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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story_438384
    작성자 : 전자오렌지
    추천 : 15
    조회수 : 1359
    IP : 108.162.***.71
    댓글 : 84개
    등록시간 : 2015/07/03 13:02:02
    http://todayhumor.com/?humorstory_438384 모바일
    반말 하는 손님 대처한 경험담
    옵션
    • 창작글

    안녕하세요.
    편순이 징어에요.
    지금 손님이 없으므로 음슴체 갈게여ㅋ


    본인은 편의점 경력 1n년차 매니저임.
    참고로 해당 점포는 번화가 위치하여 유동 인구가 매우 많음.

    며칠 전, 퇴근을 앞둔 모 시각...
    들뜬 맘으로 룰루난나 청소 중이었음.
    한 아주머니 손님이 등장.
    나이는 30 후반에서 40 중반 추정.
     
    아주머니: 여기 두유 어딨어?

    여기까지는 뭐 딱히 기분 나쁠 이유가 없음.
    원래 중노년층 손님들은 친근한 반말체를 잘 쓰심ㅎㅎ
    본인도 알바생 나이는 아니지만 체격이 작고 진한 화장을 안하고 다니니 
    꼬꼬마 고딩~대딩으로 보셨을 수도 있음ㅎㅎ

    나: 네~ 두유는 저기 박카스 옆에 있어요.
    아주머니: 어디? 이거? 왜 두유가 이거 밖에 없어?

    말투 굉장히 산뜻하셨음ㅎㅎ
    마치 이건희가 삼성전자 매장에서 들어가서
    "우리 신상품 라인업이 이게 뭔가?" 하는 듯함.
    사모님 말투라고 보시면 됨.
    원치 않게 갑자기 하녀된 기분ㅋㅋㅋ

     
    아무리 서비스업이라고 해도
    기본적으로는 판매가 주된 업무고
    그 과정에서 인간 대 인간으로 반말을 들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함.
    그러나 그건 속으로만 생각하고
    서비스 정신으로 상냥하게 존대하며 응대해드리긴 함.

    나: 아~ 네^^; 저희가 매장이 작아서 다양하게 갖추놓기 힘드네요ㅠㅠㅎㅎ;;
    아주머니: 응, 그래?

    어쩜 이리 대쪽 같이 "~요" 하나 안 붙이시는 건지ㅠㅜ
    그리고선 그분은 계산 직전 다른 가게에서 사온 외부 음식을 꺼내서 드시려고 했음.
    본 매장에서 산 것이 아닌 외부 음식을 먹는 건 안됨ㅇㅇ
    이건 많은 카페나 식당에서도 적용되는 문제니
    이걸로 콜로세움 열지 말아주세요.

    나: 손님~~^^;; 외부 음식은 여기서 못 먹는데 괜찮아요?

    완전 소심한 나년...
    같이 반말로 응수한다는 게 저거...

    아주머니: 아니, 왜 못 먹어? 다른 덴 다 되는데?
    나: 여기서 산 두유는 괜찮은데 밖에 산 빵은 안되요~

    아주머니 할 말 없으신가봄...
    째려보다가...

    아주머니: 근데 학생 외국에서 살다 왔어?
    나: 아뇨.
    아주머니: 한국말 잘 못 하길래. 어른한테 "못 먹는데 괜찮아요?"라고 말하면 안되지. "못 드시는데 괜찮으신가요?"라고 해야지.

    그래서 제가 과잉친절 수준으로 호들갑을 떨며..

    나: 어머ㅠㅠ 죄송합니다... 기분 나쁘셨다면 정말 사과드릴게요.
    전 손님이 외국분이신 줄 알고 그랬어요ㅜㅠ;;
    저희 매장에 외국인이 무척 많이 오거든요.
    어머님 들어오시고부터 계속 반말체로 말씀하시길래
    한국말 잘 못하시는 일본인이나 중국인인 줄 알고,
    "드시다" 같은 표현은 어려워서 못 알아들으실까봐..ㅜㅠ
    정말 죄송합니다^^;;;;


    아주머니: (당황) (급존댓말) 아, 아뇨.. 담부터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나: 네ㅜㅜ 죄송합니다ㅜㅠ

    아주머니: 네... 





    혹시나 콜로세움 벌어질까봐 변명(?)하자면...
    절대 싸가지 없게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서비스업이라고 해서 무시 당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르신들 친근하게 하는 반말과 아랫것으로 보는 반말은 달라요.
    전자가, "아이구~ 두유가 어딨는지 모르겠네~ 학생~ 이리 와서 좀 봐봐~"라면.....
    후자는, "아니, 왜 두유가 이거뿐이야? 와서 좀 봐."
    이런 느낌이거든요.

    사실 전 판매업이든 서비스업이든
    이용자 입장에서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게 좋다고 봐요.
    정확히는 상호 모두 서로 존중하고 감사해야 한단 거죠.

    내가 손님으로 와서 돈 쓰고 물건 팔아줘서 고맙지?
    그러니까 넌 굽신대고 난 그걸 누릴 자격이 있어~^^

    가 아니란 겁니다.
    손님은 구매자고, 가게는 판매자인 거뿐이에요.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면서 지불하신 돈은 "물건값"입니다.
    알바나 직원, 사장의 "자존심값"이 아니에요...

    달리 말하자면 손님이 절대 갑의 존재가 아니란 겁니다.
    이건 사장과 직원이든 마찬가지거든요.
    사장이 주는 월급은 직원이 일한 노동력에 대한 댓가를
    정해진 계약에 따라 지불하는 것뿐이지,
    직원의 자존심을 사는 게 아니지요.
    요새 갑질의 횡포가 만연하다보니 참 씁쓸합니다.  
     
    엥?
    마무리 너무 우울하네여;;
    암튼 서비스직(이라기보다 그냥 인간과 상대하는 모든 직업들)에서 일하시는 분들 힘내세요!
    출처 욱하는 성질 누르고 사는 나의 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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