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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하고 싶고, 사랑을 받고 싶다.
머릿속에서 그리는 사랑은 정말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서 눈물이 난다.
현실엔 그런 게 없다고 생각해서다.
사랑을 하고 싶지만, 사랑을 믿진 않는다.
아마도 부모님때문인 거 같다.
분명히 사랑해서 결혼한 부부일텐데 부모님은 단 한번도 서로를 사랑한다 말한 적 없고, 표현한 적이 없다.
여기에서만 그쳤다면 그저 표현이 박하다고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 내 기억속, 아빠는 술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무서운 사람이었고 싸울 때면 엄마를 때리는 남자였다.
엄마는 정말 너무 아파보였다. 눈이 피멍이 든 적도 있었다.
어려서 무작정 당하던 엄마는 외로움으로 지쳐있었다.
내가 커갈수록 그 외로움은 서러움으로, 그리고 분노로 바뀌어갔다.
내가 대학생이 될 즈음에 엄마의 감정은 애증이 되어있었다. 너무 사랑해서 아빠를 기다리고 집착하는 걸로 보였다. 근데 솔직히 사랑같아 보이지도 않았다. 그냥 미련이고 집착으로 보였다. 내가 젊어서도 그러더니 늙어서도 이런다. 그 사실만 생각하며 매일밤을 이를 갈고 갈다가, 아빠가 그러했듯 술에 잔뜩 취해 폭발해선 아빠를 향해 그가 그랬듯 폭력을 휘둘렀다.
이 개새끼야 니가 뭔데 날 이렇게 한 건데. 엄마의 그 말이 너무 짜증도 나고, 너무 슬퍼서 듣기가 싫었다. 짜증이 난건, 너무 많이 들어서였을 뿐이지만.
늙고 지쳐선지 그냥 소리만 치다가 넘어가던 아빠가 한번은 자기도 취해서 터진 적이 있었다. 오래간만의 일이었다.
그리고 결과는 끔찍했다.
엄마는 수술실로 갔다. 뼈가 보일 정도로 팔이 찢겼었다. 나는 아파서 소리를 치며 나를 욕하던 엄마의 모습도, 응급실에 실려가는 내내 울던 엄마의 모습도 너무 충격을 받아서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울었다. 엄마가 애처럼 울면서 외할아버지, 그러니까 엄마의 아빠를 찾으며 울던게 너무 슬펐다.
엄마가 불쌍해서도 그랬지만, 내가 엄마가 된 기분이었다. 내가 맞은 거 같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족이 된 사람에게 이렇게 맞았단 생각이 들었다.
수술 후 마취에 취한 엄마는 술주정이라도 부리듯 모든 걸 원망했다. 나도 원망했다. 나도 필요없다고했다.
엄마는 아빠를 사랑했기 때문에 이런 걸까? 아니면 사랑했지만 사랑이 없어진걸까? 그도 아니면 사랑한 적이 없었던걸까?
이런 아빠 때문에 엄만 나에게 다소 비정상적인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이른바 나는 엄마의 대리만족 인형인거다.
엄마가 날 사랑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어렸을때부터 엄마가 시키는 대로 했다.
공부도, 머리도, 다이어트도, 성형수술도... 하지만 엄마는 만족을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나에게 "너는 엄마의 노후를 위한 투자야/넌 내 보험이야."라는 말을 하셨다. 나때문에 산다고..
어려선 그 애정을 갈구했지만, 이제는.. 모르겠다. 싫고 필요없다고 하기엔 그건 아니다. 이런 비정상적인 애정이라도 필요하니까.
그냥 날 있는대로 보고 어떤 일이 있어도 엄마기에, 나는 엄마 자식이기에 사랑해주셨음 할 뿐이었다.
정작 내가 너무 힘들땐 날 외면하고, 날 비난하고, 나에게 실망해버리는 엄마.. 이제는 엄마의 자식에 대한 사랑마저 못 믿는다.
사랑을 하고 싶다.
남녀간의 사랑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제대로 된 사랑을 하고 싶다. 사랑을 받고 싶다.
근데 내 주위엔 없다. 분명 사랑은 맞지만... 모르겠다.
나보다 더 힘든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게 위로가 되진 않는다.
이젠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나는 사랑받을 가치도 없는 인간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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