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순간, 가장 무서운건..
나이가 한두살 들어갈수록 늘어가는 걱정거리 들입니다.
두번째 이야기를 쓰고나서 뒤돌아 한숨자고 두숨자고 세숨자고 일어나니 만사가
영~귀찮아 지는것이었습니다.
단 한명이 보더라도 그래도 마무리는 지어야 겠기에..
일단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아줌마 " 요새는 국시 무도 소화가 안빠르데이.."
어머니 " 커피 한잔 무까?"
아줌마 " 내가 커피 태우꾸마.."
어머니 " 앉으있그라..막내야 들어와가 설거지 하고 커피좀 태아라"
아줌마 " 아이고 마 티브이 보고 놀게 나따뿌라(내버려둬)"
어머니 " 자꾸 자꾸 시켜야 저거 어마이(엄마) 힘든줄 알지"
'늘 그래왔지만, 솔찍히 내가 젤 만만하긴 하지..'
죽도록 귀찮았지만 그래도 어머니의 이야기를 가까이서 들을수 있다는 두근거림에
경쾌한 발걸음으로 부엌에 들어갑니다.
옛날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이라고들 많이 이야기 하는데...
진짜 호랑이가 담배필 만큼 사람과 행동이 비슷한 적이 있었나 봅니다.
믿거나 말거나 ^^
계절은 여름이었고..잠을자도 자도 물위에 떠있는 것 마냥 몸이 나른하여
외할아버지 께서는 마르지도 않은 목을 축이시려 몸을 일으키셨답니다..
이때는 다시 저희 어머니가 어릴적으로 돌아갑니다..문제의 다리위 경험을 했던 그시절로...
어머니 " 돌아가실때도 을매나 힘들게 돌아가싯는지...
돌아가시고 한 10년까지는 계속 꿈에 나오드라카이 "
아줌마 " 난도(나도) 우리아부지 돌아가시고 한동안은 내도록 꿈에 나오데..
자는데 느낌이 이상해가 눈을 이래 떠보면 허리숙이시고 뒷짐지고
나를 너무 무섭게 내려다보고 이래가 결국 벽에 걸린 사진 치웠뿌써.."
어머니 " 그래도 딸아들 구별 안하고..막내 저거 태어났을때 얼마나 이뻐했는동.."
옛날집들은 거의다 그러하듯이 어릴적 저희 어머니집도 초가집이라고 해야하나요....
그런집에 사셨답니다.. 방한칸에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넷째이모 저희엄마 막내외삼촌 이렇게
옹기종기 모여 잠을청하고 있던중(다른이모와 삼촌들은 출가중)
부시럭 거리는 특별한 소리가 들리지 않았지만, 왠지모를 육감이 어머니를 깨우더랍니다.
눈을떳을땐 혹시 꿈이 아닐까 하여 눈을 비비적 거리시며 외할버지께 초점을 맞추려 노력하셨답니다.
어머니의 시야가 선명해질때 눈에 들어온것은 외할버지께서 방문앞에 앉으셔서
땀을뻘뻘흘리시며 방문에 대고 초로 원을 빙빙 그리고 계셨다 합니다.
잠에서 갓 깨신 어머니는 외할버지의 그런 행동이 기이하기만 하셨더랬죠.
그냥 가만히 지켜보고만 계셔야 할듯해 숨을 죽이고 외할버지를 계속 응시하셨다 합니다.
그것도 잠시잠깐이지요..
나중되니 목이마르고 발에 쥐가나고 어지럽고 작은볼일까지 마려우셨다 합니다..
이거말을 해야할것 같긴한데 외할버지의 너무 진지한 의식같은 행동에
차마 쉽게 입이 떨어지질 않으셧답니다.
어찌 쥐가 나는 발이라도 풀어볼려 몸을 요리 조리 움직이시던중
달빛에 비치는 창호지 문 밖에는 ..그러니까 외할아버지의 어깨너머로 보이는 문밖...
에는 사람이 다소곳이 앉아있는 형상이 보이더랍니다.
문밖의 형상 머리 윗부분에다 초를 천천히 돌리고 계시는 외할아버지..
발에 쥐가 나는 것보다 더큰일이 벌어지고 있는거 같아
고통스러움도 잊으신채 그 광경에 몰입하셨다합니다..
한참을 돌리니.. 문밖에 그것이 일어서더랍니다.
삐걱 삐걱 .. 마루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방문바로 앞 마루를 왔다갔다 하더니 다시 방문앞에 멈춰서더니 갑자기 엎드리더랍니다.
아래로 엉금엉금 기어 내려가는 느낌..
그것의 다음 행동은 시야에서 차차 흐려졌고..
그와 동시에 외할아버지는 초 돌리는걸 멈추셨다합니다.
방바닥에 뚝뚝 떨어지는 촛농....
눈에 보이진 않으니 소리로 동태를 파악해 볼려고 하셨다합니다..
여기 저기 무언가를 질질 끌고 다니는 소리...
흙을 살살 파는 소리...
흙위를 사박 사박 밟고 다니는소리..
분명 일어설때와 걸을때는 허리를 꼿꼿히 세우는것이 영락없는 사람이었는데
땅에 내려가서는 사박사박 걷는 소리가 짐승 소리마냥 발소리가 여러개 였다 합니다..
그렇게 얼마간 마당을 돌아다녔을까요..
다시 방문앞 마루위로 올라설때는 사람이 걷는것 마냥 허리를 세우고 걸어오더랍니다.
아까전과 같은 모양으로 다소곳이 앉더랍니다.
근데 어머니의 느낌에는 그것이 뒤돌아 앉아있는 느낌이 아니라..
외할아버지와 마주보고 앉아있는 느낌..
외할아버진또 뒤질세라 초를 그것의 머리쪽에다 문에대고 빙빙 돌리시더랍니다.
한참을 돌리고 있으니 그것이 팔을 한짝 들고 손으로 창호지를 살살 긁더랍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이것의 뜬금없는 행동에
양반다리를 하고 초로 원을 그리시는 외할아버지는
파르르 떨리는 팔과 함께 엉덩이가 흠칫, 들썩거리셨답니다.
어린 저희 어머니의 눈에는 그것이 무엇인지도 몰랐고 저렇게 집밖만 돌아다니다 가겠지
이런느낌이었는데..집안으로 까지 침입할려는 느낌이 들자 순간 고요하던 심장이 요동을 쳤답니다.
맨첨엔 손가락 한개로 살살 긁어대던 소리가 손가락 여러개로 문을 긁어대니
서걱서걱 대는 소리로 바뀌었답니다. 이때는 한기가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정확히 알수 없는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걱정이 턱하니 밀려오더랍니다.
얼마안있음 뚫릴텐데..듣고있는 저까지 그때의 상황이 걱정이 되었습니다.
한번씩 숨소리가 간간히 들렸는데 그소리는 짐승소리마냥 거칠었다고 합니다.
외할아버지는 저희 어머니가 깨셨다는걸 눈치채셨는지 뒤도 안돌아보시고
"퍼뜩 눈감고 자그라" 하시며 조용히 말씀하셨답니다.
어머니는 덜렁 누워 억지로라도 눈을감았지만 쉽사리 잠이 오셨을까요..
방안을 죽 ㅤㅎㅜㅀ어보시고 옆에서 아무일 없다는듯
너무나 평온히 잠들어 있는 나머지 식구들을 한번 보셨답니다.
그것이 자리를 뜬후에도
날이 밝아 왔음에도
외할버지께서는 방문앞을 묵묵히 지키고 계셨고
어머니는 횡한 천장만 멀뚱히 쳐다보고 계셨답니다.
무엇이었을까요...
어머니는 끝까지 보지 못하셨다고 합니다.
그것의 모습은 외할버지만이 보셨을겁니다.
다만 다음날...창호지문에는 손톱자국이 여러개 있었다고 합니다.
이때 저희 막내 외삼촌 꼬꼬마 시절 동무들중 한명이
마을에서 갑자기 사라졌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있을 때였다고 합니다.
어쩌면 한명뿐이 아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저희 어머니가 처녀때로 돌아와서..
시기는 봄이였고 ....
막내외삼촌 저희 어머니 이렇게 두분하고 동네 젊은 청년들과 처자들 삼삼오오 모여..
산을 올랐다고 합니다.
집을 나서기전 정상가까이 있는 큰바위 쪽까지 절대 가지 말라는 외할머니의 신신당부와 함께...
근데 그렇게 설명해주셔도 아나요..어디가 어디인지..
뿔뿔히 흩어져 산을 타던중 막내외삼촌은 저희어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위험한 턱까지 올랐다고 합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은 그곳..아마 외할머니께서 신신당부 하시던 그곳이었나 봅니다.
막내외삼촌은 큰 바위를 낑낑대며 오르고 있었고 저희 어머니는 신나게 꽃도꺽어보고 나물도 캐시다가..
횡한 느낌이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같이왔던 사람들과 너무 멀어졌음을 늦게 아시곤...
막내외삼촌이 궁금하여 고개를 들어 위를 보셨더랬죠.
작은 바위에 발을 ㅤㄷㅣㅎ고 큰바위에 매달린채 한참동안 내려오지도 않고 올라가지도
않으시는 막내외삼촌이 이상하여...그 쪽으로 다가가시던중..
막내외삼촌의 바지아래로 흐르는 소변줄기를 보셨답니다.
뭔가 이상한것을 보셨던거겠죠..
바위를 탈줄 모르시는 어머니는 그저 밑에서 이제그만 내려오라고 다그치셨고
막내외삼촌은 요지부동이셨답니다.
몇분이 지났을까요..스스로 정신을 차리셨는지 눈물콧물 빼시며 엉금엉금
내려오시더니..
어머니 꽃따고 나물따던 그자리에서 잠시잠깐 앉아계시다가 벌떡일어서시며
"누부야 당장내리가자 당장 안카면 죽는데이"
그말이 너무 다급하고 절박하게 느껴져서 둘은 그저 뒤도 안돌아 보고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냅다 달리셨답니다.
삼촌의 말인즉슨..
큰 바위위로 얼굴을 쑥 올려 보니
동굴이 하나있었는데 그 앞에 동굴입구만한 큰바위로 입구를 막아놓았더랍니다.
그리고 입구만한 바위 위에는 어른이 입을법한 옛날 한복 윗도리 하나가 턱하니 올려져 있었는데
한복은 피투성 이었답니다..이때는 저희어머니가 처녀때이니 한복시즌은 한물간때였습니다.
그주위에 작은 바위도 몇개가 있었는데 그 바위 위에도 피칠한 한복이 몇개 있었답니다.
일부러 피칠을 해놓은거 같은 느낌도 들더랍니다.
경계..다가오지 말라는 그런..경고?
그 이야기는 저희 어머니 막내외삼촌 입에서 젊은 청년들과 처자들의 귀에 들어갔고
젊은 청년들과 처자들의 입에서 동네 어르신들의 귀에까지 들어갔습니다.
" ..그근처에 오지말라꼬 그래놓은기지 싶은데..."
" 범이 한짓 아이겠나?"
라는 어르신들의 말씀과 함께 막내외삼촌은 저희 외할머니께 호되게 야단을 맞으셨답니다.
"그 깊은데 까지 드가지 말라 안카드나..이유가 다 있어가 하는말 아이가"
그리고 다큰 막내외삼촌께서 어린애 마냥 떨면서 이런말을 하셨답니다.
"그 바위 위에 얼라들(어린애들) 옷도 몇벌 있었는데
우리 어렸을때 같이 놀던 애들중에 한명 사라졌다 캤는 아 있었잖아
혹시 그아도 우리 아까 갔던 거기서 사라졌는거 아이가?"
열심히 커피를 태우고 설거지를 하며 이제껏 들었던 어머니의 이야기들을 머릿속으로 천천히 그려보니
마치 딴세상에 서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몽롱했었죠.
내가 살고있는 이세상에 저런 일도 일어날수 있는거야? 라는 생각과 함께 가슴이 퍽퍽했습니다.
아줌마 " 커피 너무 달다 ㅋㅋ 그래도 잘마싯데이 막내야.
오늘 너거 집에서 이것저것 마이도 주서묵었네."
어머니 " 머 짜다락(마땅히 많이) 대접한것도 없는데.."
아줌마 " 괜찮다. 내일 저녁때 우리집에 너거 아저씨랑(우리아빠) 온느라..
우리 아저씨랑(아줌마남편) 같이 두류치기(제육볶음?)에 술 한잔하자.
좀있으만 너거 아저씨 오시겠다.."
어머니 " 갈라꼬? 좀 더있다 가지 와.."
아줌마 " 너거 아저씨 퇴근할때 내 마주치면 이때까지 너거집 있었다고 안좋아한다.
그나저나 얘기 들은거 때매 잠다잤다. (깔깔)
막내 니도 낼 고기 묵으러 온느래이~"
어머니 " 멀뚱하이 서있지 말고 아줌마 가는데 인사하그라.."
나 " 안녕히 가세요.."
어머니는 아줌마를 현관 문까지 배웅하시곤 욕실로 향하시며...
"방에 드가가 흰빨래거리 갖고 나온느라 락스에 좀 치대자."
어머니의 명령대로 흰빨래거리만 욕실로 갖다 드리고
나머지는 세탁기에 넣었습니다..
사부작 사부작 빨래를 하시는 어머니의 입밖으로 구슬픈 노랫소리가 자그마하게 들렸습니다.
' 가도~ 아주 가지는 안노라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
마음처럼 마무리가 잘되지도 참 쉽지도 않습니다..
몇줄되지도 않는 글로 이렇게 게으름을 피우다니 ..죄송하구요.
앞으로 살면서 무서운일을 겪거나 무서운 이야기를 들으면 종종 올리겠습니다.
미숙한 글 읽어주시느라 고생, 수고하셨습니다.
외할아버지 " 당신자나?"
외할머니 " 안직 안자예... 와예?"
외할아버지 " 그날 내 한숨도 못잣다 카는날..
잠을자도 자도 물위에 떠있는 것 마냥 몸이 나른하고
목도 안마른데 목을 축일까..소변을 볼까 카다가..............."
요강을 가지고 들어 오시려고 문을 빼꼼히 여는데 마당 마루에
어떤 이상한것이 자기집 마루마냥 턱하니 들어누워 있었답니다..
도둑놈이 머 훔칠려다가 마루위에서 잠이 들었나 싶어 얼핏보시니..
몸에 털이 수북해 저것이 짐승이구나 하셨지만
얼굴을 하늘쪽으로 살포시 돌리자 달빛에 비친
그 얼굴은 사람과 짐승을 섞어 놓은듯한 요상한 형태에 눈살을 찌푸리셨답니다.
손발도 일반 짐승처럼 넓적하지 않고 가늘었답니다.
누워 있는 폼이 곱게자란 처녀마냥 움직일때도 그렇고 자태가 처연스럽고 얌전하니 고왔다구요.
왠 처자가 이밤중에 쓸쓸히 마실나왔냐고 착각하실 정도 였답니다.
그 묘함에 한동안 살짝 넋을 놓으셨는데...
그것이 누워있는 채로 하늘을보다 그요상한 얼굴을 외할아버지 쪽으로 스윽~ 돌리더랍니다.
동시에 외할아버지 고개가 같이 기울어 지셨답니다. 둘은 정면으로 마주보고 있는거죠.
그리고는 그것이 웃으면서 입을 사악~벌리는데 이빨이 사람이빨처럼 가지런하지 않고
촘촘했답니다. 그것을 보자 자연스레 외할아버지도 입이 사악하고 벌어지셨답니다.
(행동하는것을 점차 따라하게 만들어 넋을 빼놓나 봅니다)
머리를 기울이고 입을벌리신채 그것과 마주보며 웃는 표정을 짓는 외할아버지를 생각하니 섬ㅤㅉㅣㅅ했습니다.
갑자기 획하고 일어나길래 깜짝 놀라셔서 아차 싶어 얼른 문을 걸어 잠그셨답니다.
일어나는 폼이 꼭 달려들것만 같은 느낌 때문이셨답니다.
그때부터 정신없이 성냥을 우르르 쏟아내 초에 불을 붙이셨답니다.
동네에서 어떤 어르신이 혹시 범같은것이 보이면 뒤통수에 대고 초로
빙글빙글 돌리라고 하시던 당부 때문이었죠.
외할아버지 " 아이 꼬리가 있으마 분명히 짐승인데 내참...살다살다 별 희안한걸 다본다"
외할머니 " 아이고..마 잊아뿌소..자꾸 생각하마 머합니꺼"
외할아버지 " 또 찾아 올까 싶어 카는기지..내생각에 범 범 카는기 그기지 싶어.."
외할버지께서 그것을 보신 몇일후 다 잘려고 옹기종기 누워있는데..
외할머니께 하시던 말씀이었답니다..
그시절의 범..그냥 단순한 짐승의 일종이었을까요..
출처: 웃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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