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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1등' 미현·정은이가 공고로 전학한 까닭 | |||||||||||||||||||||||||||||||||||||||||||||||||||||
[오마이뉴스 박상규 기자]
사유는 '미등록 제적'이었다. 당시 내겐 등록금을 낼 돈이 없었다. 헝클어진 마음을 속으로 곱씹으며 더 이상 필요 없게 된 전공 책을 챙겨들고 학보사 문을 나서면서 눈에 잔뜩 힘을 주었다. 쏟아지려는 눈물을 참을 수 있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었다. 1년 후 등록금을 마련해 다시 학교에 들어갔지만 등록금의 무게는 언제나 나를 괴롭혔다. 이듬해 9월 나는 또 다시 미등록 제적 위기에 처하게 되었고, 이번에 '짤리면' 다시는 학교에 돌아오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거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또 다시 학교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을 즈음에 학보사 동기였던 용욱이란 친구가 찾아왔다. 편집장이 된 용욱이는 내게 돈 다발을 내밀며 말했다. "부모님한테 네 이야기하고 빌려왔다. 갚는 건 천천히 생각하고 이걸로 먼저 등록금 내라. 너 작년에 학교 제적당하기 전에 도와줬어야 했는데 그땐 미처 생각을 못했다. 함께 학보사 생활 재밌게 할 수 있었는데 이제야 도와줘서 미안하다." 그때 친구 용욱이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쯤 내 삶은 어떤 모습일까. '가난한 전교1등' 김미현(19·가명)과 박정은(19·가명)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내내 그 생각은 떠나지 않았다. 대학에 가고 싶은 청소년 가장 미현이
그러나 이젠 세상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는 미현이는 밝은 성격의 소유자다. 그러나 동생 이야기할 때 떨리는 목소리와 붉어지는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저는 이제 다 컸잖아요. 가끔 외롭기는 하지만 못 견디도록 힘든 건 없어요. 사춘기에 있는 동생이 걱정이에요. 표현은 하지 않지만 많이 힘들 거예요. 저도 동생 나이 땐 많이 힘들었거든요." 고등학교 3학년인 미현이는 전교 1등을 하는 우등생이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해 자신처럼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는 사회복지사가 되는 게 꿈이다. 청소년가장이 되기 전에는 사진작가가 꿈이었지만 힘겨운 과정을 겪고 나서 바꾸었다. "지금까지 사회복지사분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그동안 받았던 사랑을 저도 누군가에게 되돌려주고 싶어요." 그 사랑을 실천하기 싶은 미현이는 무슨 일이 있어도 대학에는 꼭 들어가고 싶어 한다. 현재 학교장 추천으로 대학 수시모집에 응시하고 있지만, 미현이의 걱정은 합격 불합격이 아니다. 대학에 합격한다 해도 수백만원에 이르는 입학금이 청소년가장인 미현이에게는 없다. 국가에서 최저생계비로 지원되는 53만원이 조금 넘는 돈과 삼성이 지난 1월부터 청소년가장에게 후원해주는 20만원, 그리고 결연 후원자가 도와주는 약간의 돈으로 대학 입학금을 낸다는 건 불가능하다. 정부와 한국복지재단은 미현이 같은 청소년가장에 대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18세까지만 지원한다. 그 후부터는 스스로 자립을 해야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견 타당해 보이는 이 방침이 청소년가장들의 대학진학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현이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대학입시를 준비하고 입학금을 모으는 건 너무 힘들다"고 말한다. 미현이는 "입학금까지만 도움을 받는다면 그 후에는 어떻게든 다닐 수 있다"며 현재의 절박한 심정을 설명하기도 했다.
청소년 가장은 대학에 가지 말라고? 지난 6월 5일과 6일에 만난 미현이와 정은이는 마음을 무겁게 했다. 그들이 갖고 있는 아픔과 고민을 몇 시간 동안 보고 들을 수는 있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없었다. "나도 노력할테니 좀더 기다려보자"라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뻔한 이야기'를 했지만, 이들에겐 뻔한 이야기가 아닌 '최선의 답'이 필요하다. 한국복지재단의 통계에 따르면 2003년 고3 청소년가장 683명 중 23명만이 대학에 들어갔다. 3.4% 밖에 되지 않는 낮은 수치다. 이들 23명 중에는 지방자치 단체의 지원과 결연 후원을 받은 학생들이 포함되어 있다. 재학 기간 내내는 아니더라도 입학금만 지원된다면 청소년가장의 대학 진학률은 높아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복지재단 조현웅 결연사업팀장은 "대학을 가고 싶어도 못가는 청소년가장을 보면 많이 안타깝다"며 "국가적 차원이든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이든 입학금까지는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 팀장은 "현재로서는 시급하게 민간의 지원이 필요한 상태"라고 밝혔다. 지금 미현이와 정은이에게는 또 다른 '용욱'이가 필요하다. 8년 전의 나처럼 말이다. /박상규 기자 ([email protected]) - ⓒ 2004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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