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어리바리한 신입과 팀장, 그리고 첫사랑 이야기 (1)
팀장이었던 그녀는 미리 알고 있었던거 같다.
순간 머리가 하얗게 된 나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그녀는 단지 배시시 웃었다.
그녀와 두번째 만남의 인사를 하고 면담을 가지게 되었다.
마치, 잊혀졌던 기억들이 모두 되살아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좋아했던 사람이, 다시 내 앞에 나타난다는건 어떤 기분인지 이해하게 됬다.
직책상 업무시간에는 팀장에게 존댓말을 사용하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더 어색해진거 같다.
- 오랜만이에요ㅋㅋㅋ
- 아.. 흫ㅎ 네.. 아..
멍청하게 또 나는 이러고 있다.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기 위해서
수습기간에 충실해야 하는데
머릿속엔 그녀가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문득 깨닫곤 한다.
양지의 카페에서 그녀와 함께 했던 시간들은
내 무채색의 하루에 많은 색깔을 물들였다는것을.
어느덧 수습기간은 끝나고, 한 부서의 정식 팀원으로 일을 하게 되었다.
또 왠지 모르게 그녀를 동경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같이 검정고시를 준비했었는데, 나는 이제 취업한 어리바리한 신입
그녀는 한 부서의 팀장인거다.
그녀는 성격은 똑바르고 낯은 가끔 가리는 성격이다.
목소리는 당차며, 얼굴은 귀여운 상이다.
하지만 일을 할때면 누구보다도 진지한 모습이다.
그런 모습이 나에게 청춘이 왔는지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그렇게 1개월쯤 지났을때
내 인생의 한 획을 그은 일이 있었다.
- 오징어씨 전화번호 좀 알려주세요
(오징어는 제 가명입니다.)
- 네??!
- ㅋㅋㅋㅋ아 저번에 메뉴얼 못보내드려서 그래요.
카톡으로 이메일 알려주세요.
- 네! 고마워ㅇ.. 아니 네 여기 있습니다.
- 뭐가 고마워 ㅋㅋㅋㅋㅋ웃겨ㅋㅋㅋ
긴장해서 엉터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랴
나에겐 그녀의 전화번호를 갖게 되었다!
물론 업무상의 이유였지만..
마치 조울증 걸린것처럼, 습관적으로 망상을 펼치며
기쁘고 슬프곤 했다.
아주 전형적인 모태솔로의 상이다.
내가 봐도 극찬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녀와 카톡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엔 업무의 이유로 시작하게 되었지만
어느 순간에서 부턴가, 그녀는 나에게 자주 선톡을 보내곤 했다.
'뭐해?' '오늘은 너무 더워ㅜㅜ' '저녁 사줭'등
카톡으로 잡담을 하는 시간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또 유일하게 말을 놓는 시간이기도 했다.
어느 날, 수 많은 클레임들이 들어왔다.
모 회사의 카드의 인바운드 업무인데
그날에 모 회사의 카드가 결재가 안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던것이다.
결국 욕이란 욕은, 우리가 먹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연발에 지친 상태였다.
그녀도 물론 이리저리 정말 바쁜 시간이었다.
정시퇴근인 6시가 되자, 나는 비로소 큰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그녀가 다가와 말했다.
- 아 오늘 진짜 수고 많았어요!
- 네 이런 날도 있구나 싶네요ㅋㅋㅋㅋ
- ㅋㅋ네 근데 저번에 그랬죠 밥 사준다고
- 아? 아! 그쵸ㅋㅋ 그걸 기억하고 있나요?ㅋㅋㅋ
- 네, 전 기억력이 강하거든요. 오늘 같이 먹어요!
비로소 저녁을 같이 먹는 날이 성사되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녀는 항상 나에게 먼저 다가왔던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