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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는 무성영화처럼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거리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개성과 각자가 생각하는 바에 따라 표정들이 가지각색이다.
썩 잘어울리는 연인이 팔장을 끼고 걸어가는 걸 볼때면 어디서 시작되는지 알수없는 질투감이 들어 배가 아파올때도 있고, 못생겼지만 왠지 어울려 보이는 연인이 지나갈때면 괜히 기분이 좋아져 한번 피식 웃어 볼때도 있다. 어쩌면 저렇게 진실한 사랑을 할수 있을까 하고.
간혹 아름다운 여인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지나갈때면 투명한 스크린을 금방이라도 뚤고 달려가고 싶은 충동이 드는가 하면, 머피의 법칙처럼 그중 가장 못생긴 여자가 날보고 시간없다고 콧방귀를 뀌며 막아 설까봐 두렵기도 해진다.
스크린속 무성 배우들의 색갈있는 연기처럼, 그들의 가지각색의 표정이나 모습들은 나에게 조금은 쉴수 있는 여유를 제공하기도 하고, 또 나의 개성을 돌아보게 만드는 거울이 되어주기도 한다.
순간 나만의 사색과 영화감상의 흥취를 무참이 깨어버리듯, 허리쪽에서 심한 경련이라도 일어난듯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진동으로 해논 삐삐가 울리는 중이었다. 진동을 멈추고 삐삐를 들어 바라보았다. 익숙한 번호였다. 가장 친하다고 자부하는 친구녀석의 집 전화번호였다. 그리고 지금 날 이자리에 있게 한 장본인이기도 했다.
나는 일어나서 주의를 둘러보고 가까이에 있는 전화기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전화기를 들어 동전을 넣고 번호를 눌렀다. 전화벨 소리가 힘차게 들려왔다. 전화벨이 울리는 동안 어제 친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짜식, 네 나이 벌써 26이 아니냐. 너도 이제 여자친구도 만나고 그래야지. 언제까지 외로운 쏠로를 자처할거냐. 그러니까 아무말 말고 내일 3시까지 인연이라는 까페로 나와라. 알았지? 약속 어기면 안돼. 내가 아는 예쁜 후배 한 명 보낼테니까 말이야. 먼저 나가서 3번 테이블에 가서 앉아 있어. 그 시간때는 사람이 거의 없을 테니까. 그리고 새삼 강조하는데, 너 실수하거나 그러면 가만 안놔둬. 그리고 무슨 일이 …….’
“여보세요.” 귀에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와 나의 사색을 중단시켰다.
“응, 나야. 동준이” 평소처럼 나의 대답은 간결했다.
“응, 동준이구나. 그래 후배는 왔어? 어때? 마음에 들지? 잘해봐. 얼마 안남은 네 생일에는 애인들도 데리고 만나보자. 알았지. 잘되면 이 형님 잊어 버리지 말고 …….”
“아직 오지 않았는걸.” 나는 그의 말을 잘라버리듯 말했다. 그러면서 손목시계를 바라보았다. 바늘이 3시 30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약속시간에서 30분이 지난 시간이었다.
“그, 그래? 차가 막히나 보다야. 야 너도 잘 알지. 시내 교통이 얼마나 막히는지, 아무튼 약속 어길 애는 아니니까 기다려봐라. 곧 갈거야.”
“그래, 좀더 기다릴께.”
“잘해봐, 알았지?”
그는 미안하고 무안했던지 잘하라는 말만을 덩그란이 남긴채, 자라목 들어가듯이 전화를 끊었다.
나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으며 전화를 끊고 자리로 갔다.
전화를 하고 온 사이에 내가 앉아있던 테이블에 어떤 여인이 앉아 있었다.
그 여인은 앉은 키로 봐서도 키가 상당이 클것 같았고, 얼굴도 화장을 연하게 하여 보기 좋았다.
그리고 세련된 감각의 패션과, 매끄로운 허벅지 살까지 보이는 짧은 미니스커트가 그녀의 매력을 한층 강조시켰다. 한마디로 예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그런 여인이었다.
순간 내 머리속에는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녀다.’
일단 그렇게 생각되자 나의 몸 전체가 마비 되는것 같았다. 알수없는 엄청난 긴장감과 함께 세찬 눈보라를 맞은 듯 온몸이 심하게 떨려왔다. 왜이리 떨리는지.
간신히 떨리는 긴장감을 억누르고는 자연스럽게 자리에 가서 앉았다.
내가 자리에 앉자 여인은 조금은 의아해하는 눈길로 나를 바라보았다.
‘먼저 이름을 밝히지 않아서 그러나?’ 이상한 여자란 느낌이 들었다.
뭐라고 말을 하긴 해야겠는데…, 하지만 입술이 얼어붙은듯 좀처럼 떨어지지가 않았다. 그렇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채 몇분간 침묵이 흘렀다. 그녀도 나를 바라 보며 묵묵히 앉아 있었다.
이 어색한 분위기를 깰 말이 필요했는데 적당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러고 앉아 있을수만은 없기에 용기를 내어 말을 걸었다.
“저, 안녕하세요.”
“…….” 하지만 나의 용기어린 말에도 그녀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마 그녀도 나처럼 얼어 있어서 그런 것일 것이다. 그래서 목에까지 나온 말을 입밖으로는 표현하지 못한 것이리라. 이렇게 생각한 난 용기를 잃지 않고, 아니 오히려 이 상황의 주도권은 내가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어떤 리더심마져 들어 오히려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제 이름은 최 동준이라고 합니다. 그쪽의 이름은…?”
그제서야 생각난건데 친구에게 이름을 듣지 못했던 것이었다. 후회가 엄습했지만 어짜피 조금후면 그녀의 고운 입을 통해서 직접 들을것을 생각하니 곧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되었다. 오히려 궁굼함의 기대감 까지도 들었다.
그녀는 한참동안이나 날 바라보더니, 그제서야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 이 영화에요.”
예쁜 이름이었다. 이 영화라. 웬지 예술적인 이미지가 풍기는 그런 이름이었다.
“아름다운 얼굴만큼이나 아름다운 이름이군요.”
특히나 말재주가 없는 내가 무심결에 이 말을 하고 나서, 썩 잘 말한것 같아 문득 내 자신이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곧 그녀의 표정이 궁금해져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나의 말이 들리지 않았는지, 그녀의 얼굴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일단 그녀가 이름을 밝히고나니 말을 걸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나는 아까처럼 침묵을 가져오지 않게 하기 위하여 계속 말을 걸기로 마음먹고 그녀에게 물었다.
“차가 많이 막히는 모양이죠? 하긴 서울 시내는 그게 문제더라구요. 그러니 약속을 정하면 항상 한시간정도 기다리는건 요즘은 애티켓이라니까요. 그러니 늦게 오셨다고 부담갖지 않으셔도 되요.”
그녀가 말을 안하는 이유가 늦게와 미안해서 그러는것 같아, 그녀에게 부담을 덜어주려고 한 말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녀의 표정은 처음에 비해 조금의 변화도 없었다.
소개팅을 나온 여자답지 않게 너무 말이 없는 여자였다.
‘소개팅 같은것을 한번도 안해봐 부끄러워서 그러나. 아니면 내 첫인상이 마음에 안들었나.’
문득 이상한 여자라는 생각이 들어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어색해 하자 갑자기 주변에 무거운 분위기가 감도는것 같았다. 이때 우리의 어색한 분위기를 감지라도 한듯 종업원이 주문을 요구했다.
지금까지 계속 주문을 미뤄왔던 것이었다.
“무얼드시겠어요.”
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영화를 바라보며 말했다.
“전 커피 주세요. 그리고 영화씨는 ?”
어느세 나도 모르게 그녀의 이름뒤에 씨자를 붙여버렸다. 그녀는 나의 말에 메뉴판을 들여다 보더니 짤막하게 말했다.
“헤이즐럿이요.”
‘초코렛향의 부드럽고 달콤한 헤이즐럿이라! 부드러운걸 좋아하는 모양이구나.’
종업원이 주문을 받고는 메뉴판을 가지고 갔다. 종업원이 주문을 받아가자 다시 침묵이 피어 오를려고 하였다. 하지만 이때를 놓칠수는 없었다. 만약 이번 기회마져 놓친다면, 좀처럼 침묵으로 뭉쳐진 얼음을 깨뜨릴수 없을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부드러운걸 좋아 하시는 모양이지요”
“……” 그녀는 무슨 말이냐는듯 날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아, 헤이즐럿은 부드러운 맛이 특징인데 그걸시키니까 한번 짐작해 본겁니다.”
그러자 그녀는 재미있다는 듯 반응을 보이며, 막혀있던 말문을 열었다.
“그냥 처음 보는거라서 시켜본 거예요. 그런데 커피의 맛에 대헤 잘 아시나 보죠?”
그녀가 말문을 열자 십년 묵은 체중이 뻥 하고 뚤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젠 잘 될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더군다나 커피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아닌가.
“좀 그런 편이죠. 친구들은 절 보고 커피 전문가라고 부르죠. 사실 제가 가장 즐겨하는 취미가 커피 마시기 거든요.”
“…….”
“그래서 그런지 커피를 마시는 종류를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을 어느정도 파악할수 있죠. 그래서 아까 영화씨가 헤이즐럿을 시켰을때 그런 말을 한것 이었고요. 이번에는 물론 틀렸지만요.”
“아니 틀린건 아니예요. 헤이즐럿은 처음 먹어 보지만 어쨋거나 전 부드러운걸 좋아하니 까요. 아뭏튼 다행이네요. 그 맛이 부드럽다니까요. 하지만 얼마나 부드러운지는 먹어봐야 알겠네요.”
“틀림없이 만족하실꺼에요. 참 그런데 영화씨는 취미가 뭐예요?”
“취미요? 음, …음악 평론하기가 취미라면 취미죠.”
음악 평론! 음악 평론가인가.
“웬지 고상한 분위기를 느끼게하는 취미네요. 아 헤이즐럿의 향이 느껴지는 군요.”
종업원이 쟁반에 커피를 가져와 커피향이 진한잔은 내쪽으로 내려놓고, 부드럽고 달콤한 향이 나는 커피잔은 그녀앞에 내려 놓았다. 그리고는 좋은 시간되시라는 말을 남긴체 카운터로 다시 되돌아 갔다.
영화는 커피잔을 들어 부드러운 향기를 음미한후, 분홍빗 루주가 반짝이는 입술을 잔에 가져갔다.
나는 마치 그 커피를 내가 끓인듯, 주방장이 음식을 정성껏 만들어 손님에게 시식시킬때의 그 초조함으로 그녀의 얼굴을 긴장된 눈으로 바라보았다.
조금후 그녀는 잔을 내려놓고, 몹시 만족했는지 처음으로 얼굴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정말 부드럽군요. 향기가 정말 좋아요.”
그녀의 만족스럽다는 대답이 마치 내 칭찬이라도 되는듯 괜히 기분이 흐뭇해졌다. 내가 한말이 빈말이 아니라는걸 그녀에게 증명해 보인 샘이니까.
“정말 그렇죠! 괜히 조마조마 했어요. 제 말이 거짓말이라고 할까봐. 만약 영화씨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다시는 이집에 오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한가지 아쉬운점이 있네요. 잘하면 저희집에 영화씨를 초대할 영광의 기회를 잡을수도 있었는데요.”
“…….”
“하하, 제가 집적 부드러운 커피를 타드릴려고요.”
“호호호.”
그녀는 내 말이 재미있었는지 그제서야 처음으로 소리내어서 웃어보였다. 그녀의 조그마케 열린 입술사이로 가지런한 하얀 치아가 정말 아름다워 보였다. 마치 꽃봉우리가 활짝 필때처럼의 그 화사한 느낌이랄까.
‘정말 이 앞의 아름다운 여인이 나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것일까?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과 이야기 하는 것은 생전 처음인것 같았다. 그래서 꿈만 같았다.
그녀는 웃음을 입에 머금은체 다시 커피잔을 들어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는 옆쪽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옆을 바라보자 나의 시선도 그녀를 따라 옆쪽을 바라보았다..
아까부터 한 여자가 이 근처를 서성이고 다녔는데 그 여자가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그 여자는 누군가를 찾고 있는듯 계속 고개를 둘랫둘랫 거렸다. 하지만 아직 상대가 안온 모양이었다.
괜히 그녀에게 관심이 가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스물셋정도 되어 보였는데, 깜찍하고 귀여웠고 소녀다운 이미지를 풍기는 여자였다. 몸매는 한눈에 보기에도 가늘어 보호해주고 싶은 그런 여성이었다. 한마디로 사랑스러운 느낌을 주는 여자였다. 저런 여자를 기다리게 하는 놈은 정말 나쁜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그녀를 기다리게 하는 사람이 남자라는 느낌이 든다는게. 하지만 그건 어쩌면 당연한 생각인지도 몰랐다. 저런 미인이 아직까지 나처럼 혼자일리는 없을 테니까.
그녀는 최종적으로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보더니 더이상 기다리지 못하는듯 밖으로 나가버렸다.
문득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 시선의 주인공은 바로 영화였다.
“아시는 분인 모양이지요.”
그 질문에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저런 미인을 아느냐고 물어봐주니. 아마 나도 겉으로 보기에는 저런 여인과 어울릴만한 능력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모양이었다.
“아니에요. 처음보는 여자에요. 영화씨가 바라보니까 저도 그냥 한번 본거에요.”
난 그녀가 오해라도 할까봐 제차 처음보는 여자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알았다는듯 고개를 끄덖였다.
“참 동준씨는 솔직하고 좋으신 분이시군요.”
‘칭찬? 기분이 나쁘지는 않군.’ 아니 솔직히 말해 하늘을 붕 뜨는것 같은 기분이었다.
‘내가 좋은 분이라고, 내가 좋은…….’
자꾸 그녀의 목소리가 카셋트를 리바이벌 한것처럼 머리속에서 메아리쳤다. 그리고 얼굴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피어올랐다.
“헤헤, 뭘요.”
그녀는 이런 내 모습을 보고는 가볍게 미소지으며 손을 들어 시계를 바라보았다.
“어쩌죠? 오늘은 많은 시간이 없어서요. 우리 다음에 또 만나기로 해요.”
그녀의 갑작스런 헤어지자는 소리는, 한참 아름다운 상상에 빠져있는 나에게 세찬 파도가 되어 부딪쳐왔다.
‘만난지 한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 그래, 하지만 얼마나 오랫동안 있었냐가 중요한건 아니니까. 얼마나 느낌이 좋았냐가 중요한 것이니까. 그리고 다음에 만날때는 좀 더 오래 있으면 되고……. 그럼 그녀의 연락처라도 물어봐야 겠다.’
“할수없죠, 뭐. 아쉽지만 영화씨가 시간이 없으시다니까요. 그럼 다음에 다시 만나기로 하죠. 그럼 연…….”
“오늘 고마웠어요. 차 잘마셨고요. 그럼 다음에 봐요.”
그녀는 나의 말을 끊듯이 말을 하고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상하게 되어가네. 그럼 내가 체인건가. 왜? 내가 어디가 어때서? 아냐 그녀가 바빠서 연락처를 가르쳐주는 것을 잊어 버린걸꺼야. 그리고 그녀의 주소는 언제든지 친구를 통해서 알수도 있잖아. 아마 영화씨도 그걸 바라고 있을지도 몰라. 저봐 자존심이 세게 보이잖아.’
나는 카페문쪽으로 걸어가는 영화씨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잘가라고 손을 흔들었다. 영화씨도 나의 행동을 느꼈는지 뒤를 돌아보고 살짝 웃어 보이고는 카페밖으로 나갔다.
아쉬운 감정이 조금 남아 있었지만, 그녀를 다시 만날수 있다는 생각에 흐뭇한 생각도 들었다.
‘이 놈이 사람 볼주는 안단 말이야. 어디서 그런 미인를 ….’
이때 호주머니에 있던 삐삐가 울렸다. 삐삐를 보니 그녀를 소개시켜준 친구녀석 집이었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얼른 전화기로 가 전화를 걸었다.
뜨르르릉. 전화벨소리가 경괘하게 들려왔다.
“여보세요.”
“응, 나다. 짜식 보는 눈은 있던데. 아주 마음에 들더라.”
“무슨 소리야?”
“무슨 소리냐니? 네가 보낸 후베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고. 야 정말 고맙다야. 그런 미인을…….”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를 하는거야. 방금 후배한테서 전화가 와 통화했는데, 못 만났다고 그러던데.”
“너야 말로 무슨 소리 하는거야. 방금 영화씨를 만났는데…….”
“영화라니?”
“네 후배…….”
그제서야 약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야, 내 후배 이름은 정희야.”
“그럼 영화씨는…, 자세히 좀 말해봐, 네 후배가 뭐라고 그랬어?”
“아! 이제야 조금 이해가 간다. 후배가 말하기를 3번 테이블에는 어떤 연인이 앉아 있었다는 거야. 그리고 다른 테이블에는 남자는 없었고, 그래서 혼자 있는 남자가 있는가 하고 둘러 봤는데 없어서 조금 찾다가 나왔다는 거야. 자기가 늦게 와서 가버린것 같다고 그러더라. 그럼 너는 3번 테이블에 영환가 누군가와 함께 앉아 있었다는 거야?”.
‘그럼 아까 내 주위에서 서성이던 여자가 후배였구나. 그런데 그럼 영화는…….’
“응, 아까 너와 전화 하고 자리에 오니 어떤 여자가 앉아 있던거야. 그래서 난 그냥 네가 말한 후배인줄로만 알았는데…….”
‘그랬었구나! 내가 아무것도 가지고 간게 없으니까 전화하러간 사이 빈자리인줄 알고 그녀가 앉아 있었던 것이었구나. 난 그런줄도 모르고 …….’
아! 신기루처럼 산산히 부서지는 화려한 오후의 계획이여!
어이없게 시작되 끝까지 어이없게 끝나버린 내 전무후무한 첫번째 헌팅이여!
불쌍하고 가련한 내 청춘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