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대한민국에서 군대라는 곳을 다녀온 사람으로서,
요즘 예능이나 드라마에 나오는 '군대의 모습'을 '사실'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진 것 같습니다.
오히려 '사실'은 (2.9% 고형분 첨가) 정도로만 들어있다는 것을 군필분들은 너무나도 잘 알고 계시겠지요.
이 부분에서 군대를 다녀오지 않으신 분들과의 인지적 괴리가 시작됩니다.
작게는 전술적으로 자살행위인 것들이나 특수부대가 외국군과 합동훈련을 하면 싸우는 전통(?) 같은 듣도보도못한 것들.
크게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대화나 제식 등등의 사소한 행동들에 대해서
너무 다르게 생각하고 있어요.
문제는 이런 것들이 저같은 사람에게는 상처가 된다는 것이죠.
사실 저는 군 생활을 아주 편하게 한 케이스 이지만, 군 생활이라는 것 자체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큰 트라우마 예요. 제가 겪었던 군대는 저렇게 흐리멍텅하고 겉멋만 들어서 군기빠진 곳이 아니었거든요.
요즘 예능에 나오는 가짜놈들이나 해자식들에서 쓰는 말투, 그거 절대 아니거든요.
끝에 다나까 붙이는것도 그런식으로 [뭔가 자부심이 가득한]식으로 말 안하거든요.
이해는 하지요. 그런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연기자들이 나와서 다나까 쓰려니까 어색한 사투리마냥 나오는걸요.
근데, 정말 우리나라에서 군생활 하고있는, 군생활 했던 사람들을 일말이라도 생각하면, 군대내 장병들의 언어생활이나
전반적인 생활상이 어떻게 되는지 정도는 반영해야하지 않을까요.
지극히 냉소적이고 무미건조하고 음울한 곳을 그런식으로 '자랑스럽게', 그리고 '잘 돌아가고 있는 것 처럼'
표현하는 것을 볼때마다(찾아서 보지도 않고 순간순간 짤방이나 짧은 동영상으로 접할때) 가슴이 쓰라려요.
내가 생활했던 곳은 저런데가 아닌데.
앞으로 저기 들어가야 할, 그리고 그곳으로 자신의 소중한 가족을 보내야 할 사람들이
그 곳의 실상을 잘못 알고있으면 제가 겪었던 실망감보다 더 큰 절망을 느끼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하고요.
최악의 경우에는, 개같은 시스템을 너무 신뢰한 나머지 자신의 목숨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굉장히 걱정되요.
단적인 예로, 해외 영주권자들이 '한국인이라면 당연히 군대를 !' 이라는 생각으로, '겉으로 알려진' 한국군 만을 생각하며
사람사는 곳 이겠거니 하고 왔다가 불의의 사고나 질병에 걸렸는데 치료받지못하고 사망하거나 회복불가능한 장애를 가지게 되는 사례를 들으면
군대에서 결정권을 가진 것들이 얼마나 악마새끼들인지
그런 새끼들이 얼마나 무능하고 무책임하기 짝이없는지
파악하지 못한 희생양들이 불쌍하기 그지없어요.
이런 프로들 초기에는 사람들 반응이 "야, 저거 다 가짜야. 군대가 저렇게 편하겠어?"
였다가 지금은 너도나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요즘 군대 꽤 살만해 졌네? 되게 편하겠다?" 라는 식으로 변하는 것을 볼때마다.
정말 열불이 터지고, 모르는 사람한테 어떻게 욕지거리를 할 수 도 없는 기분을 느껴요.
최근에 인간극장 인가에 나왔었죠. 여자 부사관 학교 다큐멘터리 같은게.
'군대가 이렇게 힘든 곳인줄 몰랐어요. 진짜사나이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정말 너무 힘들어요.'
(기억에 의존한 재현이예요.)
이런 일들이 무수히 많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불쌍해 죽겠어요.
그러니, 경험해 보지 못한 지옥에 대해서 너무 쉽게 말하지 않아주셨으면 해요.
이건 대한민국 성인남성의 대부분에게 해당되는 폭력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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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글은 밀게에 올렸는데, 주제와 대상이 여기가 더 적합할 것 같아서 옮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