며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려 하는 것 같았고,
내가 다가가니 인기척을 느꼈는지 고개를 들어 나를 보고는 놀란 눈으로 멍하니 바라 보았다.
"오빠...왜?"
앉아 있는 은주의 양뺨을 두 손으로 감싸고 허리를 숙여 아무말 없이 키스를 했다.
-정말 보내기 싫다..은주야..-
버스가 곧 출발을 할 것 같아 짧은 키스를 하고 은주에게 말했다.
"나도 은주 엄청 사랑하는 거 알지?"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대구 행 버스는 출발을 했고,
나도 손을 흔들고 은주도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다시 터미널에서 빠져 나와 차가 주차되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차에 타고 휴대폰을 꺼내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전화를 걸었다.
몇 번 신호가 가지 않고 전화 받는 소리가 났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어머님..강 승훈입니다."
나의 목소리를 들은 은주 어머니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 다시 나에게 말했다.
"뭐 때문에 전화를 한거죠?"
"약속데로 은주를 지금 보냈습니다."
"그래요? 그럼 알았어요.."
은주 어머니가 전화를 끊으려 하기에 다급하게 불렀다.
"어머니..잠시만요.."
"왜요?"
"은주가 2시간 정도 후에 도착을 할 것 같은데.."
은주 어머니의 차분하고 딱딱한 말이 이어졌다.
"그래서요?"
"은주에게 너무 화를 내시지 않기를 부탁 드리려 전화를 했습니다."
"그건 우리가 알아서 할테니.. 승훈씨라 그랬나? 그 쪽이 신경을 쓸 일이 아닌 것 같네요!"
"건방지게 들렸다면 죄송합니다.."
"그럼..용건은 끝났죠?"
그렇게 은주 어머니는 할 말을 하고 차갑게 전화를 끊었다.
은주를 보내고 또 은주 어머니와 통화를 끝내고, 집에 오는 길이 왜 그렇게 힘겨운지
운전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집안에 들어서니 은주의 냄새가 여기저기 묻어 있는 것 같아 그 동안 은주와 만들었던
행복한 기억을 따라 집 안을 헤매다 보니 어느 덧 날이 저물었고, 저녁이 되었다.
다음날 눈을 떠 보니 익숙했던 은주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은주가 떠난 집이 이상하게
낯설게 느껴졌다.
퇴근을 하면 집에 은주가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출근길도 즐거웠는데,
예전과 달리 출근을 하면서도 자꾸 서글픈 감정만 생기게 되었다.
출근을 해서 친한 동기가 농담을 던져도 재미가 없었고, 점심을 먹어도 힘이 나질 않았다.
점심을 먹고 회사로 들어가던 중 휴대폰에 혹시나 은주에게서 전화가 올까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내가 전화하면 입학식을 하는 중이라서 전화 받기가 곤란하겠지?-
그런 생각을 잠시 하던 중에 벨소리가 울렸다.
혹시나 하고 재빠르게 번호를 확인하니 그 동안 연락이 전혀 없던 지수의 전화였다.
-기다리던 은주 전화는 오지도 않고...-
지수의 전화를 그냥 무시하고 회사로 들어갔다.
또 다시 휴대폰이 울렸고 다시 확인을 하니 여전히 지수의 전화였다.
-은주랑 같이 지내는 것 때문에 지수가 계속 전화를 하는 거겠지?-
여전히 지수의 전화는 무시했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지수의 전화만 5번 왔고 은주에게서는 한 통의 전화도 없었다.
퇴근 후 집에서 간단히 라면을 끊여 먹던 중에 휴대폰이 울렸다.
-또 지수 전화인가?-
혹시나 싶은 마음에 라면을 먹던 중 젓가락을 내려 놓고 내 방 책상위에 있는 휴대폰을
확인을 했더니 이번에는 기다리던 은주의 전화였다.
왠지 다급하게 들리는 은주의 목소리였다.
"오빠 어디야?"
"어디긴 집이지~"
"아...그렇구나..오빠!"
갑자기 나를 부를 때 은주가 나에게 무슨 할 말이 있는 것처럼 들렸다.
"은주야 왜?"
망설이는 듯한 몇 초간의 시간이 지나고 은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그냥..불러 봤어.."
-은주도 날 두고 대구에 가서 내가 많이 그리운가보네..-
나를 그리워 한다는 느낌이 들자 괜히 우울했던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오늘 학교는 잘 다녀왔어?"
"응.."
"그런데 목소리가 많이 피곤하게 들리네..쉴래?"
"응 오빠..나중에 내가 전화를 할께.."
-은주도 내가 보고 싶고, 오늘 학교에 다녀와서 많이 피곤해 하는 것 같은데..-
-다 좋으니 아프지만 마~! -
은주와 통화를 끝내고 다시 라면을 먹으려 할 때 퍼져 버린 라면을 먹으려다 그냥 버리던 중에
누군가가 대문을 급하게 두드렸다.
-누구지?? -
대문을 열었더니 창식이가 이마에 땀이 송글 맺힌 체로 서 있었다.
"창식아~ 전화도 없이 여기 웬일이야?'
"형 전화를 이렇게 안 받아요!"
"너 전화 안 왔던데?"
"지수가 하루 종일 전화를 해도 안 받는다길레 제가 이렇게 왔잖아요!"
"그런데 왜??"
창식이가 숨을 가라듬고 다시 말했다.
"형..큰일 났어요.."
"무슨 큰일?"
"형.. 엄마가 쓰러졌데요!"
"누구? 우리 엄마?"
창식이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깜짝 놀라서 창식이에게 소리쳤다.
"왜!?"
"저도 자세한 것은 모르고 지수가 그렇게 전해 달라고 하더라구요.."
"지수가?"
지수가 전했다는 말에 그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알수가 없었다.
창식이는 집안에 들어와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셨고, 나는 내 방에 들어가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에게 전화를 했는데, 지수가 전화를 받았다.
"오빠!"
"지수야 니가 왜 전화를 받어?"
지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가 팔이 부러지셨어.."
"왜?"
"은주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쓰러지셨는데..팔을 잘 못 짚으셔서.."
지수의 은주 때문에 라는 말이 듣기가 상당히 껄끄러웠지만, 다시 지수에게 엄마의 상태를 물었다.
엄마의 상태를 묻고 지금이라도 대구에 올라가려 했다.
"엄마는 어떠셔?"
"일단은 퇴원을 해서 집에 계시는데.."
그 때 전화를 받는 지수 옆에 있는 듯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수야!! 훈이 전화면 오지 말라고 해라!! 나쁜 놈의 새끼!!"
그리고 갑자기 전화가 끊겼다.
아마도 아버지가 지수가 들고 있는 전화기를 뺏어 끊어 버린 것 같았다.
-그녀 이야기 -
지수 언니에게 믿기 힘든 말을 듣고 집에 들어 섰을 때 엄마는 나를 웃음으로 반겨 주었다.
"오늘 학교에 들어 간 기분이 어때?"
"응 좋았어.."
"그런데 표정이 왜 그래?"
"아무 것도 아냐.. 엄마.."
엄마는 나를 가만히 쳐다보며 다시 물었다.
"밥은?"
"먹고 왔어.."
"그래 쉬어라~"
내 방에 들어가려고 할 때 엄마가 다시 나를 불렀다.
"그 승훈 오빠 때문인 거니?"
나는 모른 척 대꾸했다.
"뭐가?"
"너 기분이 지금 안 좋은 거..."
"아냐 그런 거.."
내 방 책상에 앉아 어떻게 해야 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오빠 나 지금 어떻게 해야 할까..오빠는 지금 알고 있을까..-
오빠에게 전화를 하려 휴대폰을 들었다가 오빠의 슬픈 목소리를 들을 것 같아 다시 휴대폰을
내려 놓았다.
-지금 오빠가 내 전화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데..오빠.. 나 지금 전화를 하기가 두려워..-
한참을 망설이다 오빠에게 전화를 했다.
내 전화를 기다린 듯한 오빠의 목소리는 상당히 밝게 들렸다.
"오빠 어디야?"
"어디긴 집이지~"
-아직 오빠는 모르는 것 같은데..-
오빠는 모르는 사실을 나만 안다고 생각하니 안타까워 오빠에게 솔직히 말하려
떨리는 목소리로 오빠를 불렀다.
"아...그렇구나..오빠!"
"은주야 왜?"
오빠의 자상하고 듣기 좋은 목소리로 대꾸를 하니 차마 입에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오빠 미안해..차마 내가 그 말을 할려니 오빠의 모습이 상상이 되어 입이 떨어지지가 않네..-
다시 아무일도 없다는 듯 말했다.
"아니 그냥..불러 봤어.."
오빠와 통화를 끝내니 지수 언니의 말처럼 괜히 나 때문에 오빠 어머니가 아프신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차라리 내가 쓰러지고 팔이 부러졌으면 좋겠다..-
-내일 한 번 오빠 어머니에게 병문안이라도 가봐야겠다..-
다음날 학교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고, 대학교 첫 수업을 받았다.
같은 과에서 같이 수업을 받은 현희는 첫 수업이 감격스러운지 굉장히 좋아 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나는 처음으로 받는 대학의 첫 수업이 설레어야 하는데
오빠 걱정에 그렇게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오늘은 오빠 부모님 집에 병문안을 갈려고 마음을 먹었지만
학교 첫 날부터 시간을 내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상하게 오빠는 오늘 하루종일 연락 한 통이 없었고, 나 역시 오빠에게 전화를 하기가
무서워 애꿎은 휴대폰만 종일 만지작 거렸다.
학교 생활에 정신이 없는 사이 벌써 이 틀이나 지났다.
어제는 용기를 내어 오빠에게 전화를 했지만 오빠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오빠에게서 한 통의 전화도 없었다.
왠지 오빠에게 어떤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확신을 했다.
연락이 되지를 않아 문자도 보내고 했지만 여전히 답장이 없었다.
-혹시 오빠가 드디어 알아버린 것 같은데.. 그러면 내가 그 때 말을 하지 않아서 화가 난건가..?-
오빠가 알아버렸다는 확신이 들자 오빠의 지금 상태가 영 말이 아닐 것 같다는 추측도 들었고,
이 번주 토요일날 오빠에게 가면 가슴 아픈 일이 생길 것 같아 너무 무서웠다.
-오늘은 꼭 무슨 일이 있더라도 오빠 부모님에게 병문안을 가야겠어..-
학교 수업을 마치고 마트에서 과일 바구니 하나를 사서 오빠 부모님 집에 다다랐다.
막상 혼자 들어 갈려고 하니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냥 집에 돌아갈까..아니지 그런 약한 생각만 하면 오빠가 더 슬퍼 할 것 같아..-
흔들리는 마음을 고쳐 먹고 오빠 부모님 집의 현관문 벨을 눌렀다.
안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쇼?"
-오빠 아버지가 집에 계셨구나..-
"안녕하세요.. 아버님 저 은줍니다..김은주.."
그리고 현관문이 열렸고, 거실에서 누가 진공청소기로 청소를 하는 소리도 들렸다.
-오빠 어머니가 이제 거동이 가능하신가 보네..정말 다행이다~ -
오빠 아버지에게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오빠 아버지는 내 얼굴을 보고 다시 내 손에 들린 과일 바구니를 보며
당황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은주구나..어떻게 알고 왔지?"
우물쭈물하며 뭐라고 대답을 해야할 지 고민을 하던중에 거실에서 지수 언니가 청소기를
손에 들고 현관문 앞으로 걸어왔다.
"아버님 제가 은주에게 가르켜 줬어요..오빠가 연락이 안되서.."
지수 언니의 말에 오빠 아버지는 엄청 서운한 표정과 화난 목소리로 오빠를 욕했다.
"그딴 놈 연락을 해서 뭘 할려고! 나쁜놈 새끼!"
지수 언니는 오빠 아버지 앞에서는 나를 보며 웃으면서 말했다.
"은주야 들어와~ 과일 바구니는 나한테 주고~"
-지수언니가 거실에서 청소를 했었구나..그러면 오빠 어머니는 거동도 못 하신다는 말인데..-
거실로 들어가니 오빠 아버지는 앉으라고 말했고,지수 언니는 하던 청소를 멈추고
부엌에 들어가 녹차를 세 잔 가지고 나왔다.
-지수 언니는 이 집에서 딸처럼 행동을 하는구나..-
한 동안 세 명이서 아무 말도 없어 앉아 있는 자리가 마치 가시방석 같았다.
일단 오빠 어머니에게 안부를 물어야 할 것 같아 오빠 아버지에게 공손히 말했다.
"저...아버님.."
"그래..무슨 할 말이 있지?"
"저 어머님이 편찮으시다는데 인사를 좀 할까 싶어서요..."
내 말을 들은 지수 언니가 큰소리로 말했다.
"너 미쳤어?? 너 때문에 쓰러지신 분에게 약 올리려고 온거야?"
"아니..그게 아니라.."
그 때 오빠 아버지가 안타까운 눈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은주라고 그랬지?"
"네.."
지수 언니를 보며 오빠 아버지는 말했다.
"지수는 훈이 방에 건너가 있어라~"
지수 언니는 마지못해 일어서며 오빠방으로 걸어 들어갔고, 오빠 아버지 나에게 다시 말했다.
"지금 훈이 엄마는 방금 진정하고 잠 들었으니 나중에 인사를 하렴~"
"네.."
"그리고 내가 부탁을 하나만 해도 될까?"
"네..말씀 하세요..아버님.."
"우리 훈이를 정말 사랑한다면 놓아줄 수 없을까?"
-아버님! 사랑한다는데 왜 놓아야 하는거죠?-
목구멍까지 올라왔던 말을 삼키며 아무런 대꾸를 하지 못했다.
"지수에게 들어보니 이제 대학생이라는데..과거를 모르는 남자와 새로 시작하는 것이 어떤가.."
오빠와 절대로 안된다는 말에 그나마 있던 기운까지 싹 다 빠져 버렸다.
-저 사실 아버님과 어머님 때문에 대학생이 된 건데요..-
"훈이 애미가 저런데 오지도 못하는 훈이가 불쌍하지도 않은가..."
오빠 아버지의 말에 눈물이 갑자기 나오려 했다,
"아버...님 제발요..저 오빠 없으면 안되요..정말 안된단 말예요.."
"그럼 은주 네 욕심에 부모와 자식간의 혈육을 생이별 시키며 갈라 놓을려고 하는건가?"
오빠 아버지의 말에 무릎을 꿇고 오빠 아버지의 다리를 붙잡으며 사정을 했고,
눈물이 앞을 가리며 가슴이 아파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아버님..아버님..제발요...시키는 거는 뭐든지 할테니깐..요.."
"그래 계속 만나게..훈이 엄마가 죽든 말든 신경쓰지 말고 계속 만나~"
오빠 아버지의 완강한 태도에 꿇었던 다리가 나도 모르게 옆으로 주저 않게 되면서
잡았던 다리를 놓았다.
그리고 주저 않은 나에게 다시 말했다.
"여기서 당장 나가고 앞으로 훈이랑 그 쪽 안 봤으면 좋겠네!"
이렇게 말하고는 오빠 아버지는 안방으로 들어갔다.
힘없이 집에서 나서려는데 지수 언니가 여태까지 대화를 방에서 다 들은 듯 나에게 다가오며
평소와 다른 표정으로 말했다.
"은주야.."
"네.."
"그 동안 내가 정말 미안했어.."
언니의 말에 눈물을 닦던 중 깜짝 놀라 말했다.
"네??"
"제발..오빠 좀 놓아주라.."
지수 언니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등을 보이며 현관문을 나섰다.
-오빠 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오빠를 놓치지 않을꺼야..-
-그런데 지금 오빠 너무 힘들어 하는 건 아닐까? 그 모습 보고 내가 흔들릴까 너무 무서워..-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멍하니 가던 중 엄마가 오빠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내 이야기 잘 들어요. 부모와 자식은 천륜이예요』
『은주를 반대하면 앞으로 안 보고 살겁니다』
자꾸 머리에 떠올라 사라지지 않으니 가슴이 쓰라렸다.
-오빠 천륜이라는데.. 부모님 진짜 안 보고 살수있어?-
-남자 이야기-
엄마가 아프다는 말을 듣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찾게 되는 건
은주 목소리와 술이였다.
은주에게 전화를 하면 은주의 입장이 난처 할까봐 전화도 하지 못한 체 하루,이틀 시간만 지났다.
-은주야 내가 지금 힘들어 하면 너 학교에도 가지 않고 나한테 올 것 같애..-
-그래서 전화를 받지를 못하겠어 내가 힘든 거 목소리만으로 눈치를 챌까봐..-
월요일 은주와 통화를 했을 때 은주의 목소리와 대화를 떠올려 보니 분명 은주는 엄마가
쓰러진 것을 아는 듯 했다.
-은주야..너 나 때문에 입장이 많이 난처 하겠네..-
-엄마..우리 엄마..사랑하는 엄..마..지금 많이 아픈 거예요?..-
-날 그렇게 믿어 줬는데..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나 어떻게 하면 되죠..-
또 다시 퇴근 후에 술을 마시던 중에 휴대폰이 울렸다.
번호를 보니 은주의 번호였다.
더 이상 은주의 전화를 피하려 해도 이제는 끝까지 피한 것 같아 전화를 받았다.
몇 일만에 처음 듣는 은주의 목소리가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은주도 지금 상황이 많이 곤란한 모양이구나..-
그러나 나는 아무 것도 모른 척 그리고 목소리 톤을 높여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했다.
"은주야~ 통화하기 힘드네~"
내 말에 은주의 힘이 빠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게...많이 힘드네.."
은주의 힘 빠진 목소리에 나도 나즈막히 말했다.
"그렇지..힘들지..?"
은주도 나즈막히 나에게 말했다.
"오빠도 통..화..하..기...힘들었지?"
서로가 그 상황을 모른 척 하기 위해 전화 통화라는 단어를 넣어 말하는 것 자체가 너무 슬펐다.
"응..힘들었어.."
은주의 흐느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우리는 왜 이렇게 힘들까.."
은주의 말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
"오빠 토요일날에 갈테니 그 때 보자..너무 보고싶어.."
은주는 보고싶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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