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잘 지냈어요..?'
어색한 듯 존댓말을 쓰던 그녀
내 착각이었던 듯 그녀와 나는 같은 동아리는 아니었고
그녀는 그냥 지인들과의 술자리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괜히 음료수를 가지러,
화징실 가러
전화 하는 척하러
그녀의 테이블 앞을 오가며 주고 받는 대화를 엿들었다.
남자친구는 없어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때 당시 그녀는 오전엔 고시공부를 하고 오후엔 과외 일을 하던 때라
남자친구를 사귈 여유 따위는 없었다.
신구대면식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어갔고
2차를 갈 사람은 따로따로 모여 다시 장소를 옮기는 분위기가 되었다.
요령껏 빠져나와 그녀가 나올 때 까지 기다렸다.
천운이었던걸까. 그녀 또한 술자리를 혼자 일찍 빠져나왔다.
'선생님, 집 가세요? '
'응! 너는 집 안 가? '
술에 취했던 걸까 어느 새 반말을 썼던 그녀
'선생님, 취하신 거 아니에요? 데려다 드릴까요? '
'아니야 요 앞인데 뭘 잘 지냈어? 선생님 학교 후배 된거야? 과는 어디야? '
'체육교육과입니다. 담에 밥이라도 같이 먹어요 '
전화번호를 받아왔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보낸 문자
잘 들어가셨어요 너무 반가왔어요
하지만 그녀는 그다지 반갑지 않았던 걸까
오지 않는 답장 때문에 애태우다가 잠 들었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서야 온 답장
'어제 잠 들어버렸네! 학교 생활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보구 밥 사달라해~ '
'밥 사주세요'
'오늘? '
'네'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그녀를 다시 만났던 날은 금요일
그녀와 문자를 주고 받았던 그 날은 토요일
우리는 학교 앞 돈까스 집에서 만났고
고 3 때 보았던 그녀는 이쁜 누나, 교생선생님이었다.
하지만 지금 내 눈 앞에 보이는 그녀는 1년 동안 그리던 아름다운 여자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아니 원래 그녀는 어른이었다. 늘 보아왔던 여고생의 서툰 화장이 아니라
능숙해진 화장과 하이힐과 치마와 백이 어울리는 그런 나이었고 또한 그런 사람이 었다.
반면 나는 아직은 앳되고 흰티에 청바지와 운동화가 어울리는 그런 새내기에 불구했다.
밥을 먹고 꼴에 남자라고 사양하는 그녀를 굳이 데려다 주는 길.
'선생님, 내일 시간 괜찮으시면 영화 한 편 보실랍니까? '
다음 날, 친구와 소주를 마셨을 뿐이었다.
정말 그 날은 바쁜 일이 있었겠지.
다시 용기 내어 그녀에게 했던 문자
'선생님, 이번 주 토요일에 봐요'
태어나서 발라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없었던 무스로 한 껏 머리를 치켜세워 올리고
그녀를 만나러 나갔다.
선생님과 영화를 보고 난 후 길을 걸으며 우리는 대화를 시작했다.
'선생님, 작년에 봤을 때부터 참 예쁘십니다 특히 쌍커풀이 이쁘시네요'
'나도 사실 알고 있어 ~ 민수(가명)도 잘 생겨서 인기 많았겠다. 어머 너도 쌍커풀이 진하네? '
'전 공학나왓는데도 아는 여자 하나 없습니다. 우리과도 거의 뭐 남자 뿐이고요 '
'민수는 미팅 같은 거 안 나가봐? '
뭐라 대답할까 좋아하는 사람있다고 솔직하게 말할까
누구냐고 물어보면 당신입니다 라고 말할까
짧은 찰나 고민 후 한다는 대답은
소개팅 좀 시켜주세요
'그래? 선생님 과외하는 학생 중에 너랑 동갑인 애 있는데? 어때? '
'마, 괜찮습니다'
그녀와 말할 때 마다 붉어지던 얼굴,
수줍던 말투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던 나의 모습을 보고
행여나 내 마음을 들키지는 않았을까
알게 된다면 그녀가 나를 부담스러워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훗날 그녀에게 물었을 땐
그 땐 그저 귀여웠다고 한다.
순수했던 20살 새내기가 그저 귀여웠을 뿐이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