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부
-남자 이야기 -
은주가 이끄는 대로 따라갔더니 어느 아파트 현관문에 다다았다.
은주가 가방에서 열쇠를 꺼내어 문을 열었고, 현관문 밖에서 들어서지도 못하고
어쩔 줄 모르는 나를 은주가 다시 팔을 잡아 끌며 집안으로 이끌었다.
은주의 어머니처럼 들리는 목소리가 베란다에서 들렸다.
"은주니?"
"응 엄마~"
잠시 후 현관문으로 은주의 어머니가 마중을 나왔고, 나와 은주를 번갈아 보며
조금 놀란 표정으로 앞치마에 손에 묻은 물기를 닦으며 말했다.
"누구신데..?"
은주의 수줍은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나의 그 사람이야.."
-응? 나의 그 사람? 와~ 듣기 정말 좋은 말이다..나의 그 사람...-
그러나 은주 어머니의 표정을 썩 밝지만은 않았다.
"그 포항..의 그 사람..??"
-내 첫인상이 마음에 안드시나..-
현관문 앞에서 들어서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서 있으니 은주 어머니가 말했다.
"일단 들어오세요.."
"네..어머님.."
나의 어머님이라는 말에 나를 힐끔 한번 보더니 부엌으로 들어갔고,
은주와 나는 거실 바닥에 앉아 있었다.
잠시 후 은주 어머니가 네모란 쟁반에 오렌지쥬스를 가지고 나와 거실에 앉으면서 그 중 한 잔을
나에게 넘기며 물었다.
"이름이 어떻게 된다고요?"
"네 강승훈이라고 합니다..어머님..그리고 말씀 낮추세요 "
"그래요..일단은 우리 은주랑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사이인데 함부로 말을 놓을 수가 있나 싶네요.."
일단 약간 긴장을 했었기에 마른침을 한번 삼키고는 다시 은주 어머니에게 공손히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요 어머니..저 오늘 은주와 결혼하려고 승낙 받으러 온겁니다"
은주 어머니도 약간 당황스러운지 은주를 한 번 보고 나를 다시 보며 말했다.
"은주 이제 23살인데 무슨 벌써부터 결혼을..혹시 은주에게 실수라도 했는가요?!"
은주가 약간의 언성을 높여 말했다.
"엄마!! 그런거 아니라니깐!!"
"넌 가만히 있어!!"
그리고 나를 보며 말했다.
"승훈씨라고 말했나?? 그 쪽이 말해봐요 은주에게 무슨 책임 질 일이라도 하신건가요?"
"아뇨..그런거는 없습니다.."
은주 어머니가 호흡을 크게 한 후에 다시 말했다.
"그럼 우리 은주 만나지 마세요.."
다시 깜짝 놀란 은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쫌!! "
내 예상과는 다른 은주 어머니의 말에 상당히 당황을 했다.
"혹시 제가 무슨 실수라도..."
"포항에서 은주가 어떤 일을 했는지 다 아는 순간부터 실수를 했는 거라고 난 생각해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둘이 지금은 좋아서 이러지만 나중에라도 약간의 다툼이라도 생기면..."
"어머니 은주랑 다투지도 다툴일도 없습니다.."
은주 어머니의 참 어리구나 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하여튼 은주랑 만나지 마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은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엄마!! 오늘 왜 이래?!! 전에는 오빠 보고 싶다며 데리고 오라면서!!"
은주의 신경질적인 반응에 서 있는 은주의 손을 잡아 진정하라는 듯 당겼다.
그러나 은주는 신경도 못쓰고 있는지 계속 은주 어머니에게 고함을 질렀다.
"이런 말 할려고 그 동안 오빠 오라고 했던거야?!"
은주 어머니는 은주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난 다시 은주 어머니에게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지금 당장 결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은주가 대학을 졸업하면 그 때 할려고 합니다 어머니.."
나의 말을 찬찬히 다 들은 은주 어머니가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그 쪽 부모님은 우리 은주에 대해 아는가요?"
떨리는 마음으로 대답을 했다.
"네.."
은주 어머니도 나처럼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전부?"
"네.."
"그러면 진짜 ..안되요..은주 그 쪽에 못보내요.."
은주 어머니가 나를 반대를 하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를 할 수 있을 듯 했다.
그래서 은주 어머니에게 확신을 주고자 최대한 믿음을 줄 수 있는 표정으로 말했다.
"어머니 저 진짜로 은주 사랑합니다. 오늘 은주랑 저희 집에 인사하러 갔었습니다."
은주 어머니의 깜짝 놀란 표정을 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솔직히 말씀 드리자면 저희 부모님도 반대를 하시더라구요.."
은주 어머니가 나를 슬픈 눈으로 보면서 말했다.
"그러면 이야기는 끝났네요.."
-은주의 눈빛이 어머니를 닮은 거구나..-
은주 어머니의 말을 듣고 다시 한번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
"저희 부모님이 반대를 했지만, 은주를 택하고 여기로 왔습니다."
은주 어머니의 약간 흔들리는 눈으로 다시 말했다.
"그럼 그냥 돌아가세요.."
"아뇨!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부모님을 앞으로 보지 않고 살꺼라고요?"
은주 어머니의 질문에 부모님 때문에 아프던 가슴을 누가 바늘로 찌른 듯 아팠지만
사랑하는 은주를 위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은주를 반대하면 앞으로 안 보고 살겁니다."
그러자 은주 어머니의 알 수 없는 듯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승훈씨라 그랬죠? 내 이야기 잘 들어요. 부모와 자식은 천륜이예요..내가 은주를 그 쪽에 보내지 않는것도"
천륜이라는 말에 가슴이 조금 더 아파왔다.
"천륜이기 때문이에요. 그 쪽에게 보내면 고생 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죠.."
"......"
"천륜이 뭔지 알아요? 부모와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인 거예요..마땅히 그리고 당연히 지켜야 하는.."
"....."
"그런 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딸을 보내기 싫고, 그리고 안다고 하더라도 우리 딸의 약점을 너무 .."
그 때 은주가 흥분을 못참은 듯 큰소리를 쳤다.
"엄마마저 오빠에게 왜 그래? 내가 좋다는데? 내가 사랑한다는데?"
은주 어머니는 은주의 흥분을 가라 앉히려 조용히 은주를 불렀다.
"은주야~!!"
그러나 오늘 낮에 우리집을 갔었던 나처럼 은주도 똑같이 어머니에게 화내고 흥분을 하고 있었다.
"엄마말은 이렇게든 저렇게든 안된다는 말이잖아!! 그런게 어디있어?!"
말을 끝낸 은주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고 잠시 후 다시 떨면서 말했다.
"내가 좋아한다는데...내가 사랑한다는데.."
- 그녀 이야기 -
예전부터 만나고 싶어하던 오빠를 엄마에게 보여줬는데도 엄마의 표정은 그렇게 밝지만은 않았다.
좀처럼 보기 힘든 엄마의 딱딱한 표정으로 오빠에게 말했다.
"일단 들어오세요.."
오빠와 거실에 앉아 있으니 엄마는 부엌에서 음료를 가지고 나왔다.
엄마와 오빠가 대화를 하는 중에 끼어들 분위기가 아니라 가만히 듣고만 있었는데
엄마의 말이 들으면 들을수록 내가 예상했던 말과 다르게 나왔다.
오빠가 엄마에게 결혼 이야기를 꺼낼 때는 마치 내일이라도 식을 올리는 사람처럼
심장이 두근두근 거렸다.
그러나 엄마는 내 마음도 모른체 오빠가 상처 받을 것 같은 말을 내밷었다.
"은주 이제 23살인데 무슨 벌써부터 결혼을..혹시 은주에게 실수라도 했는가요?!"
엄마의 말에 화들짝 놀래서 나도 모르게 큰소리로 말했다.
"엄마!! 그런거 아니라니깐!!"
그리고 이어지는 엄마의 말에 두근 거리는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
"그럼 우리 은주 만나지 마세요.."
-엄마..엄마...엄마마저 왜 오빠에게 그러는데...내 편이 되어 줄 것처럼 그러더니..도대체 왜..?-
감정이 격양되어 또 다시 큰소리가 내 입에서 나왔다.
"엄마!! 쫌!! "
오빠는 당황한 표정으로 엄마를 애처롭게 보면서 말했다.
"혹시 제가 무슨 실수라도..."
"포항에서 은주가 어떤 일을 했는지 다 아는 순간부터 실수를 했는 거라고 난 생각해요.."
-엄마..그 사람이 나에 대해 알지 않았다면 이렇게 사랑하지도 못 했을꺼야..엄마..-
그리고 엄마의 차갑고 냉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여튼 은주랑 만나지 마요!"
내 편이 항상 되어줄 것만 같은 엄마의 말에 진한 배신감을 느끼며 엄마를 원망하 듯 외쳤다.
"엄마!! 오늘 왜 이래?!! 전에는 오빠 보고 싶다며 데리고 오라면서!!"
오빠는 나에게 진정하라는 듯 내 손을 잡았고, 오빠 보기가 너무 미안해 시선을 일부로 피했다.
계속적인 엄마의 설득과도 같은 오빠와는 만나지 말라는 말에
혹시나 오빠가 수긍할까 겁까지 날 정도로 여태껏 내가 아는 엄마의 모습이 아니였다.
오빠 부모님처럼 안된다고만 말하는 엄마의 말에 가슴이 아파서 울부짖듯 말했다.
"내가 좋아한다는데...내가 사랑한다는데.."
-오빠...우리는 이제 어떡해..우리는..우리는 사방에 다 적이네..-
그리고 엄마가 다시 말했다.
"이제 할 말은 다 한 것 같은데 저녁이나 먹고 집에 가요.."
엄마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절레 흔들며 말했다.
"아니..내가 그냥 오빠랑 같이 포항에 내려 갈꺼야!"
오빠는 힘이 빠진 모습으로 숙였던 고개를 들며 눈가에 눈물은 비춰지지만 약간의 웃음을 억지로 띄며 말했다.
"저도 은주는 포기를 못할 것 같습니다..어머니.."
오빠의 말을 들은 엄마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부엌에 들어갔고 부엌에서 우리를 보지도 않은 체 말했다.
"저녁은 먹고 가요.."
오빠는 여전히 힘이 빠진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네..어머니..그리고 죄송합니다.."
힘들어 하는 오빠에게 살짝 미소를 지으며 작게 말했다.
"오빠 내 방 안 궁금해?"
"당연히 궁금하지~"
"따라와 오빠~"
그리고 내 방으로 들어갈 때 오빠도 뒤 따라서 내 방으로 들어왔다.
내 방문을 닫자 마자 오빠를 안으면서 말했다.
"오빠 내가 내가 너무 미안해.."
"아냐..니가 뭐 미안해..오빠는 항상 괜찮아..그리고 내 편이 되어줘서 고마워.."
"난 항상 오빠 편인거 알잖아.."
-이제는 우리 부모님보다 오빠 편할꺼야...그러니 나 버리면 안돼~! -
-그러면 나 죽을수도 있을 것 같애..-
안고 있는 나의 양팔을 오빠가 풀면서 분위기를 바꿔 보려는 듯 말했다.
"이 방에 은주 방이구나~ 우와~! 은주 냄새가 난다~"
"냄새가 뭐야~! 향기라고 그래야지~"
오빠는 나의 말에 나를 지긋이 바라보며 빙긋 웃었고, 또 다시 처음 오빠 볼때의
그 모습이 기억이 났다.
-저 모습이 내가 반해버린 모습인데...앞으로 계속 볼 수 있겠지?? -
오빠가 내 책상을 가만히 보면서 조용히 말했다.
"우리는 정말 로미오와 줄리엣 같애..집안에서 다 반대를 하니.."
-오빠 그건 싫어...-
- 로미오와 줄리엣은 비극이잖아..우리는 그냥 행복하게 살꺼니깐 그건 싫어..-
이런 생각을 하는 중에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아빠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 나왔어~ 손님이 왔나보네~"
아빠의 목소리를 들은 오빠가 방문을 열면서 아빠에게 인사를 했다.
- 남자 이야기 -
은주 어머니의 반대에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은주는 나를 위로해 주려 나를 안아주었다.
-은주야..오빠 그렇게 약하지 않아...그런데 안아주는 걸 보니 내가 약해 보였구나..-
-더 강한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는데...미안해 은주야..-
갑자기 우리가 소설속의 주인공처럼 느껴져 은주에게 말했다.
"우리는 정말 로미오와 줄리엣 같애..집안에서 다 반대를 하니.."
간단한 농담처럼 밷은 말에 은주가 미소를 지을 줄 알았는데 표정은 더 어두워졌다.
그 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은주 아버지시구나..-
그리고 방문을 열고 나가서 허리를 크게 숙이고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아버님"
당황해 하는 은주 아버지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누구..?"
그때 은주가 방에서 나와서 웃으며 말했다.
"아빠 오늘 일찍 왔네~ 이 사람 전에 말했잖아~ 포항에서 만났다던~"
다시 한번 허리를 숙여서 인사했다.
그러자 은주 아버지는 입고 있던 외투를 벗으며 말했다.
"여기는 무슨일로..?"
"은주랑 정식으로 사귀려 허락 받으러 왔습니다."
"아..그래? "
"네.."
"그럼 잠시만 기다려봐요.."
그렇게 말하고는 안방으로 다리를 절뚝거리며 들어갔고,
은주는 다시 내 팔을 이끌며 자기방으로 향했다.
조심스레 은주에게 물었다.
"아버지가 다리가 불편하셔?"
"응.."
"그렇구나...풍체는 좋으시던데.."
"원래는 더 좋으셨어.."
은주는 아버지 이야기 하는 것을 좀 꺼려 하는지 이야기 주제를 다른 것으로 바꿨다.
"오빠~"
"응?"
"오늘 몇 개월만에 처음 만나서 많은 일이 있었네~ 그치?"
"그러게 은주 합격했다는 말에 좋았다가 지수 때문에 놀랬다가.."
나의 말을 들은 은주가 이어달리기 바톤을 받듯 웃으며 말했다.
"오빠 부모님도 봤다가 우리 부모님도 보고~"
"그러게~ 이게 다 추억이 되겠지~"
내 말을 들은 은주가 나를 지긋이 바라보며 말했다.
"오빠..예전에 오빠 집에서 물었던거 기억나?"
"뭐?"
"기억과 추억의 차이라는거 말야.."
"아...네가 우리집에 왔었을 때??"
"응..그런데 내가 책에서 봤는데..기억과 추억의 차이는 머리로 떠올리는지 가슴으로 떠올리는지 차이래.."
"아하..그렇구나.."
은주가 조금전에 봤던 은주 어머니의 눈처럼 약간 촉촉한 눈으로 말했다.
"그 말이 맞는거 같애 오빠를 떠올리고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팠으니깐.."
은주의 말에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
아무말 없이 가만히 앉아 있는 나에게 은주가 입술을 내밀며 짧은 키스를 했다.
그리고 입술을 떼고는 은주가 말했다.
"그래서 그 때 나도 몰래 추억할꺼라고 말했나봐..가슴이 아플 것 같아서.."
은주의 말에 가슴이 찡했지만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우리는 앞으로 잘 살꺼니깐 다 기억을 해야겠네~"
은주가 여전히 촉촉한 눈으로 말했다.
"그래서 조금전에 오빠가 말한 추억은 하지 말고 오늘 이 일은 서로서로 기억하자.."
"그러자...은주야.."
"먼 훗날에 추억을 한다고 하면 옆에 오빠가 없을 것 같단 말야.."
"그래 진짜 오늘 이 일들 꼭 기억하며 살자.."
은주가 갑자기 또 나를 안으며 말했다.
"사랑해~오빠.."
"나도..사랑해.. 이 모든 것을 기억을 하고 싶은 만큼.."
-어떻게든 오늘 일은 다 기억할께..은주야..-
그 때 부엌에서 은주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은주야 밥 먹으로 나와라~"
은주와 같이 방에서 나와 거실로 갔더니 4인용 식탁에는 은주 아버지가 앉아 있었다
34부 끝..
아 40부 마물 예정인데 글이 점점 늘어나네여...후..
생각했던 것의 3분의 2수준 밖에 적지 못한듯...그래도 3시간이네여..하아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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