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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웬수지.
우혁이가 떠난 술 자리는 그야말로 폭풍전야였다.
수영이는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엉엉 울기 바빴으며, 나와 민수는 밖으로 나가버린 우혁이를 따라갔다.
" 야 박우혁! "
" 그냥 들어가라. "
들어가라는 말을 뱉고 걸어가던 그 녀석이 다시금 뒤를 돌아보았다.
" 김현석. 니 똑바로 말해라. 최수영 좋아하냐? "
그 당시, 난 단 한번도 수영이에게 이성적으로 끌린 적이 없었다.
" 아니. "
" 근데 왜 붙어다니냐? "
" 친구니까. "
" 지랄하네. "
그 말을 뱉고 떠나간 그 녀석은 지방으로 내려가 학교를 다니는 동안 서울로 올라오지 않았다.
그 것이 그 녀석과 나, 그리고 수영이의 마지막 갈등일 것만 같았다.
큼지막한 사건이 지났다.
우리는 훌훌 털어버리고 원래 모습대로 돌아갔으며, 우리는 정말 많이 놀았던 것 같다.
각자 학교 친구들과 약속이 없는 날에는 어김없이 단톡방에 뭐하냐는 글씨가 적혀있었고,
한 명정도가 빠져도 세 명이 모이거나 단 둘이 만나기도 했다.
그리고 방학이 다가왔다.
고등학교 때보다 더욱 빠른 방학시즌은 나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데 충분했으며,
내 카카오톡에 있는 여러 단톡방은 시간내서 모이자는 글들로 가득했다.
그런데 하나 문제가 있었다.
나랑 우혁이,민수는 고등학교 3학년 때 같은 반이었고 3학년 때 아이들은 다른 학년 때 아이들보다
더욱 친했기에 만날 가능성 또한 무척이나 높았던 것이다.
나에게 카톡이 왔다.
" 야 애들 모아. 3학년 때 애들 봐야지. "
내가 애들을 모아야 했다. 걱정이 앞섰다.
박우혁 이 자식을 불러야 하나.
" 야 다 같이 모이자. XX이네 가게에서 ㄱㄱㄱ "
단톡방에 공지로 올려버렸다. 올 사람은 오겠지 하고 말이다.
" 괜찮겠냐 ? "
" 뭐가. "
" 우혁이 그 새끼 올 삘인데. "
" 오면 뭐. "
민수의 걱정대로 우혁이는 그 자리에 등장했다.
다른 아이들은 몰랐고, 나와 민수 그리고 우혁이만이 아는 일은 그 자리에서 언급되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고.
" 야 김현석 나와봐. "
" 아 저 새끼 또저러네. "
밖으로 나갔다.
녀석은 조금 진지해져있었다.
" 나 최수영 포기했다. 친구처럼 지내려고. "
" ㅇㅇ. 잘 생각했다. "
" 그래서 말인데, 자리 한 번 마련해라. "
" 그렇게 됐어.. 너네들은 어때? "
나머지 세 명에게 물어보았다.
연희와 민수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수영이의 낯빛은 어두웠다.
" 수영이 넌 좀 그렇지..? 안 될 것 같다고 말할게. "
" 아니야. 걔가 완전히 정리했다면.. 상관없을 것 같아. "
우리 다섯 명은 그렇게 다시 모였다.
어색함은 배가 되어있었고, 그 어색함은 술로 풀기도 어려운 무언가 말하기 힘든 감정이었다.
친화력이 좋던 우리 네 명도 그 어색함 앞에서는 소심한 영혼에 불과했고,
아무 말 없이 술만 홀짝홀짝 마시고 있었다.
" 아 씨 답답해. 뭐하는거여 박우혁. 이러려고 모으라 캤냐? "
숨 막힐 듯이 답답한 분위기에 화가 났는지 연희가 우혁이를 향해 말했다.
" 몰라. 이렇게 불편할 줄은 몰랐지. "
그 녀석은 항상 그랬다.
소심하던 성격을 지니고 있었지만 무책임했다.
뭐랄까, 남들이 자신을 풀어주길 바라는 녀석이었다.
" 안 되겠다. 내가 가야겠네. 그래야 니들이 편하지. "
그 녀석은 그렇게 또 떠나버렸다.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뭘 하자는 건지.
그런데 그 녀석의 그 날 행동은 앞으로의 치졸하고도 유치한 모습을 미리 보여주는 예고편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