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어리바리한 신입과 팀장, 그리고 첫사랑 이야기 (1)
한 어리바리한 신입과 팀장, 그리고 첫사랑 이야기 (2)
한 어리바리한 신입과 팀장, 그리고 첫사랑 이야기 (3)
- 저기.. 일어나봐.. 괜찮아?
그녀는 소주2잔과 맥주1병에 못이겨
술버릇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내 옆에 앉아 기대는 돌발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를 더욱 더 심각하게 만든건
그녀가 그 자리에서 잠든것이다.
매우 전형적인 모태솔로였던 나는
연애경험이 많거나
여유 있는 사람들이 부러워진다.
도대체 이런 상황이 닥치면 어떻게 해야하는건가?
수만가지 망상이 펼쳐지며, 끝은 결국 최악이었다.
도저히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단것이다.
그녀는 창틈으로 스민 바람결처럼,
짧고도 긴 숨을 내쉬며, 소곤소곤 잠이 들었다.
내 귀는 빨개지기 시작했고
심장은 더욱 더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그녀를
집으로 데려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강한 이미지였지만, 꽤 말랐고
업기엔 충분한 무게감이었다.
그녀를 업고는 우선 가게를 나오기 시작했다.
허나 머리가 띵해졌다.
그녀의 집을 모르고 있던것이다.
서둘러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하자니
벌써 밤 10시다.
밤 10시에 팀장님의 집주소를 물어보면
당연히 이상하게 생각하겠지?..
결국 나는 근처에서
그나마 건전해보이는 호텔로 들어갔다.
조금씩 힘들기 시작했지만
처음 겪는 상황에 매우 심각해졌고
그로 인해 지금 나에겐 얼른 그녀를 안전히
보호(?) 해야 한다는 깊은 사명감이
온 신경과 내 몸을 긴박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내 등에 업고도 나는 땀을 흘렸을텐데
참 잘 자고 있었던거 같다.
고비 끝에 호텔의 1층에 도착하고
방을 잡게 되었다.
그녀를 푹신한 침대에 눕히고
나는 드디어 긴 한숨을 내쉬었다.
눈 앞에 보이는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침대위에 혼자 누워있고,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남자라는 동물이기에 이상한 생각을 했을수도 있지만
당시의 나는 조금은 모자란 내 이성에 지배당하고 있었다.
그저 그녀를 보호해야한다는 사명감이 머릿속을
깊이 동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의 나는 수만가지의 상황 중 2가지 선택지로 간추렸다.
1. 그녀가 편히 쉬도록 냅두고 나는 집에 가는것
2. 다음날 아침까지 옆에서 있어주는것
꽤 과잉된 심각함에 형성된 사명감이랄까,
지금 생각하면 그저 전형적인 모태솔로의
무지함을 티내는거 같기도 했다.
좋게 말하면 순수했다고 보면 된다.
아니 그냥 멍청하다고 보면 된다.
1번을 선택하면
그녀는 아침에 일어날때 몹시 당황스럽고
혼자서 호텔에 누워있는것을 보면
나를 완전히 수상하게 볼게 뻔할거 같았다.
2번을 선택하면
그녀에게 나를 몹시 긴박하게 만들었던
모든 이야기들을 아침에 들려줄수 있을것이다.
그러면 그녀는 안심할거 같았다.
뭐 당시의 나는 이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10분동안 가만히 서서
내가 이 글을 쓰기 전 4시간전
물냉면인가, 비빔냉면인가 깊이 묵상한것처럼
매우 심각한 표정으로 2번을 선택한거 같다.
우선 나는 너무 피곤했다.
얼마나 낯설고 긴장되는 상황이었는지
온몸에 근육이 경직되었고
술도 들어갔겠다, 정신이 피로해지기 시작했다.
우선 화장실에 들어가 혼자서 샤워를 하게 되었다.
샤워를 하고 나와보니 그녀는 내가 눕힌 그대로가 아니란걸 깨달았다.
"설마.. 깬건가? 아니 뭐 뒤척였을수도 있지! 하하" 하며
또 다시 수만가지 망상을 재생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의 침대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다른 이불을 꺼내고 주섬주섬 바닥에
잘 준비를 하고 눕기로 했다.
그렇게 경직된 온몸을 강제로 바닥에 누이며
긴장된 두 눈을 감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잠이 들었던거 같다.
정확히 기억은 안난다.
무언가에 쫒기며 긴장되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꿈의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지만
너무나 긴박한 기분이 들었다.
이상한 위화감을 느낄 무렵
잠에 취해 잊고 있던 그녀가 생각났다.
나는 깼다. 이미 다음날 아침이었다.
주말이라 다행히 근무해야하는 날은 아니었다.
그녀는 어디로 갔는지 없다.
시계는 아침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녀는 어디로 갔을까?
나는 얼른 일어나 이불을 정리하고
화장실에 가서 정신없는 내 머리칼과
조금 부었던 얼굴을 씻기 시작했다.
그러다 호텔방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 엥? 어디갔어
그녀의 목소리다.
양치하고 있던 나는 화장실 문을 발칵 열고
새 칫솔을 물며 대답했다.
- 아!!!! 나 여기여기 씻고있어!!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뭐가 그리 다급해, 천천히 하고 나와
그녀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다행히 그녀는 웃고 있었다.
내심 안심됬다.
- 다 씻었어? 아주 잘자더만
그녀는 뭔가 다 알고 있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웃으며 내가 말했다.
그녀는 내게 어찌된 일인지 묻겠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녀는 웃었다.
- 왜일까, 어제부터 나는 웃음참느라 힘들었어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나는 머리에 망치를 맞은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