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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oda_4397
    작성자 : SHIVA
    추천 : 19
    조회수 : 3929
    IP : 173.245.***.212
    댓글 : 30개
    등록시간 : 2016/09/19 12:55:29
    http://todayhumor.com/?soda_4397 모바일
    명절얘기가 많아서 써보는 ssul.(게시판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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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나 그랬듯 명절이야기로 핫하네요.
    저희집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저희집은 종갓집은 아닌데
    아버지께서 5남매중 장남이고요
    어머니께서도 5남매중 장녀십니다.
    저는 외동아들이고요
     
    제사는 할아버지 제사 1회. 명절 차례 2회고요.

    제가 어렸을 적엔 여느 멘붕게 이야기와 마찬가지의 집안이었습니다.
    음식은 어머니와 작은어머니가 죽어라 하시고
    남자들은 꼴랑 밤 하나 까고 자고 술마시고
    상차리면 여자들끼리 남자들 끼리..
    저희 아버지께서 상당히 고지식한 분이신데
    신념이 확고하십니다. 
    아버지께서는 남자들과 함께 하시지만
    눈치를 보시는게 느껴졌죠.
    그 당시의 제 생각으로는 아버지가 이게 잘못된거라
    생각은 하시는구나 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제대로 충격받는 일이 생깁니다.
    저희 종갓집이 있는데 시제를 지냈습니다.
    한 번 부모님과 참석을 한적이 있는데
    대청마루에 수염 길게 기른 할아버지 다섯이서
    헛기침만 하고 큰어머니 등 여러 여자분들을
    노예부리듯이 부려먹더군요
    본인들은 술상 받아서..
    이건 정말 아니다 싶어 
    나는 이제 뭘 할 수 있나 라고 생각을 해보니
    '아버지는 바꿀 수 없다, 어머니께 힘이 되어 드리자'
    라고 마음을 먹고 
    음식준비를 할때 어머니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일이
    없도록 수족이 되어드렸습니다.

    물론 그건 제 생각이고 어머니는 답답하셨을수도... ㅋㅋ

    저는 음식이라는게 정말 어려운 건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음식을 해야겠다 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죠

    그런데 군대를 다녀오고 독립을 하고 혼자 먹고살다보니
    못하는게 아니라 안하던거였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 뒤로 제가 앉아서 전 하고 어머니께서 뒤치닥거리를 하세요
    기술이 많이 늘었습니다 ㅋㅋ
    물론 아버지께서는 아직도 밤만 까세요.
    하지만 전혀 밉지 않습니다. 
    바꿀 수 없는건 냅둬야죠
    저희집은 명절이 즐겁습니다.
    어머니랑 둘이 앉아 음식하며 못다한 이야기도 하고
    아버지도 유머가 있는 분이시라
    저희 음식할때 나와서 거들려고 하십니다.
    도움이 별로 안되는건 비밀 ㅋㅋ

    그리고 먹고난 설거지 제기 설거지는 무조건 제가 다 합니다.
    어머니 조금이라도 쉬시라고요.

    바뀐건 없는지 모릅니다. 윗세대를 바꾸는 것은 무리겠지요
    하지만 저와 제 자식 세대에는 이런관습 물려주고 싶지 않습니다.

    저희 아버지 대단한 분이세요. 
    제사 명절 이런거 원래 전통 다 지켜서 하시던 분이
    시대가 변하는걸 감지하십니다.
    신문 뉴스를 많이 보셔서 그런 걸까요.

    할아버지 묘 옆에 할머니 모시려고 했는데.

    제가 아버지 가슴에 못을 박은적이 있었습니다.
    상처가 크셨을테죠

    저는 할아버지 할머니 묫자리 그리고 제사 지낼생각없다
    나한테는 아버지 어머니 뿐이다. 그렇게만 챙길거다.

    그런데 수년을 하신건지.. 상당히 오랜 후에
    할아버지도 이장을 하고. 할머니도 납골당에 모시자고
    아버지도 화장해달라고 생각날 때 찾아와 주면 된다고
    그렇게 말씀하시네요. 가슴이 먹먹하셨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부모님 돌아가시면 내 가슴에 묻고

    제삿날은 부모님을 기리며 내손으로 정성다한 음식
    간단히 올려서 생각만 하자고..
    그렇게 매년 기억하는거라고 그게 가장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여자친구와도 그런얘기 종종하는데
    우리부모님 제사음식 내가 다 만들고 내가 혼자 지낼거다
    마음이 내키면 같이 차리고 아니면 안해도 괜찮다
    내가 결혼하면 난 새로운 가족의 가장이 될 것이므로
    나한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너일 것이기 때문에
    힘들게 하지 않을거다
    라고 말했습니다.

    얘기가 참 길었네요

    어렸을때는 차례 제사에 대해 의문을 많이 가졌습니다.
    저한텐 아무 의미없는 행사였으니까요.
    그런데 저도 생각이 많이 바뀌었네요

    나의 사랑했던 사람을 기억할 수 있는 날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걸.
    그리고 그 기억하고 추억하는 방법은
    전통이 아니라 그 본인이 결정하고 마음을 담으면 되는 것이라는 걸.

    나부터 바꾸고 나면 .. 내 자식세대에게는 더 행복한 전통을 물려줄 수 있을 거라는걸.

    생각이 참 많아지는 명절입니다.

    두서가 없는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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