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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story_439878
    작성자 : 제1대등신왕
    추천 : 29
    조회수 : 2810
    IP : 223.62.***.39
    댓글 : 76개
    등록시간 : 2015/08/17 12:14:28
    http://todayhumor.com/?humorstory_439878 모바일
    와이프가 집을 비웠을 때 이야기
    옵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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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에 썼던 와이프 이야기입니다. http://todayhumor.com/?bestofbest_215775

    와이프가 처가에 간 날들의 기록입니다.

    첫날.

    모든 남편이 그러겠지만, 와이프가 친정에 가면 남편들은 그 기간 동안 자유롭고 순수했던 청년의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핸드폰으로 재난 특보 메시지가 발송된 날 더위를 피해 아이와 함께 와이프가 시원한 처가로 갔을 때,  
    퇴근하는 순간부터 자유롭고 순수했던 청년 시절로 돌아갔다. 집에 들어설 때 옷을 하나씩 벗으며 완전변태한 곤충의 자태로 
    냉장고로 기어간 뒤 시원한 맥주 한 캔을 마시며, 쇼생크 탈출에서 옥상의 작업 후 병맥주를 마시던 죄수처럼 혼자만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순간 와이프에게 전화가 왔다.

    "너 지금 빤스만 입고 소파에 앉아 배꼽 만지면서 맥주 마시고 있지?" 양말을 아직 신고 있다는 것을 빼면 거의 적중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절대 인정하면 안 된다.

    "아니. 무슨.. 이제 집에 들어와서 옷 갈아입고 씻으려고 하지.."

    "나 없다고 짬뽕에 소주 시켜서 먹지 말고, 오늘은 밥해놓고 갔으니까 잘 차려서 먹어. 그리고 혼자 있다고 빈둥거리지 말고. 
    집 안 청소도 좀 하고 TV만 보지 말고 책도 읽으면서 발전적인 모습으로 있어 며칠간.."

    "응. 그래야지." 그날 난 발전적인 모습을 보이기 위해 와이프가 예상했던 짬뽕이 아닌 탕수육에 소주를 시켜 먹었다. 그리고 와이프의 지시대로
    독서를 위해 원피스 78권을 읽었다. 그날 독서의 교훈은 도플라밍고!!!!

    둘째 날 

    그날 업무보다 중요한 건 저녁 약속=술 약속을 잡는 것이었다. 나는 단축번호 18번, 44번, 77번과 통화 시도를 했다.

    단축번호 18 : 친구 1 (군견병)

    "야.. 오늘 저녁에..."

    "안돼. 너희 와이프가 당분간 너랑 놀아 주지 말래."

    "응.." 

    실패다. 역시 이 녀석을 18번으로 저장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단축번호 44 : 친구2 (암내 나는 녀석)

    "잘 지내냐?"

    "못 지내. 야근해야 해."

    "어. 그래 그럼 계속 못 지내길 바래."

    허걱... 본론도 꺼내지 않았는데..

    실패다. 하지만 녀석의 암내를 맡으며 더운 여름날 생사의 갈림길에 선 술자리는 피하는 게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역시 44번이야..

    단축번호 77 : 친구3 (영화 좋아하는 노안의 녀석)

    "어르신. 기체 후일 향만 강 하오신지요.."

    "닥치고 운전하니까 용건만 간단히 말해."

    "오늘 술 마시자고."

    "흠.. 조건이 있어. 베테랑 보여주면 술 마셔줄게."

    역시 녀석은 대학 때부터 경제수학을 잘해서 그런지 계산이 빠른 놈이었다. 

    "그래 베테랑 보여줄께..." 

    통화를 끝낼 때 팝콘 콤보를 외치는 녀석의 절규는 살포시 무시했다. 역시 행운의 숫자 77! 나는 오늘 너에게 영화를 보여줄 테지만 
    대신 술값을 덤터기 씌워주지.. 후훗..
    주로 커플 남녀가 다정하게 영화를 관람하는 극장의 한가운데 좋은 자리에 동남아에서 파견 근무 나온 통짜이 씨와 70년대 <별들의 고향> 
    관람 이후 극장을 처음 온 것만 같은 어르신은 다정히 팝콘을 씹어 먹으며 베테랑을 봤다. 베테랑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아트박스 아저씨...

    그리고 술을 마시기 위해 족발집으로 향했다. 항상 녀석과 영화를 보고 난 뒤 술을 마시면 영화 대사를 인용하며 대화를 하는데, 
    어김없이 베테랑에 나온 대사들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맷돌 손잡이가 뭐라고 뭔지 알아요? 어이라고 해요. 맷돌을 돌리다가..."

    "닥쳐.. 그리고 너 황정민한테 맞았냐? 술을 왜 질질 흘리고 마셔. 턱받이 해야겠네."

    그날 난 오랜만에 마시는 술과 고급진 족발 안주에 감격에 겨워 그런지 술을 질질 흘리면서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족발집에 
    딱 봐도 잡상인으로 보이는 동남아 남녀 젊은이 2명이 들어왔다. 벌써 녀석은 나와 그 젊은이들을 번갈아 보며 앞으로 우리 테이블 앞에서 
    벌어질 상황을 기대하고 있었다. 드디어 두 젊은 남녀는 우리 테이블 앞으로 왔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티베트에서 유학 온.."

    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 두 남녀는 흠칫 놀라는 눈치였다. 그들이 오래 우리 테이블에 있으면 녀석이 나를 더 놀릴게 너무 뻔해서 나는
    빠른 조처를 했다.

    "멀리 타국에서 고생이 많쯥니다. 볼펜 3천 원이죠. 5천 원 드릴 테니 볼펜 하나 주시고, 남은 돈으로 시원한 음료수라도 드세요." 

    순간 여학생이 우리 앞에서 고맙다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옆의 남학생은 계속 "감짜합니다. 감짜합니다."를 말하고 있었다. 
    이것들 나를 한국에서 성공한 동남아 선배로 보고 있는 게 아니야.. 라는 생각이 강렬히 들었다. 
    이 상황을 빨리 종료시켜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저희가 지금 이야기하던 게 있어서 그럼.."

    그 남녀를 보냈을 때 녀석은 또다시 나를 놀려대기 시작했다.

    "야! 너보고 고향에 있는 아빠 생각났나 보다. 크하하하하."

    영화 황해에서 면정학(김윤석 님)은 족발로 사람을 때려죽였다. 지금 내 눈앞에 고기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족발이 있다. 
    잡기도 좋아 보인다. 면정학으로 빙의되어 딱 세대만 녀석을 때리고 싶었다. 

    셋째 날

    드디어 자유의 마지막 날이다. 내일이면 와이프와 아들이 서울에서 돌아온다. 퇴근하면 '어제 술 마시고 들어간 흔적들을 없애고 
    청소 좀 해야지' 하고 결심한 순간 와이프에게 카톡이 왔다. 아니.. 내일 온다면서 왜 오늘 온 것이야!!!!
    함정수사에 걸린 범죄자의 심정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오늘 퇴근 하면 청소하고 증거인멸을 하려 했는데 억울했다.

    "너 죽을래?" 1

    그리고 거실에 잔뜩 늘어놓은 나의 옷가지와 이불이 담긴 사진이 전송되었다. 

    "너 카톡 보고 있는 거 다 아니까 빨리 전화해. 오늘 보는 하늘이 살아생전 보는 마지막 하늘이 되기 싫으면 빨리 연락해" 1

    바퀴벌레는 위기 때 아이큐가 340까지 오른다는 데 이런 위기의 순간에 아이큐가 100도 아닌 1도 오르지 않는 멍청한 나의
    두뇌가 원망스러웠다. 결국 내 머리에서 쥐어짠 멘트는

    "죄송합니다."

    "죄송한 짓 했으면 맞아야지. 이따 퇴근하고 보자." 

    "남자가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라며 권위있는 남편의 모습으로 반항해볼까 생각도 했지만, 그러다 더 맞을 거 같아 공손하게 
    "네. 오늘은 칼퇴근하겠습니다."라며 순종했다.

    그리고 잔뜩 겁에 질려 퇴근했는데, 뜻밖에 와이프는 저녁을 차려놓고 아들과 함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심지어 문 앞에서 공손하게
    "삼삼아 아빠 오랜만에 봤는데 제대로 인사해야지." 하면서 현모양처의 모습으로 둔갑하고 있었다.
    사형수도 형을 집행하기 전 먹고 싶은 음식을 배불리 먹여준다고 나를 두들겨 패기 전에 배는 채워주려는 속셈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떨리는 손으로 숟가락을 들었다. 

    "어제 술 많이 마셨다면서 내가 북엇국 끓였으니까 먹어봐."

    "으응.. 고마워."

    내가 용기 있는 가장이었다면 "아오 짜짜짜짜.. 짜짜로니.." 라고 했을 텐데, 난 연약한 사무직이다. 

    "맛있네. 조금 먹었는데도 벌써 속이 풀리는 거 같아."

    "근데 오빠. 어제 집 정리도 제대로 안 하고, 내가 시킨 거 하나도 안했네. 잘못했지?"

    "응 미안해. 난 내일 온다고 해서 오늘 퇴근하고 하려고 했지."

    "그래. 내가 용서해줄게. 대신 밥 먹고 차 트렁크 열어봐. 거기 뭔가 있을거야."

    "알았어. 오늘 밥 진짜 맛있다." 내 옆에서 북엇국을 한 수저 떠먹은 아들은 울면서 "에 퉤퉤퉤..." 하고 있었다. 
    너는 그래도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는 있구나... 하지만 멀지 않았다. 아들!

    그리고 트렁크를 여는 순간 부댓자루 3개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게 뭐야?"

    "어 집에서 까다가 포기한 마늘인데, 주말 동안 이거 다 까놔. 그럼 내가 용서해줄게. 그리고 냄새나니까 집에서 말고 주차장에서 까."

    나는 연약한 사무직이다. 까라면 까야지. 
    폭염주의보가 내린 주말 내내 주차장에서 마늘을 깠다. 그리고 그날 나는 마늘을 참 잘 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역시 웅녀의 후손이다.
    출처 저희 와이프는 사랑스럽습니다.

    게다가 아름답습니다. 심지어 마음씨도 곱습니다.

    그녀의 젖은 손이 애처로워 살며시 잡아 본 순간 "어딜 만져!" 라는 소리와 거칠어진 주먹으로 맞았습니다.
    제1대등신왕의 꼬릿말입니다
    와이프에게 오유에서 열린 등신 백일장에서 등신왕이 되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기뻐할 줄 알았는데, 와이프는 묵묵하게 당연한 거 아니냐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내가 왕이니까 당신은 중전이야. 그리고 삼삼이는 세자고..."

    "가족까지 끌어들이지 마! 이 등신 왕아." 

    그 후 집에서 수라상을 직접 차려 먹는 전세계 유일한 왕이 되었다. 
    와이프는 집에서 나를 등신왕이라고 부른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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