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30908211006674
상영중단 '천안함…' 제작 정지영 감독
메가박스가 모종의 압력을 받은 뒤, 무언가를 숨겨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7일 저녁 서울 세종로 한 카페에서 만난 정지영(위 사진) 감독은 단호했다. 그는 전날 밤, 자신이 기획·제작한 <천안함 프로젝트>(5일 개봉·연출 백승우)에 대해 극장체인 메가박스로부터 돌연 상영을 중단한다는 '통보'를 받은 상태였다. 메가박스는 이 통보 3시간여 뒤인 7일 0시부터 26개 개봉관에서 <천안함 프로젝트>를 일제히 내렸다.
"보수단체 위협 탓 주장하지만
경찰에 보호요청도 않고…
상식적인 일 아니다
비정상적 압력 받은 게 틀림없어"
정 감독은 "메가박스가 보수단체의 위협 탓이라고 주장하지만, 경찰한테 보호 요청도 않고 무작정 상영부터 중단한다는 건 상식적인 일이 아니다. 비정상적인 압력을 받은 것이 틀림없다"며 외압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또 "현 정부가 아무리 어리석어도 이런 무모한 짓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천안함 프로젝트>에 관객이 많이 든다니까 메가박스 주변의 힘이 센 누군가가 화가 난 것 같고, 겁을 낸 극장 쪽이 '알아서 기는' 일이 벌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메가박스를 제외하고 <천안함 프로젝트>를 상영중인 다른 극장들 가운데 '보수단체의 협박'을 받은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메가박스는 자사 누리집에 "일부 단체의 강한 항의 및 시위에 대한 예고로 현장 충돌이 예상돼 관객의 안전을 위해 6일부로 부득이하게 배급사와의 협의하에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을 취소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메가박스 주변 힘센 누군가
화가 난 것 같고
겁낸 극장 쪽이
알아서 기는 일 벌어진 것"
<천안함 프로젝트>는 2010년 발생한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해 '북한에 의한 폭침'이라는 정부 합동조사단의 최종 결론에 의혹을 제기하며 우리 사회의 '소통'을 강조한 다큐 영화. 개봉 전부터 국방부 관계자가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애초 국내 3대 극장 체인 가운데 유일하게 메가박스가 26개 상영관을 열어준 가운데 개봉 이틀째인 6일에는 일일 관객 수에서 전체 개봉 영화 박스오피스 12위, 다양성 영화 흥행 1위에 올라 돌풍을 예고한 상태였다.
정 감독은 <남영동 1985>나 <부러진 화살> 등 여러 문제적 영화를 연출해왔다. 하지만 "극장이 외압을 받고 일방적으로 특정 영화를 내리는 것은 한국영화 사상 초유의 일이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또 정 감독은 "제작·배급사와 협의를 거쳤다"는 메가박스의 주장과 달리 영화의 갑작스런 상영중단에 대해 최소한의 상의조차 없었다고 했다. "애초 <천안함 프로젝트>를 상영하기로 한 메가박스의 결단에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지만, 극장이 일방적 통보만으로 상영을 중단한 일은 어마어마한 파장이 일 사건으로 우리와 협의를 해서 더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했습니다."
"영화가 극장에 걸리지 못하는
최악 상황 오더라도
반드시 영화 보여주겠다"
경찰 수사도 의뢰키로 정 감독은 이번 일에 대해 경찰 수사를 의뢰하고, 메가박스 쪽의 잘못이 드러날 경우 손해배상도 청구할 방침이다. 또 문화체육관광부에 극장 쪽의 일방적 횡포를 막기 위한 제도 마련을 요구하는 한편 재발방지를 위해 영화계와 함께 대응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우선 정 감독은 9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등 8개 영화단체와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 중단에 대한 성명과 대응 방침을 밝힐 계획이다. 이와 별개로 누리꾼들은 트위터 등을 중심으로 상영관 확대를 요구하며 영화를 응원하고 있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현재 서울 아트나인, 인디스페이스, 아트하우스 모모를 비롯해 독립·예술영화관을 중심으로 전국 10여개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다. 8일 몇몇 상영관에선 매진 행렬이 이어지기도 했다. 정 감독은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없고 개봉관 수도 크게 줄었지만, 이번 사태가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더 큰 자극제가 될 것"이라며 "행여 영화가 극장에 걸리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한테는 반드시 영화를 보여주겠다. 우리는 관객들의 힘을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