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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회견문 >
1년 전 오늘 '100번'이 뭍으로 올라왔고 모두 121명의 사망이 확인되었다. 시신을 찾은 가족에게 축하 인사를 해야 하는 잔인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4월 16일이 영영 끝날 것 같지 않은 팽목항은 아직 추웠다. 2015년 오늘 우리는 아직 1주기를 맞는 추모를 하지 못했다. 16일 예정되어있던 공식추모행사는 취소되었고 주말까지 가족과 국민들은 거리에서 외쳐야 했다. 진실이 시작되지 못한 대한민국은 아직 춥다.
대통령령이 폐기될 때 진실의 봄도 시작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해양수산부 장관은 폐기하라는 요구에 대해 절충하자고 대답하고 있다. 특조위 기획조정실장을 타 부처 공무원이 맡으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오해하고 있다. 어느 부처가 맡든 기획조정실장이 특조위 업무를 총괄하게 되는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법이 부여한 독립적 위원의 역할을 왜 시행령으로 정부가 가로채려는가.
해양수산부 장관은 "오랜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시행령 제정을 원점에서 재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속한 출범을 위해" 시행령을 수정하자고 말했다. 특별조사위원회가 낸 시행령을 원점으로 돌려놓고 시간을 끈 것은 바로 해양수산부다. 독립성을 훼손하며 조속한 출범을 방해한 것도 해양수산부다. 정말 조속한 출범을 바란다면 정부 시행령을 폐기하고 특조위 시행령 원안을 통과시키면 된다. 딴소리로 시간 끌기를 멈추고 대통령령 폐기하라는 요구에 응답하라.
오늘 중대본은 회의를 열어 인양방법 등을 검토하고 선체 인양 결정을 발표했다. 실종자들을 찾을 때까지 아직도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인양 결정이 실종자 가족들의 기다림에 작은 위로가 될 수 있을지는 오늘 이후 이어질 인양 추진 과정에 달려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검토되어온 결과를 발표하는 데에도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마땅한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믿고 기다릴 수만은 없는 이유도 그것이다. 앞으로도 우리는 세월호 선체가 뭍 위로 올라오고 마지막 한 사람의 실종자를 찾을 때까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세월호참사 1주기가 끝나지 않고 있다. 가족들의 공식추모행사는 대통령의 침묵 때문에 연기되었고, 국민들의 헌화는 경찰의 폭력 때문에 지연되었다. 우리 모두에게는 아직 꽃 한 송이가 있다. 4월 16일의 약속이 있다. 대통령령이 폐기될 때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 24일 민주노총 총파업이 이루어지는 모든 지역에서 가족과 국민이 함께 의지를 모을 것이다. 25일에는 진실과 추모의 행진으로 거리를 노랗게 물들일 것이다. 다음주 5월 1일 우리는 범국민 철야행동에 나설 것이다. 출국 전 대통령이 인양을 언급하자 인양 결정이 발표되었듯 우리는 대통령령 폐기 발표를 듣고 미뤄진 추모행사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범국민철야행동의 내용은 귀국 후 대통령이 준비한 대답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대통령은 출국하고 국무총리는 사임한 책임자 없는 국가에 썩은 냄새만 진동하고 있다. 세월호참사의 진실만 숨기려 드는 것이 아니라 오직 거짓만이 권력을 지탱시키고 있음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 아이들의 빈 방에, 그리고 책임자가 탈출한 국가에 봄의 꽃 향기를 되돌려줄 길이라는 것도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귀국한 대통령이 대답 대신 경찰 차벽을 준비한다면 우리의 행동은 그것을 넘어서는 직접행동일 수밖에 없다. 지난 주말 위헌 위법으로 점철된 경찰의 대응에 수많은 항의가 잇따랐음에도, 검찰은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그 중 2인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부패 정권을 지키기 위해 국민의 기본권을 제압하려는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 그리고 분명히 말한다. 우리는 스스로의 권리를 반납할 생각이 전혀 없다. 진실을 향한 행진은 멈추지 않는다.
2015.4.22.
4.16연대, 4.16가족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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